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도 안 나왔는데”…네타냐후, 뇌물·사기 재판 사면 요청에 비판 쇄도

뇌물·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는 중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유죄 인정을 하지 않은 채 대통령에게 사면해달라고 요청하자, 야당으로부터 “유죄 판결 나온 다음에나 요청하라”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네타냐후 총리가 30일(현지시각) 이츠하크 헤르초그 대통령에게 제출한 사면 요청서에는 자신의 유죄를 인정하는 대목이 없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가 작성한 1장짜리 서한과 변호인단의 111쪽짜리 사면 요청서를 공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영상 성명에서 “내 개인적 이익은 모든 재판에서 완전한 무죄 판결을 받기까지 법적 절차를 계속 진행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재판을 즉각 끝내 국민적 단결을 촉진하는 것이 국가적 이익이라 생각해 내 변호인단이 사면 요청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법원이 일주일에 세 번씩 재판정에 출석해 증언하라고 요구한 것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사면을 요청한 것도 이유로 들었다.

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는데 사면이 가능한지를 두고 논란이 있다. 5년 전 네타냐후 총리를 변호했던 미샤 펫만 변호사는 “법적으로 사면은 범죄자에게 주어지는 것”이라며 “네타냐후 총리가 유죄를 인정하지 않는 한 법적으로 사면을 허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유죄 판결 전 사면을 한 사례는 1984년 ‘300번 버스 납치 사건’ 때뿐인데, 이때는 피고인들이 혐의를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당시 사건에서 이스라엘 국내 정보기관 신베트 요원들은 버스를 납치한 팔레스타인 2명을 체포 직후 재판에 넘기지 않고 현장에서 구타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
반면, 다나 블랜더 이스라엘민주주의연구소(IDI) 연구원은 “재판 중인 사람에 대한 사면은 사법 독립성에 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면서도 “어떤 법도 사면의 조건으로 유죄 인정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총리의 사면 요청을 검토한 뒤 대통령의 법률 고문에게 권고안을 제출할 예정으로, 대통령의 결정까지는 수주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이스라엘 채널12방송은 보도했다. 헤르초그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 쪽에 유죄를 인정하는 플리바게닝(유죄 협상)이나 조건부 사면을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수사는 2016년에 시작됐고, 3건의 재판은 2020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유행과 2년 전 시작한 가자전쟁 등으로 재판이 연기돼왔기 때문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보도를 해주는 대가로 해당 언론사의 모기업에 유리하도록 규제를 바꿔주겠다고 제안하고, 세금 우대 입법을 원하는 사업가들로부터 20만달러(약 3억원) 상당의 시가와 샴페인, 보석 등을 받는 등 사기, 신뢰위반, 뇌물 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카타르에서 6500만달러의 뒷돈을 받은 혐의도 재판이 진행 중이다.
최대 야당 예쉬 아티드(‘그곳이 미래다’)의 야이르 라피드 대표는 “네타냐후가 죄를 인정하고 참회한 뒤, 정계에서 즉시 물러나지 않고서는 대통령이 그를 사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연합 대표인 야이르 골란도 “유죄 판결받은 사람만이 사면을 요청할 수 있다”며 “국가 통합으로 가는 유일한 길은 당신의 사임과 공직 은퇴에서 시작된다”며 사면에 반대했다.
이날 밤 대통령 관저 앞에서는 일부 야당 의원들이 참여한 시위대가 바나나를 쌓아두고 “사면=바나나 공화국”이라고 쓴 팻말을 들었다. 총리가 유죄 인정이나 사임 없이 자신의 부패 혐의를 대통령에게 사면받는 것은 저개발 독재국가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란 의미다. 알자지라는 “네타냐후는 이스라엘의 골칫거리가 됐다”며 “이스라엘은 수십년간 중동에서 유일한 민주주의 국가라고 자부해왔다. 사실 이스라엘 유대인들에만 절차적 민주주의가 보장되어온 정도였지만, 네타냐후 치하에선 그마저도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약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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