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홍콩 공격’ 소재 된 대나무 비계…홍콩·마카오서 여전히 사용되는 이유

박은하 기자 2025. 12. 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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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조사 진행되며 다양한 원인 무게
중국 네티즌 공격에 정체성 문제 비화
“홍콩 도시·기후 환경에 알맞다” 반론
대나무 비계가 설치된 홍콩의 건설 현장. 2025년 9월 12일 촬영. /AFP연합뉴스

지난달 26일 발생한 홍콩 고층아파트 화재 참사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면서 ‘대나무 비계’ 외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참사가 발생했다는 설명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대나무 비계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대나무 비계는 중국 본토와 홍콩의 정체성 대립의 상징이 됐다.

크리스 탕 핑컹 홍콩 보안국장은 지난달 28일 브리핑에서 화재 원인에 대한 예비조사 결과 창문마다 붙어 있던 발포 폴리스티렌 EPS(스티로폼 보드)가 불길 확산의 핵심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발표에 따르면 불꽃은 1층 대나무 비계에서 발생해 폼 보드를 타고 번졌으며, 열기에 창문이 깨지면서 실내까지 확산됐다.

고열로 인해 대나무 비계가 무너지면서 출입구를 막았고 다른 건물로도 불길이 확산됐다. 건물 전체를 덮은 녹색 철망이 난염성(불에 천천히 타는 성질) 요건을 충족했는지는 여전히 규명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비계보다는 그물이 더 큰 역할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황이하오 대만 우펑과기대 소방방재학과 학과장은 대만 공영방송 TBS에서 “대나무는 가연성은 있지만 인화성이 있지는 않다”며 불길 확산에는 그물망과 폼 보드가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단전매 등 홍콩 언론들은 당국은 사태 초반부터 대나무 비계는 불길이 다른 건물로 옮겨붙는 데 제한적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나무 비계가 화재 원인으로 전면에 부각된 것에는 중국 온라인에서 주목한 영향이 크다고 짚었다.

중국 본토에서는 2021년 사용이 금지된 대나무 비계가 여전히 홍콩과 마카오에서는 광범위하게 사용된다는 사실이 이목을 끌었다. 중국 주류 매체들은 화재 원인에 대해서 신중하게 접근했지만 신화통신 관계자가 운영하는 SNS계정 뉴탄친은 대나무 비계를 화재 원인으로 지목했고 “실망스럽다”고 표현했다. 뉴탄친은 위챗에서 1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여러 플랫폼에 게재됐다.

애국주의 성향의 네티즌이 논쟁에 가세하면서 ‘앞서가는 중국 대 낙후된 홍콩’ 등의 구도가 만들어졌다. 논쟁이 진행되면서 “홍콩 대나무 비계 노조가 유착돼 있다” “홍콩은 사회 개혁이 필요하다” “홍콩은 선전에 와서 배우라” 등 홍콩 체제 자체를 조롱하는 게시글이 늘어났다.

홍콩 시민들은 ‘홍콩의 중국화’가 화재 원인이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홍콩보안법 제정 이후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공직사회가 태만해진 현상을 ‘관진민퇴(官進民退)’라 부르며 뉴탄친 등의 보도가 책임을 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싱가포르 중국어 매체 연합조보는 홍콩과 중국 본토 네티즌 간의 감정적 골을 대나무 비계 논쟁이 다시 한 번 드러냈다고 평했다.

홍콩 엔지니어들은 대나무 비계는 건물 간격과 통로가 좁은 환경에서도 유연하게 설치할 수 있다고 말한다. 건물에 고정해 사용하는 금속 비계를 사용하면 공사비가 주민들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오르게 된다. 2021년 말 기준, 홍콩에서 50년 이상 된 민간 건물은 1만 채가 넘는다. 대나무의 열 전도율이 낮아 여름철 누전 위험으로부터는 오히려 대나무 비계가 안전하다는 주장도 있다.

홍콩에 필요한 것은 금속 비계를 대나무 비계로 모두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 관리 방안을 만드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엔지니어 허융예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금속 비계는 일반적으로 신축이나 건물 철거에 더 적합하고 대나무 비계는 노후된 건물의 보수에 유용하다”며 “두 비계는 상호보완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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