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역 앞 작은 찐빵집은 어떻게 전국 1위가 됐을까… 성심당 이야기 [이게머니]

1950년 12월, 살을 에는 듯한 추위 속에서 가족과 함께 오른 피난길. 흥남을 떠나는 마지막 배에 올라탄 한 청년은 "이번에 살아남아 목숨을 이어가게 된다면 평생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렇게 대전역 앞 작은 천막 아래 시작한 찐빵집은 연매출 2천억 원에 육박하는 기업으로 성장했죠. 오늘은 '노잼도시' 대전을 '빵지순례의 성지'로 바꿔놓은 성심당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 대전에서만 2천억… 성심당은 어떻게 전국 1위가 됐을까
성심당 본점이 있는 대전 중구 은행동 일대. 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정말 늘 인파로 가득합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딸기시루 오픈런 행렬이 지하상가까지 이어지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죠. 이렇게 구매한 빵은 '성심당 빵 취식 가능'이라는 안내문이 붙은 카페에서 자유롭게 먹을 수 있고요, 빵장고(빵+냉장보관소)에 짐을 맡긴 채 두 손 가볍게 골목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온라인에선 '빵의 도시', '성심광역시' 같은 신조어부터 '기승전성심당' 등의 밈이 생겨났는데요. 최근 1년간 전국 운전자들이 내비게이션으로 가장 많이 검색한 맛집이 성심당이었다고 하니... 그 인기가 어느정도인지 가늠이 되시나요?

저는 성심당 빵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니, 재료를 이렇게 많이 넣어도 남는 게 있나?" 그런데 놀랍게도 남는 게 있습니다. 그것도 꽤 많이요. 성심당은 매출의 약 25%를 영업이익으로 남기고 있거든요. 어떻게 이게 가능한 걸까요? 성심당은 전 매장을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어 가맹점과 수익을 나눌 필요가 없습니다. 또 대전역점 등 일부 매장을 제외하면 법인 소유 건물이라 임대료도 없고요, 매장에서 빵을 만들어서 직접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니까 유통 비용도 아낄 수 있죠. 여기에 원재료를 대량으로 구매해 단가를 낮추고, 많이 팔아 이익을 확보하는 일종의 '박리다매' 구조가 뒷받침됩니다. 하지만 진짜 비밀은 따로 있어요. 바로 광고·마케팅 비용을 거의 쓰지 않는다는 겁니다. 성심당이 지난해 사용한 광고선전비는 단 2억 9천만 원, 전체 매출 대비 0.15%에 불과합니다. 매출이 2천억 원에 육박하는 회사에서 마케팅비가 3억도 안 된다면, 사실상 안 쓴거나 다름 없는 수준이에요. 성심당을 방문한 소비자들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하고, 퍼뜨리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브랜드 자체가 곧 마케팅이 되는 힘, 이게 성심당의 '진짜 경쟁력'인 셈이죠.
■ "이웃을 위해 살겠다"던 아버지의 맹세, 아들이 이어 받다

이때 찐빵집 앞에 세웠던 나무 팻말에 적힌 이름이 바로 '성심당'(聖心堂)입니다. '거룩한 사랑의 마음'이라는 뜻으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살겠다는 의미가 반영된 이름이었죠. 임 창업주는 장사 첫날부터 역 주변의 배고픈 이웃을 찾아가 남은 빵을 나눠줬습니다. 하루에 찐빵 300개를 만들면 100개는 어려운 아웃에게 나눠줬는데, 종종 그 숫자를 맞추려고 무리해서 밀가루를 구입했다고 해요. 심지어 재료를 사려고 모아둔 돈을 어려운 이웃의 손에 쥐여주는 일도 잦았습니다. 그 덕에 빵을 굽고 가게를 지키는 일은 부인 한순덕 여사의 몫이었는데요. 퍼주기에만 바쁜 남편을 향해 "천당에 혼자만 가고 나는 못 가면 어떡하냐"며 화를 냈다는 일화도 유명하죠. 부인의 알뜰한 살림 덕분이었을까요? 성심당은 계속해서 성장했습니다. 당시 밀가루 무상 원조, 혼분식 장려 정책 등 시대적 흐름을 타고 2년 만에 번듯한 가게를 마련할 수 있었고요, 1970년에는 은행동으로 자리를 옮기며 본격적인 도약을 시작했습니다.

