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에 ‘회유·압박 너무 힘들다’... 인권위 “특검, 양평 공무원 인권 침해”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창호)는 1일 전원위원회를 열어 민중기 특검에서 조사를 받고 나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기 양평군청 공무원 A씨 사건과 관련한 직권 조사 보고서를 의결했다. 보고서는 82쪽 분량이다. 국가인권위는 조사 보고서에서 A씨가 민중기 특검팀에서 조사받는 동안 지속적인 회유와 압박을 받았다고 적시했다. A씨 조사는 특검에 파견된 경찰관 4명이 맡았다. 그런데 인권위 조사단은 경찰관 4명 모두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A씨에 대한 강압 수사에 가담했다고 보고 1명은 검찰에 고발, 3명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인권위는 또 4명 모두에 대해 경찰청장에게 징계를 요청했다. 고발과 수사 의뢰는 인권위가 주체가 돼 직접 하고, 징계는 경찰청장에게 권고한 것이다. 인권위는 민중기 특검에게도 “향후 조사 시 인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했다.
A씨는 2016년 양평군청 지가관리팀장으로 근무하며 김건희 여사 가족 기업이 추진한 공흥지구 개발 사업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그는 지난 10월 2일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출석해 약 15시간에 걸친 야간 조사를 받고, 3일 새벽 1시 15분 귀가했다. A씨는 새벽 3시 20분쯤 “계속되는 회유와 강압에 지치고 힘들다”는 취지의 자필 메모를 작성했고, 8일 뒤인 10월 10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메모에서는 “무시하는 말투와 강압 때문에 기억도 없는 내용을 진술했다”는 내용도 발견됐다.

강압 수사 의혹이 제기되자 민중기 특검은 지난 10월 17일 자체 감찰에 착수했다. 심야 조사 제한, 강압적 언행 여부 등 6개 항목을 점검한 결과, 특검은 “강압적 언행을 제외한 나머지 항목은 규정 위반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강압적 언행 역시 단정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특검은 조사에 참여했던 경찰관 3명을 업무에서 배제하고 12월 1일 자로 파견 해제 요청을 했지만, 고발이나 징계 요청은 하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특검이 셀프 감찰을 통해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인권위 조사에서는 A씨가 특검 조사 과정에서 강압 수사를 받은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됐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고인이 남긴 21장 분량의 일기 형식 유서를 확보해 확인한 결과 특검 측의 인권 침해 정황이 확인됐다”며 “고발 대상 (경찰) 수사관의 이름도 적혀 있었다”고 했다. 인권위가 유족에게 건네받은 A씨 유서 사본에는 “안 했다고 하는데 계속 했다고 한다” “수사관이 회유를 한다” “했다고 말해버렸다. 내가 참 바보 같다” 같은 내용이 담겼다고 인권위는 밝혔다.
인권위는 A씨 휴대전화 포렌식 기록, 통화·문자 내역을 조사하고 주변인 진술도 청취한 끝에 유서 내용이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유서는 10월 4~9일에 걸쳐 작성된 것으로 확인된다”며 “일부 내용은 작성 직후 형에게 전달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여러 정황을 종합해 (A씨가 압박을 받았다는) 진술이 반복적으로 체감했던 심리적 압박에 기반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했다.

인권위는 A씨 사망 사건을 수사한 양평경찰서가 유족에게 유서를 적기에 제공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유족의 애도와 인격적·정서적 회복을 방해한 것”이라며 “헌법에서 정한 사생활 영역에 대한 통제권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경찰이 A씨를 부검한 것과 관련해서도 “유족이 (부검에) 명확히 동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A씨 죽음에 타살 의혹이 없는 상황에서 부검까지 한 것이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유족 동의 없이 A씨 부검을 한 경찰에 대해 교육을 실시하라고 경찰에 권고했다.
인권위의 권고를 받은 기관·개인은 90일 이내에 수용 여부를 회신해야 한다. 불수용 시에는 사유를 소명해야 한다. 인권위 관계자는 “고발 대상으로 판단한 1명은 범죄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됐다고 본 것이고, 나머지 3명에 대해선 추가 수사가 필요한 수준이라고 본 것”이라고 했다. 인권위는 지난달 24일에 이어 이날도 전원위원회를 다시 열어 특검 파견 경찰관 2명과 A씨 사망 사건을 담당한 양평경찰서 경찰관 등을 출석시켜 의견을 들었다. 해당 특검 파견 경찰관들은 “강요나 회유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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