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골목경제, 인천 전통시장] 1. 서구 석남 1동 '강남시장'
올 문화관광형 시장 지정…사업 속도
꿀포인트 모아오면 상품권 교환해줘
10월 야시장, 1000여명 몰리기도
기존 점포보다 싼 매대 '땡샵' 인기
실버 노래교실, 입소문 듣고 오기도
커뮤니티 만족도 높아 상권 활기

인천 곳곳의 전통시장이 단순한 거래 공간을 넘어 지역 문화·소통 공간·생활경제 거점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상인회 조직 강화, 특화 콘텐츠 발굴 등 긍정적 변화가 확산되며 새로운 성장 국면을 맞고 있는 것이다. <인천일보>는 강남시장을 시작으로 주요 전통시장을 3편에 걸쳐 조명한다. 인천 전통시장이 미래형 골목경제로 도약하기 위한 길을 제시한다.

▲"석남1동의 큰 슈퍼"…생활권 소비층이 지탱하는 강남시장
인천 서구 석남동 일대에 자리한 강남시장은 1980년대 중반 하나둘 상인이 모여들며 자연스럽게 전통시장의 형태가 갖춰졌다. 서구에 따르면 2005년 전통시장으로 정식 인정받았고, 이후 시설 현대화 사업 등을 거치며 지금의 모습으로 자리 잡았다.
강남시장은 주택 밀집 지역 한가운데 위치한다. 이 일대는 거주 기간이 긴 고령층 소비자가 많아 '정주성 높은 생활권'으로 꼽힌다. 상인들은 이를 시장의 뚜렷한 강점으로 본다. 대형마트·식자재마트·온라인 쇼핑과의 경쟁 속에서도 단단한 생활권 소비층이 강남시장을 지탱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종은 정육·채소·과일 등 1차 식품이 중심이며, 반찬가게와 소규모 식당이 고르게 섞여 있다. 바지락칼국수 맛집부터 양이 푸짐한 한식 식당까지 단골 기반의 로컬 맛집은 시장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 시장 내 112개 점포가 하나로 뭉쳐 주민들에게 '석남1동의 큰 슈퍼' 역할을 하는 셈이다.
올해 3월 강남시장은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지정되면서 체계적인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었다. 문화관광형시장육성사업단이 들어오며 상인 조직력과 프로그램 기획력이 강화됐다. 특히 시장 내부에서는 고객 재방문율과 결속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실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꿀포인트, 야시장, 땡샵, 실버 노래교실 등 네 가지 '생활형 프로그램'이다.

▲꿀포인트·야시장…고객 발길 끌어당기다
꿀포인트는 강남시장이 자체 설계한 포인트 적립 프로그램으로,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 포인트를 지급하고 이를 모아오면 온누리상품권 1만원으로 교환해 주는 방식이다. 상인회와 지원단이 현장 여건에 맞춰 설계해 상인들의 부담을 최소화한 점이 특징이다.
참여율은 70~80%로 높은 편이다. 도입 초기엔 50~60%에 그쳤지만, 이벤트와 경품 프로그램을 연계하며 빠르게 확산됐다. 강남시장은 단골 충성도가 높은 시장이어서 포인트형 유인 구조와 궁합이 잘 맞는다는 평가다.
해당 제도는 문광형 사업 종료 후에도 자체 운영이 가능할 만큼 구조적 안정성을 갖춘 점이 강점이다. 동네시장 로열티 프로그램이 지역 소비를 묶어두는 실질적 장치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야시장 역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강남시장의 첫 야시장은 추석 명절 직후인 지난 10월, 3주에 걸쳐 진행됐다. 이번 야시장은 외부 푸드트럭을 배제하고 상인들이 직접 메뉴를 개발해 판매한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전·튀김·국물요리 등 시장마다 다른 메뉴를 새롭게 구성해 참여했으며 첫 주 300석으로 출발한 좌석은 둘째 주 600석, 셋째 주 750석으로 늘어날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
상인회에 따르면 피크 시간대 시장 안에는 1000명 이상이 몰릴 정도로 붐볐다. 공연·노래자랑·경품 추첨이 더해지며 가족 단위 방문도 크게 늘었다. 상인회는 "외부 방문객도 있었지만 기존 단골이 대거 참여해 매출과 분위기가 동시에 살아났다"고 평가했다. 내년에는 일정 확대와 운영 방식 정비 등을 검토 중이다.

