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죽어가는 여수산단, '여천선 유틸리티 관로' 해답 될까
한문선 여수상의 회장 26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건의
28일 여천선 덕양역 및 남해화학 가보니…활용도 낮고 인적 없어

정부가 나프타분해시설(NCC)을 중심으로 석유화학 산업의 대대적 구조 재편에 나서면서 국내 최대 NCC 생산지인 여수국가산단에서도 기업 간 통·폐합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대산산단 롯데케미칼과 HD케미칼이 업계 최초로 재편안을 제출하는 등 연말까지 계획을 내지 않으면 지원에서 제외하겠다는 정부방침까지 나오면서다. 통폐합과 별도로 지역에선 여수산단 경쟁력 회복을 위해 '여천선 유틸리티 관로'사업을 국가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찍이 공정을 멈춘 여천 NCC 제3공장을 비롯해 다수 공장에 적막이 감돌았다. 산단 내 주요 에틸렌·파라자일렌(PX) 생산업체들은 이미 올 상반기 일제히 영업적자로 전환했고 누적 적자만 수조 원대에 달하면서 핵심설비 가동률(70%)마저 위협받는 실정이다.
이에 최근 지역경제계에서는 여수산단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여천선-남해화학 유틸리티 관로 구축'을 핵심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여수상의는 해당 부지에 테레프탈산(TPA) 이송 관로와 주차장·편의시설 등을 조성할 경우, 투자 대비 2~3배의 효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찾은 여천선 덕양역은 여객수송이 중단된 채 화물용으로 활용중이었으며 컨테이너를 실은 화물차만 드나들고 있었다. 역 인근에는 화학 원료를 싣고 타 지역으로 운송하기 위한 컨테이너 박스가 층층이 쌓여 있었다.

철제 선로와 난간은 녹이 슬어 거친 촉감을 그대로 드러냈고 주변에는 화학 냄새가 진동했다. 앞서 지역 정가에서는 해당 선로를 재활용해 '시민 공원'을 조성하자는 제안도 나왔지만, 이 같은 대기질 문제 등을 이유로 현실화되지 못했다.
화물열차 운행마저 일 1~2회 수준에 불과한 수준일 정도라는 점에서 사실상 역으로서 기능을 상실했다는 것이 지역의 반응이다.
또 남해화학 일대에는 LG화학 등이 2002년 제4류(석유류)와 스티렌모노머(SM)를 수송하기 위해 지하 1.5m에 파이프라인을 매설했지만 장기간 사용률이 떨어지면서 사실상 활용도가 저조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장 기업들의 셈법은 복잡하기만 했다. 철송(철도운송)을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기업일수록 추가 비용 부담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전주휴비스 공장으로 매일 TPA(컨테이너 36개 규모)를 운송하는 여수 삼남석유화학의 이영선 매니저는 "철송을 중단하고 벌크(육상 운송)로 전환하면 연간 20억 원 이상의 비용이 늘어난다"며 "구조조정이 한창인 시기에 이런 비용은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여수 석화산단에서 종사하는 A씨는 "최근 정부와 여수상의, 산단 기업들이 간담회를 진행했지만 철송을 반대하는 기업들이 있어 유틸리티 관로구축안이 아직 현실화되기엔 과제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글·사진=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Copyright © 무등일보.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