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수상한 국제전화”…불안한 소비자들 ‘탈쿠팡’ 움직임

이성희 기자 2025. 12. 1.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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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주소·전화번호에 공동현관 비밀번호까지…2차 피해 우려 확산
쿠팡 측 “2차 피해 보고된 바 없다” 발표에도 소비자 “어떻게 믿나”
온라인서 ‘쿠팡 탈퇴’ 인증글 잇따라 게시…전문가 “기업 신뢰 균열”
쿠팡에서 3370만명에 달하는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되면서 국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일 서울 시내 한 쿠팡 물류센터에 배송 차량이 주차돼 있다. 성동훈 기자 zenism@kyunghyang.com


‘탈퇴할까 말까. 여러분의 선택은.’

쿠팡에서 3370만명 개인정보 유출 사실이 알려지자 1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개설된 한 피해자모임에는 이런 투표가 약식으로 진행됐다. 쿠팡 탈퇴 여부를 묻는 투표로, ‘즉시 해지’(9명)보다 ‘유지’(50명)라는 응답이 월등히 많았다. 그러나 ‘고민 중’(77명), ‘환승 준비’(15명)라는 응답까지 합치면 쿠팡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확산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도 ‘쿠팡 탈퇴’ 인증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비밀번호만 바꾸려다가 너무 짜증이 나서 아예 탈퇴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불매운동도 제안하고 있다. e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은 회원 상당수가 충성고객이라 탈퇴가 많지 않을 수 있지만, 기업 이미지와 신뢰에 상당한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이 같은 분위기는 이번 사태 경위가 드러나면서 쿠팡의 책임론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개인정보를 유출한 용의자가 ‘퇴사한 직원’으로, 쿠팡 재직 시 인증키 업무를 담당했으며 해외 서버를 통해 무단으로 접근해 벌어진 사건으로 알려지면서 내부 통제 허점에다 서버 보안 부실 문제까지 지적받고 있다.

쿠팡이 개인정보 무단 유출을 처음 알게 된 것 또한 자체 조사를 통해서도 아니었다. ‘네 개인정보를 알고 있다’는 협박 e메일을 받은 고객들이 쿠팡 고객센터를 통해 항의하면서다.

쿠팡도 이후 동일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회원 개인정보를 갖고 있다. 보안을 강화하지 않으면 정보 유출 사실을 언론에 알리겠다’는 협박 e메일을 받았다.

소비자 불안은 더 확산하고 있다. 쿠팡은 애초 “2차 피해가 보고된 바 없다”며 “카드 정보 등 결제 및 로그인 관련 정보는 노출이 없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으나, 이 또한 믿을 수 있겠느냐는 반응이 적지않다.

현재 우려되는 2차 피해는 유출된 개인정보를 악용한 스미싱·보이스피싱이다. 쿠팡 사태 이후 “이상한 국제전화가 쇄도한다” “주문하지 않은 물품이 배송 중이라는 문자를 받았다” 등과 같은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직장인 임모씨(43)도 “최근에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았는데 쿠팡 때문인가”라고 말했다.

쿠팡에 등록된 정보에는 아파트 공동현관문 비밀번호는 물론 가족·지인의 주소와 연락처 등도 기재한 경우가 많아 피해 규모가 예상보다 클 수 있다.

그러나 이 피해가 쿠팡에서 유출된 개인정보를 악용한 사례인지를 소비자가 입증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업계 시각이다. 올해에만 SK텔레콤(2300만명)과 롯데카드(297만명) 등 굵직굵직한 기업들에서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

쿠팡은 또 “피해 방지를 위해 조처를 했으므로 고객이 추가로 조치할 사항은 없다”고 밝혔으나, 온라인에는 ‘쿠팡 고객이라면 이것만큼은 바꿔라’ 식의 게시물이 쏟아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비밀번호 변경과 내 로그인 외 모두 로그아웃, 결제수단 삭제 방법 등을 공유하고 있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SK텔레콤은 유심 해킹사태 당시 사이버 침해사고 전담센터 등을 신설했는데, 쿠팡은 아직 그런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다”며 “대대적인 개선 방안이 있어야 다시 소비자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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