▲땡샵·실버 노래교실…강남시장의 활력을 되살리다
땡샵은 시장 메인 사거리에 설치된 '공유형 세일 매대'다. 골목 안쪽에 있어 동선상 눈에 띄지 않는 점포들의 상품을 한곳에 모아 전면에 노출시키는 구조다. 조건은 단 하나, 기존 점포 가격보다 최소 500원 이상 저렴해야 한다는 점이다.
시작 당시 전담 관리 인력을 배치해 운영 체계를 잡았고, 현재 20여곳이 참여하고 있다. 시장을 찾는 손님들은 "마트 세일 매대처럼 가격이 바로 보여 구매가 쉽다"고 반응했다. 상인회는 땡샵을 강남시장 전체 매출 지도를 고르게 만드는 장치라고 설명한다.
실버 노래교실은 시장 내 고령층 고객을 타깃으로 한 프로그램으로, 매주 목요일 시장에서 열린다. 참여자의 100%가 고객이며, 기존 단골뿐 아니라 입소문을 듣고 오는 인근 주민도 적지 않다.
강사의 인기가 높아 "내년에도 이 강사가 오는지"를 묻는 수요가 있을 정도로 고정 팬층도 형성됐다. 노래교실 이후 자연스럽게 장보기가 이어지는 구조여서 '프로그램 → 소비'가 선순환하는 흐름을 만든다는 평가다.
상인회 관계자는 "고령층의 커뮤니티 만족도가 높아 시장 방문 동기가 생기고, 상권이 침체되는 시간대에도 사람이 꾸준히 나온다"고 말했다. 강남시장은 전통시장이 단순 판매 공간을 넘어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박해윤 기자 yun@incheonilbo.com
[인터뷰] 한재호 강남시장 상인회장
"하나의 큰 슈퍼…먹고 보고 즐기는 공간"
상인 지지로 다시 회장직…현대화 한 몫
본인 매장 '땡샵' 운영 위해 흔쾌히 내줘
미래 과제 브랜드화…규모도 확장 희망

40대 시절 강남시장에 입성해 정육점을 운영하며 시장과 인연을 맺은 한재호 상인회장(57). 한 회장은 당시 상인회장으로 12년가량 일하며 시장의 기반을 다졌다. 아케이드 설치나 고객지원센터 건립 등 시장 현대화와 고객 편의 증진에 한몫한 그다.
그런 그는 정육점 사업을 접고 반려동물 장례식장을 창업하며 잠시 시장을 떠났다. 상인들의 요청으로 복귀한 지는 4년 정도 됐다. 지난해 임기가 마무리됐지만 강남시장 상인들의 지지로 재선임되며 상인회장직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운영 중인 공유형 세일매대 '땡샵'은 본래 한 회장이 자신의 사업체 홍보를 위해 직접 임대료를 내고 사용하던 공간이었다. 하지만 땡샵의 취지에 공감한 그는 흔쾌히 공간을 내놓았고, 이곳은 리모델링을 거쳐 다양한 상품이 진열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한 회장은 "상인분들이 다시 저에게 회장직을 맡아 달라고 말씀해 주신 만큼 책임감이 막중하게 느껴진다"며 "그만큼 더 많은 도움을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강남시장 자체를 석남1동의 '하나의 큰 슈퍼'라고 정의한다. 주변 주민들이 낮이든 저녁이든 시장을 드나들며 장을 보는 방식이 슈퍼와 다르지 않다는 설명이다. 대신 그는 시장만의 차별성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한 회장은 "시장 자체에서 행사를 열어 물건을 구매한 고객에게 경품을 제공할 수도 있고, 가수를 초청해 노래 공연을 할 수도 있다"며 "먹거리와 볼거리, 즐길 거리를 함께 제공하는 시장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강남시장의 미래 과제로 '브랜드화'를 꼽는다. 개별 점포들이 개별 사업으로만 머무르지 않고 강남시장이라는 통합 브랜드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 회장은 "시장 안에서의 장사를 장사로만 끝내지 않고 브랜드로 발전시켜 규모를 확장했으면 한다"며 "상인회장으로서 그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박해윤 기자 yun@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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