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무대서 사라졌던 韓…민주주의 저력 과시하며 APEC서 ‘복귀’ 선언

박호걸 기자 2025. 12. 1.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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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암흑부터 부활까지

- 대북문제 등 실질 성과 ‘과제’

2024년 12월 3일 밤 대한민국의 외교가는 암흑이었다. 총을 둔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장면이 전 세계에 타전되던 그 시각, 주한 외교 사절들의 휴대전화는 본국의 긴급 훈령으로 불이 났다. 70여 년간 쌓아 올린 ‘민주 모범국가’의 공든 탑이 불법 계엄에 의해 무너지는 데는 6시간이면 충분했다. 그로부터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25년 11월 1일,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경북 경주의 풍경은 180도 달랐다. 주요 외신들은 이번 APEC을 통해 한국이 1년 전의 정치적 격랑을 완전히 뒤로하고, ‘민주주의 회복탄력성’과 ‘안정된 시스템’을 갖춘 글로벌 중추 국가로 복귀했음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계엄으로 멈춘 한국 외교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은 전 세계가 주목하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위상을 단숨에 주저 앉혔다. 윤석열 정부의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13일 “지난 70여 년간 쌓아 올린 모든 성취를 한꺼번에 무너뜨릴 수 있는 심각한 문제이니 재고해달라 (대통령에게) 요청했다”고 국회에서 증언하기도 했다. 실제로 계엄 직후 한국은 ‘민주주의 선진국’에서 ‘평시 비상계엄 선포’도 가능한 정치적 불안정 국가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 일본 스웨덴 사우디아라비아 카자흐스탄 등 정상 및 고위급 방문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한국은 한시적 여행주의 국가로 지정됐다. 해외 투자자들은 자금을 뺐고, 국가 신용등급 하향 조정 검토라는 굴욕적인 성적표도 받아들여야 했다. 계엄 이틀 후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주요 서방국의 한국 주재 대사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상황이 정리되지 않으면 경주 APEC도 보이콧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은 미국과의 관계마저 흔들었다. 특히 트럼프 2기 출범 상황에서 한국의 외교 공백은 치명적이었다. 트럼프는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선포했고, 한국의 ‘머니 머신’이라고 부르며 방위비와 주한미군 철수마저 거론했다. 그러나 미국은 ‘권한대행’ 체제인 한국을 정상적인 대화상대로 보지 않았고, 국내 정치 혼돈기 속 외교가에서 ‘코리아 패싱’이 현실화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빅터 차 한국 석좌는 “모두가 마러라고와 백악관에서 개별 협상을 시도하는데 한국에는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시민의 힘으로 정상화

이 같은 외교 위기는 시민의 힘으로 극복됐다.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시도를 시민의 힘과 헌법적 절차로 무력화하는 과정이 국제사회에 알려지면서 대한민국의 저력을 보여준 것이다. 외신들은 국회의 12·14 탄핵소추와 헌법재판소의 4·4 파면, 6·3 대선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저력과 회복력을 주목했다. ‘불안전한 나라’에서 시민의 힘으로 계엄에 따른 혼란을 수습하고 정상화하는 ‘성숙한 민주국가, 대한민국’으로 국가 이미지를 회복한 것이다.

새 정부도 이 같은 시민의 힘을 외교적 자산으로 삼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월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UN총회에서 “내란의 어둠에 맞서 대한민국 국민이 이뤄낸 ‘빛의 혁명’은 유엔 정신의 빛나는 성취를 보여준 역사적 현장”이라며 “새로운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 완전히 복귀했음을 당당히 선언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11월 1일 경주 2025 APEC 정상회의는 국제무대에 대한민국의 정상화를 공식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 이후 국내 정치상황에 따른 외교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국제사회에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의 복귀를 알리는 데 성공했다면 앞으로는 북한 문제 등에서 실질적인 외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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