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집 사람들’ 소재가 불호인데, 말맛이 무슨 소용이겠어요 [씨네뷰]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밤 9시부터 11시까지, 윗집에서 쏟아지는 요란하고도 문란한 소음에 시달리는 아랫집 부부가 있다. 참고 또 참는 나날들의 연속, 갑자기 아랫집 아내 정아(공효진)가 남편 현수(김동욱)의 동의도 없이 윗집 부부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이참에 아랫집 부부에게 층간 소음에 대해 항의하겠다는 현수에게 정아는 한 번만 참아달라고 애원했다.
딱 1시간만 참겠다는 현수의 선언과 함께, 윗집 부부 김선생(하정우)과 수경(이하늬)이 아랫집에 등장했다. 심상치 않은 아우라를 가진 김선생과 수경은 능수능란하게 대화를 주도하며, 그야말로 정아와 현수의 혼을 쏙 빼놓았다. 현수가 약속한 1시간이 다 끝나갈 때쯤, 김선생과 수경은 부부에게 은밀한 제안을 한다. 차마 입에도 담기 힘든 그 제안에 이 기묘한 저녁 식사는 예측불가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과연 정아와 현수는 그 제안을 받아들일지, 또 층간소음의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3일 개봉되는 영화 ‘윗집 사람들’(감독 하정우)은 ‘롤러코스터’부터 ‘허삼관 이야기’ ‘로비’에 이은 하정우의 네 번째 연출작이다. 하정우를 필두로 배우 공효진 이하늬 김동욱 등이 합류해 하정우 감독의 네 번째 세계를 완성했다.
우선 영화는 시작부터 큰 장벽이 있다. 바로 소재다. 아무리 스페인 원작으로 한국판으로 각색했다고 해도, ‘그룹섹스’라는 소재는 분명 ‘윗집 사람들’이 높은 진입장벽을 가지고 출발하게 만드는 불리한 지점이다. 소재를 모르고 보더라도, 중반부부터는 직접적으로 소재가 노출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관객들은 이를 받아들일지 말지 선택해야 하는 순간에 놓이게 된다.
그 불편함을 희석시키기 위해 영화는 하정우 감독의 장기인 말맛과 기세로 초반부터 몰아쳤다. 능청스러우면서도 티키타카가 살아 있는 대사, 빠른 리듬, 마치 연극을 연상시키는 톤으로 불쾌감의 농도를 낮추려고 무던히도 애를 쓴 티가 역력했다. 여기에 직접 그려 넣은 챕터별 일러스트나 고속 카메라로 연출한 장면 등이 더해지며 키치한 매력까지 더했다. 이런 요소들이 초반부의 말맛 중심 연출과 맞물려 일종의 기세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 모든 장치와 기세 역시 결국 그 소재를 향해 있는 하나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분위기를 가볍게 만들려는 의도와 달리, 터지는 웃음 뒤에는 곧바로 불쾌감과 불편함이 따라붙는다. 불편함을 희석시키기 위해 여러 톤과 연출을 도입했지만, 영화가 향하는 목적지가 분명한 만큼 그 시도들 역시 근본적인 불편함을 지워내는 데에는 한계가 분명했다.
초중반부에서 불편한 소재를 ‘말맛’으로 눌러 놓았다면, 후반부에서는 수경의 상담 장면으로 그 자극성을 해소하려는 듯 했지만 결론적으로는 앞에서부터 쌓아왔던 리듬이 파괴돼 버렸다. 문제는 이렇게 톤을 눌러도 소재가 가진 근본적 불편함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이 급작스러운 조절은 결국 영화의 흐름을 끊어놓았고, 수경이 주도하는 상담 장면은 감독이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와 직접 닿아 있음에도 그 과정에서 쌓아온 리듬을 스스로 와해시켰다.
게다가 연극적인 톤도 불호 포인트 중 하나다. 김선생과 수경처럼 캐릭터성이 강한 인물들에게는 이 과장된 말투와 제스처가 나름의 설득력을 갖지만, 문제는 평범한 결이어야 할 정아와 현수까지 같은 톤으로 편입되는 순간이다. 말맛을 살리기 위한 리듬과 타이밍이 두 사람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면서, 영화가 의도한 ‘현실의 부부’라는 감각이 점차 흐려졌다. 이로 인해 관객은 자연스럽게 감정적으로 붙잡아야 할 인물들과 거리가 생기고, 장면이 전하려는 감정보다 연출 톤이 먼저 보이면서 몰입이 끊기는 결과로 이어졌다. 결국 인물의 감정이 아니라 톤 자체가 더 두드러져 몰입이 쉽지 않다.
결국 ‘윗집 사람들’은 하정우 감독 특유의 말맛이 분명 살아 있지만, 소재의 불호를 끝내 설득력 있게 조율하는데에는 역부족이었다. 초중반의 기세와 대사 리듬은 분명 재미를 만들어내지만, 그 힘이 후반부에 이르러 방향을 잃으면서 영화는 스스로 쌓아온 긴장과 흐름을 유지하는데 실패했다. 물론 말맛과 기세 등 여러 장점이 있지만, 이것들이 ‘소재’라는 큰 진입장벽을 넘어설 만큼 매력적이지도 않다. 장점을 품고도, 가장 근본적인 소재라는 장벽 앞에서 발목이 잡힌, ‘윗집 사람들’이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윗집 사람들']
윗집 사람들 | 윗집 사람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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