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신발장에서 '억대 돈다발'…718채 빌라왕 체납 쫓았더니

이상엽 기자 2025. 12. 1.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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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금 수억원을 내지 않아 압류를 했더니 신발장에서 5억원의 돈다발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체납자의 정체는 수많은 전세 사기 피해자를 울린 빌라 718채의 소유자였습니다.

이렇게 돈을 쌓아놓고도 돈 없다고 잡아떼는 체납자들을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가 추적했습니다.

[기자]

이름을 부르고 문을 두드리지만 대답이 없습니다.

2년째 세금 수억원을 체납한 사람 집입니다.

강제로 문을 열자, 속옷 차림 남성이 나옵니다.

다짜고짜 큰소리칩니다.

[사모 씨/고액체납자 (전세사기 피의자) : 내가 지금 세금을 얼마나 냈는데 이 사람들아. 남들 도와줄 건 도와주면서 사는 사람인데.]

압류가 시작되자, 신발장에서 5만원권 100묶음 5억원이 나옵니다.

[사모 씨/고액체납자 (전세사기 피의자) : 아니 돈은 다 드릴 거예요, 제발. 제가 죽으면 세금도 못 내요.]

이 사람, 전세사기 피의자 63살 사모 씨입니다.

사씨는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빌라를 사들여 세를 놓고 일부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습니다.

[송주명/경기도청 조세정의과 주무관 : 체납 당시 이혼해서 배우자는 주상복합 아파트 20억짜리 구매를 하셨어요. 실제 거주지는 배우자 집에 있을 거라고.]

과천시는 사씨가 체납한 지방세 1억원을 압류했습니다.

그러고도 서울시와 각 구청 체납액만 3억원이 더 있습니다.

사씨를 다시 쫓아봤습니다.

[A건물 관계자 : 여기 안 살아요. 법원에서도 계속 오고. 경찰에서도 오고.]

[B건물 관계자 : 요즘에는 못 뵀어요. 그분이 뭐 여기는 잠깐 사는 거고 집도 따로 있고 그런 말씀을 하셔서…]

취재 사흘 만에야 서울 서초동에서 마주쳤습니다.

[사모 씨/고액체납자 (전세사기 피의자) : {안녕하세요.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으세요.} 왜요? {JTBC 이상엽 기자인데요.} 밥 먹으러 가야 해. {서울시와 각 구청에도 많이 체납하셨던데요.} 제가요? {세금은 언제 다 납부하실 거예요?} 아니 왜 그러냐고. {우편함에 체납고지서 못 보셨어요?} 체납된 거 없고요. {공무원들이 문 따기 전에 스스로 나오셨으면 어땠을까요?} 저는 몰랐죠.]

사씨는 체납 사실을 몰랐고, 전세보증금을 안 돌려준 적도 없다고 했습니다.

[사모 씨/고액체납자 (전세사기 피의자) : {전세사기 피해자들한테 미안한 마음은 없으세요?} 그런 거 없어. 피해 준 거 없다고요. 아니 연락도 없이 이렇게 하는 거 아니잖아요. {연락을 안 받는데 어떻게 약속을 해요.}]

사씨가 전국에 보유한 빌라는 718채, 전세보증금만 1874억원에 이릅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사씨를 대신해 세입자들에게 546억원을 돌려줬지만 회수금은 2억원에 불과합니다.

[사모 씨/고액체납자 (전세사기 피의자) : {신발장에 5억원을 숨겨두신 건…} 다 세입자들 줄 거지. {세금 납부하는 것과 별개로 보증금은 돌려주셔야죠.} 다 돌려주고 처리를 해야 하니까.]

체납자들은 대부분 정부와 지자체에 협조하지 않습니다.

지방세 8천700만원을 체납한 또 다른 집에선 이런 말까지 나옵니다.

[고액체납자 가족 : 나라에 돈이 없으니까 별걸…]

광명시는 은행까지 쫓아가 4천만원을 압류했습니다.

[김동필/광명시청 세정과 주무관 : 배우자 이름으로 고가의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실도 발견했고요. (체납자는) 근처에 있는 고시원에 주소지를 해놨어요.]

최근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전국 체납자는 1만여명이 넘습니다.

김건희 씨 모친 최은순 씨가 최고 체납자입니다.

[김동연/경기도지사 : 차명으로 부동산 거래를 하면서 부당으로 재산상 이득을 본 것에 대한 과징금이기 때문에 죄질도 특히 나쁩니다.]

돈 없다던 체납자들.

압류가 시작되자 태도가 바뀌었습니다.

단지 이름 공개나 강제 절차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부끄럽지 않게 행동할 수는 없었을까요.

[영상편집 임인수 VJ 김동규 작가 강은혜 취재지원 권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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