WHO, ‘위고비’ ‘마운자로’ 등 사용 공식권고…첫 비만 약물치료 지침

곽노필 기자 2025. 12. 2.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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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필의 미래창
사실상 ‘만성 질환’으로 인정
“6개월 이상 장기 사용 가능”
행동 치료 중심서 정책 전환
세계보건기구는 이번 지침이 비만 관리와 관련된 합병증으로 인해 급증하는 의료비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픽사베

세계보건기구(WHO)가 성인 비만 치료제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약물을 공식 권고하는 지침을 발표했다. 현재 시판 중인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 등이 이 계열에 속하는 의약품이다.

세계보건기구는 1일 미국의사협회지(JAMA)를 통해 발표한 지침에서 “비만은 만성 질환과 조기 사망의 주요 원인으로 전 세계 10억명 이상 인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GLP-1 약물이 건강한 식단 및 신체 활동에 대한 상담을 병행하는 6개월 이상 장기 치료 전략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GLP-1 계열 약물이란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GLP-1과 비슷한 방식으로 작용하는 의약품을 말한다. 약물이 이 호르몬의 수용체 세포에 작용해 호르몬과 같은 효과를 낸다. GLP-1 호르몬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혈당을 조절하고, 포만감을 불러 식욕을 억제하는 데 관여한다. 보건기구는 이 계열 약물로 세마글루타이드(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와 티르제파타이드(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 리라글루타이드(노보노디스크의 삭센다) 세 가지를 적시했다.

보건기구는 “GLP-1 수용체 작용제는 혈당 강하, 체중 감량 지원, 심장 및 신장 합병증 위험 감소, 그리고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조기 사망 위험까지 낮추는 데 도움이 되는 약물군”이라고 밝혔다. 앞서 보건기구는 지난 9월 당뇨병 및 비만 치료에 사용되는 GLP-1 수용체 작용제를 필수의약품 목록(EML)에 추가한 바 있다.

보건기구가 비만에 대한 약물 치료 지침을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건기구는 그동안 식단, 운동 같은 행동 치료에 초점을 맞췄다. 보건기구는 이번 지침에 대해 “획기적 정책 전환”이라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가 성인 비만 치료제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약물을 공식 권고하는 지침을 발표했다. 사진은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 노보노디스크 제공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성인에 대해 적용되는 보건기구의 지침은 두가지다. 첫째는 임신부를 제외한 성인들의 비만 치료를 위해 GLP-1 요법을 6개월 이상 장기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 장기적인 효능 및 안전성, 유지 및 중단, 현재 비용, 의료 시스템 준비 부족, 그리고 잠재적 형평성 문제 등에 대한 데이터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둘째는 치료제 처방과 함께 건강한 식단, 신체 활동을 포함하는 집중 행동 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 이 방법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근거는 낮다고 덧붙였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은 “약물만으로는 이 세계적 보건 위기를 해결할 수 없지만, GLP-1 치료제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비만을 극복하고 관련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일시적 체중 조절 아닌 장기적 관리 필요

오지원 연세대 의대 해부학교실 교수는 이번 지침에 대해 “세계보건기구가 본격적으로 비만을 단순한 생활 습관의 문제가 아닌, 적극적인 약물 치료가 필요한 만성 질환으로 사실상 인정하고, 구체적인 치료 지침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국제 보건의료 정책의 중요한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오 교수는 “특히 GLP-1 제제를 ‘장기 요법’으로 명시한 것은 비만을 일시적인 체중 조절의 대상이 아니라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만성 질환으로 규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형진 서울대 뇌인지과학과·의대 해부학교실 교수는 “세계보건기구가 공식적으로 전 세계를 대표해 권고안을 선언한 것은, 특정 국가가 아니라 전 인류의 보편적 치료로 권고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단순히 약의 권고안을 넘어서, 집중적인 행동 치료를 강조한 점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보건기구는 비만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외에도 전 세계적으로 2030년까지 연간 3조달러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것으로 예측하고, 이번 지침이 비만 관리와 관련된 합병증으로 인해 급증하는 의료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보건기구는 적절한 조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2030년까지 전 세계 비만 인구가 20억명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오 교수는 “한국의 경우 성인 비만율이 40%에 육박하고 있으며, 비만 관련 사회경제적 비용이 연간 수조 원에 달하는 상황”이라며 “이번 지침은 국내에서도 비만을 건강보험 급여 대상 질병으로 재분류하고, 예방-치료-관리를 아우르는 통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논의의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논문 정보

World Health Organization Guideline on the Use and Indications of Glucagon-Like Peptide-1 Therapies for the Treatment of Obesity in Adults.

doi:10.1001/jama.2025.24288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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