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동서남북] MSC 알파카 직항시대, 인천항의 기회

남미가 더 이상 머나먼 대륙만은 아니다. 페루 까야오항에서 출발해 부산과 중국 닝보를 잇는 MSC '알파카 서비스'가 가동되면, 아시아–남미 서안이 약 3주 직항 항로로 연결된다. 중국이 주도하는 찬카이 메가포트가 아시아 직항 허브를 지향하는 가운데, 까야오항도 부산·닝보 직항을 앞세워 맞불을 놓는 형국이다.
이 변화는 인천지역 산업에도 중요한 기회다. 수도권 제조업·유통·스타트업 화물을 인천항이 집적·연계한다면 인천은 '중남미로 향하는 관문' 역할을 할 수 있다. 자동차 부품, 전기·전자, 기계·플랜트, K-푸드와 K-뷰티, e커머스 물량을 인천 항만·공항·IFEZ 배후단지에서 모아 페루 및 남미와 연계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찬카이–인천–상하이 등 동북아 항만을 잇는 새로운 루트의 가능성이다. 찬카이는 초대형선이 접안 가능한 심해항이자 중국 물류 네트워크의 핵심 거점으로 설계되고 있다. 인천항이 상하이 등 중국 거점과 연계해 '환황해–환태평양 물류 삼각축'을 형성한다면, 인천은 남미–동북아 간 중간 허브이자 디지털 물류 플랫폼 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인천이 준비할 과제도 분명하다. 첫째, 남동·주안산단과 바이오·첨단 제조 클러스터, 항공·항만 배후단지를 하나의 '중남미 수출 제조벨트'로 묶어 맞춤형 수출 패키지를 만들어야 한다. 생산기지, 물류센터, 통관·금융, 라틴 특화 지원센터를 인천항 배후단지에 구축한다면, 중소기업도 리스크를 줄이고 페루 진출을 시도할 수 있다. 둘째, 인천의 대학·연구기관·공기업이 참여하는 '한·페루 스마트 항만·물류 공동연구 프로그램'을 가동해 디지털 트윈, AI 수요예측, 콜드체인 플랫폼 구축 등 미래 과제를 선점해야 한다.
농수산·소매 분야도 중요하다. 인천공항·인천항의 콜드체인 유통망을 활용하면, 페루의 아보카도·블루베리·오징어 등을 동북아로 공급하는 '페루–인천 프리미엄 신선식품 루트'를 만들 수 있다. 반대로 인천·수도권의 식품·화장품·생활용품 기업은 페루와 안데스 시장을 대상으로 온라인 직판과 리테일 채널을 확대해 상호 소비재 협력을 넓혀야 한다. 인천 부품·소재 기업이 페루 광업·제조업과 연계해 광산–내륙 물류–항만–제련·배터리로 이어지는 그린 광물 가치사슬에서 장비·부품·디지털 솔루션을 제공한다면, 기후위기 시대에 걸맞은 동반성장 모델이 될 수 있다.
인하대학교가 수행한 '콜드체인 모니터링 체계 구축 기술 개발' 경험도 페루와의 협력에 그대로 확장할 수 있다. 이 기술을 기반으로 페루 아마존·안데스 산간 지역을 대상으로 백신·의약품·혈액·긴급 의료물자를 안전하게 배송하는 '의료 물류 콜드체인 플랫폼'을 구축한다면, 인천–리마–내륙 거점을 잇는 인도적·공공 물류 네트워크가 만들어진다. 인천에서 출발한 콜드체인 컨테이너가 찬카이·까야오 항만, 페루 내륙 물류망과 연동된다면, 인천은 상업 물류를 넘어 글로벌 공공가치를 실현하는 의료 물류 허브로도 자리매김할 수 있다.
인하대는 페루 산 마르코스 국립대와 'Digital Supply Chain and Logistics Engineering 학과 설립'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인천의 대학·연구기관·공기업이 이 플랫폼을 축으로 삼아 항만·물류·디지털 공급망·이모빌리티·콜드체인 분야 인력양성과 공동연구, 한·페루 스타트업 교류 프로그램을 연계한다면, 인천은 화물 거점을 넘어 '중남미 협력 플랫폼 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 찬카이와 까야오가 경쟁·공존하는 MSC 알파카 직항 시대, 인천항이 동북아–남미를 잇는 관문 항만이라는 비전을 선제적으로 제시할 때, 인천 산업의 새로운 성장축도 함께 열릴 것이다. 이제 남미는 선택이 아니라 인천의 다음 성장 무대다.
/유홍성 인하대학교 IBS 국제화센터 산학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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