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축제 vs 반대 집회…‘성소수자’로 쪼개진 光州 금남로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2025. 12. 1.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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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성지 금남로에서 표면화된 ‘가치 충돌’
충돌 없이 마무리됐지만…차별금지법 찬반 격돌
“차별금지법 제정” vs “국민 반대로 4차례 폐기”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29일 광주 오후 동구 금남로 광주퀴어문화축제장에 걸린 현수막 글귀를 지나가던 한 시민이 읽고 있다. ⓒ 시사저널 정성환

11월29일 오후 쌀쌀한 날씨를 뚫고 민주화의 성지 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에서는 '두 개의 집회'가 동시에 펼쳐졌다. 500m 떨어진 곳에서 성 소수자 보호와 권리 문제를 놓고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가 격렬하게 부딪혔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둘러싸고 진보와 보수 진영이 격하게 충돌한지 1년 만에 맞이한 풍경이었다. 

이날 금남로 거리 안에서는 3년 만에 성 소수자를 위한 광주퀴어문화 축제가 열렸고, 같은 시간 반대 단체들도 집회를 열어 정부의 성소수자·성평등 정책 추진을 비판했다. 다행히 우려를 낳았던 퀴어 퍼레이드와 반대 거리행진이 각각 진행됐지만, 몸싸움 등 물리적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성소수자 문제를 둘러싸고 우리사회에 깔려있는 극명한 가치충돌이 표면화됐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 확산으로 열리지 못했던 퀴어축제가 도마에 오르면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둘러싼 갈등에도 재차 불이 붙은 모양새다.

29일 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에서 광주퀴어문화축제가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형형색색의 깃발을 흔들며 거리를 행진한 뒤 행사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전일빌딩245 앞을 출발한 퀴어축제 참가자 대열은 웨딩의 거리∼중앙대교∼금남로4가역 방면으로 돌아오는 코스를 따라 이동했다.ⓒ시사저널 정성환

한 거리서 '두개의 집회'…광주서 3년 만에 '퀴어축제' 

이날 오후 2시부터 광주퀴어문회축제가 금남로1~2가 일대에서 열렸다.  3년 만의 재개다. 올해 슬로건 '무등 : 무지갯빛 절대평등'은 광주의 상징인 무등산에서 착안했다. '무등(無等)'이라는 단어가 지닌 '등급이나 차별이 없음'이라는 뜻을 담았다. 차별 없는 사회와 완전한 평등을 지향하는 의미다.

광주퀴어축제에는 성소수자와 이들을 지지하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본격적인 축제 시작을 알린 오후 2시부터 현장에는 무지개 깃발을 두른 참가자들이 몰려들며 금세 2000여명(주최 측 추산)이 넘는 인파로 가득 찼다.

참가자들은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손깃발을 흔들며 축제를 즐겼다. 인권·노동·청년 단체 등이 마련한 부스는 형형색색의 깃발, 스티커, 배지 등 굿즈와 각종 체험 프로그램으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11월 29일 오후 광주퀴어축제에서 참가자들이 게시대에 리본을 달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참가자들은 서로 사진을 찍거나 몸에 페이스페인팅을 그려주는 등 축제 분위기를 즐겼다.

공식 행사는 광주 5·18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오후 5시18분, 임의 행진곡에 맞춰 묵념하는 것을 끝으로 막을 내렸으나 일부 참가자들은 남아 밤 7시가 넘도록 축제를 즐겼다.  

이번 축제는 광주·전남 지역을 비롯한 전국 30여개 시민사회단체와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지하는 5개 정당도 함께 했다. 

조직위는 성명을 통해 "광주는 인권과 민주주의의 도시로서 성소수자도 평등하게 살아갈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광주가 차별 없는 '무등(無等)'의 정신을 실천하는 도시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석영 광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은 "2007년 노무현 정부에서 차별금지법을 제정코자 했던 최초의 움직임은 그로부터 1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결실을 맺지 못했다"며 "계절이 흐를 때마다 사회의 혐오와 차별에 시달리는 성소수자들의 처우는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29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4가역 일대에서 기독교와 보수 성향 단체가 가정수호와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500m 떨어진 곳서 기독교·보수단체 맞불집회

동시에 광주퀴어문화축제 현장으로부터 약 500m 떨어진 금남로 4가에서는 기독교·보수 성향 단체가 맞불 성격의 퀴어와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집회를 시작했다.

반대 집회 참석자들은 정부의 성소수자·성평등 정책 추진에 반대했다.  경찰은 해당 집회 참가 인원을 약 1200명으로 추산했다.

이들은 '포괄적 차별 금제법 제정 반대한다', '동성 파트너 배우자 등록 반대' 등이 적힌 피켓을 들며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일부 참가들은 지나가는 버스와 버스 승객을 향해 피켓을 들어 올리며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11월 29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4가역 주변에서 열린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집회에서 피켓을 든 참가자가 촬영에 응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가정수호 퀴어반대 집회는 광주전남 차별금지법 제정반대시민연합과 전남성시화운동분부 등 7개 단체가 주관했다. 

주최 측은 "차별금지법은 21대 국회에서 4차례 발의됐지만 모두 국민의 반대로 자동 폐기됐다"며 "법적 개념의 모호성 등 구조적 결함이 해소되지 않은 채 재발의를 거론하는 것은 국민의 뜻을 무시하는 처사로 강행하려 한다면, 모두 투쟁을 불사할 것"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대다수 국민 정서에 반하는 퀴어 행사가 버젓이 대낮에 시내 중심가에서 벌어지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29일 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에서 퀴어축제와 보수 성향 단체의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집회가 동시에 열리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차벽으로 동선을 차단했다. ⓒ시사저널 정성환

경찰, 동선 통제·관리우려했던 충돌 없이 끝나

애초 양측 퍼레이드의 종착지가 모두 금남로4가역으로 계획돼 충돌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서로 시차를 두고 출발했고 경찰이 동선을 통제·관리하면서 뚜렷한 마찰이나 충돌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반대 집회 측은 이날 오후 4시부터 금남로4가역을 출발해 동부소방서 방면을 한 바퀴 도는 행진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가정수호 퀴어반대'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앞세우며 거리 행진을 이어간 뒤 집회를 마무리했다.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퀴어축제 참가자들의 퍼레이드도 반대 집회 측 행진과 20∼30여분 시차를 두고 시작됐다.

전일빌딩245 앞을 출발한 퀴어축제 참가자 대열은 웨딩의 거리∼중앙대교∼금남로4가역 방면으로 돌아오는 코스를 따라 이동했다.

한편 광주에서는 2018년과 2019년 금남로에서 퀴어축제가 열렸으며 2022년에는 영화제로 대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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