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현대사의 상흔 간직한 화천 꺼먹다리
[KBS 춘천] [앵커]
강원도의 소중한 유산들을 찾아가는 강원유산지도 순섭니다.
오늘은 일제 강점기 수탈의 흔적과 6.25 전쟁의 상처까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화천 꺼먹다리를 돌아봅니다.
고순정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국토 최북단, '육지 속 바다'로 불리는 파로호.
그 아래로 흐르는 북한강에 외로이 선 다리 하나.
육중한 콘크리트 기둥 위로 새까만 상판이 200미터 넘게 이어집니다.
다리 전체에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있습니다.
국가 등록 문화유산인 화천 꺼먹다립니다.
일제강점기인 1940년대, 화천 수력발전소와 함께 지어졌습니다.
일본이 대륙을 침략하는 길에 전기와 물자를 공급받기 위해섭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현대식 다리로 기록됩니다.
특히, 나무 상판을 보존하기 위해 검정색 타르를 발랐습니다.
꺼먹다리라는 이름이 여기서 나왔습니다.
[정기화/화천군 문화관광 해설사 : "이게 나무다리이다 보니까 부식하고 해충 방지를 위해서 콜타르를 이렇게 다 입혀서 그때 이름이 꺼먹다리다 하고 명칭이 그렇게 분류가 된 겁니다."]
꺼먹다리는 6·25전쟁의 산증인이기도 합니다.
해방 이후, 38선 이북에 놓여 북한의 통치하에 있던 화천.
전쟁이 시작되자 뺏고 빼앗기는 전투가 이어졌습니다.
댐과 발전소가 있는 이곳은 동부 전선 최대 격전지였습니다.
3만여 명의 중공군 전사자가 나올 정도로 처절한 전투였습니다.
저수지에는 '오랑캐를 물리친 호수', 파로호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였습니다.
[정기화/화천군 문화관광 해설사 : "중공군은 반대편, 우리는 이쪽으로 치열하게 서로가 우리는 화천 저수지(파로호)를 탈환하기 위해서 그리고 북한군 같은 경우는 중공군 같은 경우는 안 뺏기기 위해서 서로가 치열하게…."]
대형 전투가 수차례 휩쓸고 갔지만, 다리는 원형을 그대로 지켜냈습니다.
중부 전선과 동부전선을 이어주는 유일한 통로여서, 아군과 적군 모두에게 전략적으로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둥 곳곳에는 당시의 포탄과 총탄 자국이 남았습니다.
사라지지 않는 흉터마냥 아픈 전쟁의 상흔을 되새기게 합니다.
[정종성/화천문화원장 : "그 당시만 해도 북한강 상류하고 하류를 건너갈 수 있는 다리 중에 유일하게 있는 게 그 꺼먹다리 하나밖에 없었어요. 남한도 필요했고, 북한도 필요했던 거야. 그래서 그 다리에서 많은 교전은 일어났지만 다리는 폭파시키지 않았어요."]
일제 수탈의 역사와 동족상잔의 비극을 켜켜이 쌓아 온 화천의 검은 다리.
80년의 세월을 넘어 아팠던 과거와 오늘날을 잇는 역사의 징검다리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KBS 뉴스 고순정입니다.
촬영기자:최중호/화면제공:송동섭·김은섭
고순정 기자 (flyhig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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