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은 듣기 좋은 말 하고 당·정은 반대로, 몇 번째인가

조선일보 2025. 12. 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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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뉴스1

국회 기획재정위가 상속세 인적 공제 한도를 높여 국민 부담을 줄이는 세법 개정안을 장기 과제로 보류하기로 했다. 인적 공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여러 차례 개편 필요성을 강조한 이슈다.

이 대통령은 취임 100일 회견에서 “상속세 공제 한도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집주인이 사망하고 배우자와 자식이 돈이 없으면 집을 팔고 떠나야 한다. 너무 잔인하다”고도 했다. 공제 한도를 현행 10억원에서 “18억원까지는 세금이 없게 해주자”는 것이다. ‘잔인하다’며 ‘18억원’이란 구체적 액수까지 언급한 것은 대통령의 개편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대선 때는 “(개편을) 빨리 하자”고도 했다. 상속세 공제 한도는 28년째 묶여 있다. 그런데 여당과 정부가 대통령 말에 제동을 걸었다.

이런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이 대통령은 오픈 AI 최고경영자를 만나 “금산 분리 등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경제부총리도 호응했다. 그런데 공정거래위원장이 “금산 분리 완화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했다. 대통령 지시를 주무 부서장이 사실상 반대한 것이다. 대통령은 ‘세금으로 집값 안 잡는다’고 해왔다. 반면 정부와 여당에선 “보유세 인상에 공감” “보유세가 낮은 건 사실”이란 말이 나온다. 대통령은 기업 총수를 만나면 “적극 지원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노란봉투법과 더 센 상법, 법인세 인상 등을 강행했다.

대통령이 여야 대표를 만나 협치를 강조한 다음 날, 민주당 대표는 국회 연설에서 국민의힘 정당 해산까지 언급했다. 대통령이 검찰청 폐지에 대해 “졸속이 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한 지 사흘 만에 민주당은 폐지 날짜부터 잡았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의 정책 지시는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임기 초인데 대통령실은 대통령의 지시 이행 여부도 챙기지 않나. 대통령은 국민이 듣기 좋은 말을 하고, 당·정은 이에 개의치 않는 일이 너무 자주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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