■ 잿더미 위에서 구운 빵… 성심당의 '진짜 정체성'
1990년대에 접어들며 고려당, 신라명과, 뉴욕제과부터 파리바게트, 뚜레쥬르 등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의 맹공이 펼쳐졌습니다. 당시 임 대표의 동생은 여러 반대에도 불구하고 성심당의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는데요. 이때 성심당은 서울 롯데월드 지점까지 포함해 24곳의 가맹점에 빵을 배달했지만, 결국 부도가 나고 말았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전 원도심이 쇠퇴하면서 손님이 급격히 줄어들었죠. 결정적인 타격은 2005년 설날 직전에 발생했습니다. 옆 건물에서 난 큰 불이 번져 3층 공장이 완전히 전소되고 만 겁니다. 힘든 경영 상황을 겨우겨우 버텨오던 임 대표는 "이제 다 끝났다"라는 생각에 모든 것을 포기하려 했습니다.

큰 위기를 겪은 성심당은 정체성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유행을 좇아가려고 애썼지만, 어느새 본연의 모습에서 멀어져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겁니다. 결국 성심당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모두가 좋아하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돌아가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기존의 대리석 바닥을 걷어내고 나무로 된 마루를 깔았고요. 시식용 빵도 한입 크기 대신 배를 채울 정도로 큼직하게 잘라 내놓았습니다. 매장에서 바로 구워내는 따뜻하고 푸짐한 빵이야말로 다른 프랜차이즈 빵집과 차별화되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 거죠. 이후 성심당은 제2의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2011년 롯데백화점 입점, 2012년 대전역점 오픈으로 전국적인 인지도를 확보했고요. 2013년 케익부띠끄 오픈, 2020년 온라인 쇼핑몰 론칭, 2023년 프리미엄 신제품 딸기시루 출시까지 이어지며 사업 다각화에도 성공했습니다.

대전에서만 이 정도인데, 전국으로 매장을 확장하면 대박이 날 것 같지만 성심당은 "프랜차이즈 계획은 없다"고 말합니다. 임영진 대표의 부인 김미진 이사는 "대전 시민이 성심당을 자부심으로 여기는 모습을 보며, '대전에서만 만날 수 있는 빵집'이라는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대전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성심당은 조용하지만 꾸준한 선행을 이어오고 있는데요. 성심당 본점 건물 외벽에는 수도꼭지가 하나 달려 있어요. 매장 앞에서 영업하는 포장마차 상인들이 자유롭게 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일부러 바깥으로 설치한 거라고 해요. 또 직원들의 유니폼 세탁도 이웃 세탁소에 맡기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직원이 늘어나면서 세탁 물량도 많아졌지만 업체를 바꾸지 않았죠. 2년 전 사장님이 연로해 세상을 떠났을 때는 성심당 직원들이 줄지어 조문을 할 만큼 깊은 인연을 맺어 왔습니다.
성심당이 이처럼 오랜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는 이유, '모든 이가 다 좋게 여기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성심당의 사훈인 이 문구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가치는 '관계'인데요. 매주 발행되는 사내 신문인 한가족신문에는 동료의 생일을 챙겨준 이야기, 아픈 가족을 위해 근무를 대신해준 동료에 대한 감사 등 서로가 나눈 따뜻한 경험들이 담기고요. 1년에 하루 모든 매장의 문을 닫고 전 직원이 함께하는 한가족 캠프도 진행합니다. 또 인사고과의 40%는 '동료를 얼마나 사랑했는가'로 평가한다고 해요. 지난해 12월에는 법적 의무가 없는데도 직장 어린이집을 개원하기도 했죠. 오랜 시간 함께해 온 직원들이 출산·육아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곳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였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전국민이 사랑하는 빵집이 됐지만, 성심당은 초심을 잃지 않았습니다. 1956년 문을 연 이래 매일 빵을 기부하고, 장학금과 미혼모·신생아 진료비를 후원해왔거든요. 이렇게 기부한 금액만 120억 원에 달한다고 해요. 70년 동안 이웃을 향한 나눔을 실천해온 성심당이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노동과 사람의 가치가 흔들리는 시대일수록 기업의 진짜 경쟁력은 결국 '사람을 어떻게 대하느냐'에서 시작된다는 것. 성심당은 그 사실을 가장 따뜻하고, 가장 꾸준한 방식으로 증명해내고 있습니다.
알면 돈이 되는 경제 이야기 '이게머니', 오늘은 대한민국 대표 빵집, 성심당에 대해 살펴봤는데요. 확장보다 가치를, 이익보다 사람을 선택해온 성심당의 진심이 앞으로도 오래도록 우리 곁에 남을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https://youtu.be/nUwly7njl-0

YTN digital 서미량 (tjalfid@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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