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정의 톱밥 먹는 중입니다] [10] 잘렸고 더 바빠졌지만 다 괜찮다

잘렸다.
월급이 밀리는 달이 있었고, 공사가 줄어든 게 눈에 보였다. 갑작스럽긴 했지만, 예상된 해고였다. 목수는 개인 사업자로 일하는 게 흔하다. 내가 ‘사장님’ 되는 건 언젠가는 올 일이었고, 그게 2025년 11월에 닥쳤을 뿐이다. 대표님은 미안한 마음 반, 응원하는 마음 반으로 홀로서기에 여러 도움을 주기로 하셨다. 혼자는 아니었다.
더 바빠졌다.
당장의 생계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개인 사업자로 홀로서야 한다는 압박은 쉼을 생각할 수 없게 만들었다. 나름대로 준비도 되어 있긴 했다. 틈틈이 기획해 원가 계산까지 마친 가구와 시제품이 있었다. 개인 사업자와 통신판매업 등록, 도메인 구매, 가구 홍보 기획 등으로 머릿속이 바쁘게 돌아갔다. 복잡해 보이지만 차례대로 해 나가면 될 일이다. 다만 생계가 걱정이었다. 가구 제작 목수로서 월 200만원을 벌기 전까지, 모자란 금액은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채울 생각이었다. 해고된 그 주부터 쿠팡 물류센터로 심야 아르바이트를 나갔다.
해고 후 일주일, 부친상을 당했다.
모든 것이 멈췄다. 직계 가족의 조사 휴가는 보통 5일이다. 5일을 채우면 마음도 채워지는 줄 알았다. 아니었다. 그저 장례식과 그에 따르는 실무에 필요한 시간이었다. 일을 치른 뒤 몸살로 앓아누웠다. 이명도 들렸다. 병원에서는 스트레스 때문이니 그저 쉬라고 했다. 아픈 원인은 부친상에만 있지 않았다. 목수로 살겠다 다짐하고 달려오던 긴장이 한 번에 풀린 듯했다. ‘괜찮다’, ‘할 수 있다’ 되뇌며 힘을 내왔지만, 나는 급정거 한 번에 무너졌다.
무너진 김에 좀 더 주저앉아 있기로 했다.
다들 이 정도는 겪고 사는데, 나는 왜 아플까 자책도 했다. 그러나 이런 말로 내 삶을 지속할 수는 없다. 우선, 사업자 등록 대신 실업급여를 선택했다. 마냥 쉴 수 있는 건 아니다. 조금 차분하게 사업 준비를 하게 되었을 뿐이다. 실업급여는 월 200만원이 되지 않으므로 쿠팡 알바를 병행해야 할 테다. 해고 후 계획했던 내용 그대로다.
“몇 개월 천천히 가도 세상 안 무너져”
달라진 건 하나였다. 내가 나에게 위로를 건넬 수 있게 되었다는 것. 회사에서 잘리고, 아버지를 보내고, 몸이 아프면 누구나 힘든 거다. 친구에게라면 기꺼이 해줄 수 있는 위로를, 나에게도 해주기로 했다. 멀쩡한 척 버티지 않아도 괜찮다. 자신을 너무 몰아세우며 살지 말아라.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홍준표 “민주당 아닌 김부겸 지지”...金 “만나자”
- 104년 역사 ‘BMW 1호 공장’, 내년 말 전기차 기지로 탈바꿈한다
- “금융위기 이후 월간 최대 낙폭” 전쟁에 15% 급락한 금…안전자산 지위 흔들리나
- 전쟁통에 금보다 높은 수익률 낸 옥수수·콩 ETF...왜?
- 릴리의 ‘먹는 비만약’도 FDA 승인 …본격 불 붙는 ‘먹는 비만치료제’ 전쟁
- 李대통령 “프랑스 혁명의 이상, 한국의 ‘빛의 혁명’서 재확인”
- “내년 4분기 유가, 조기 종전·휴전해도 90달러“... 전쟁 이전으로 못 돌아간다
- 대출받은 30대 평균 대출액 1억 넘어...20대는 3000만원도 위태
- 구윤철 “달러 강제 매각은 가짜뉴스..경찰 수사 의뢰”
- 3월 물가 상승률 2.2%, 4개월 만에 상승세 전환...중동전쟁 여파로 석유류 9.9% 급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