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주의·반지성···극우 개신교 토양에서 탄핵반대 세력이 자랐다[민주주의가 멈춘 날, 내 안의 민주주의는 더 커졌다]
·개신교는 왜 극우의 중심이 됐나

“계엄은 하나님이 주신 기회” “‘윤어게인’은 하나님이 다시 세우는 질서” “이에 맞서는 사탄과의 영적 전쟁을 벌이자”
2024년 12월3일 불법 계엄 이후 지난 1년간 거리에서 나부꼈던 구호들은 특정 종교의 언어가 바탕이 됐다. 그간 잠재해 있던 극우 정치의 악령은 불법계엄으로 깨어나 확산됐고 그 중심엔 보수 개신교계가 있었다. 천정환 성균관대 교수는 <역시비평> 151호에서 ‘한국 극우의 부활절’을 언급하며 불법계엄과 극우 개신교를 연결했다.
물론 개신교인 전체가 극우는 아니다. 지난 8월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 전국의 성인남녀 1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국민의 극우성향 비율과 개신교인 중 극우성향 비율은 각각 21% 정도로 비슷하다.
그럼에도 거리에 나온 극우 다수는 왜 개신교인일까. 개신교 내부에서는 개혁적인 신학자들을 중심으로 현상을 해부하고 극복하기 위한 연구와 토론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 지난달 27일에도 12·3 비상계엄 1주년을 앞두고 NCCK, 한국교회와 공공성 포럼 등이 주관한 ‘극우 기독교,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왜 개신교가 극우세력의 중심이 됐는지에 대한 분석이 쏟아졌다.
■극우를 떠받치는 교회
신학자들은 개신교의 환경에 주목한다. 권위주의적 교회 구조와 반지성주의, 기독교 교리에 따른 배타적 세계 인식에 구조적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개신교는 교회 내 권위주의와 담임 목사 중심의 절대적 리더십에 대한 지지가 높다. 또 성경을 문자적으로 해석하고 의심과 질문을 불신앙으로 간주하는 반지성주의적 신앙 문화가 주요하게 드러나는 특징 중 하나다. 그러다보니 민주적 토론 보다는 권위적 질서에 순응하는 구조가 교회 내에 일반적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화여대 송진순 교수는 “권위에 순응하는 개신교내의 구조가 정치적 권위주의와 결합할 때 신앙은 비판과 저항의 언어를 상실하게 된다”면서 “극우적 언어와 신앙 감수성이 개신교 내부의 구조와 문화 속에서 재생산되면서 극우 개신교는 극우 정치의 지원군이 아니라 극우 담론을 도덕적으로 정당화하는 구조적 동반관계”라고 분석했다.
■자본 숭배, 배제와 혐오가 만연
극우 성향 개신교는 소수자들에 대한 낮은 포용성과 강한 배제 성향을 보인다. 탄핵반대는 물론 차별금지법 제정에도 반대해왔다. 다만 이같은 특성은 극우 성향의 개신교인에 국한된다고 단언할 수 없다.
신익상 성공회대 신학연구원 교수가 후기 자본주의 파시즘의 관점으로 개신교인의 특성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대한민국이 하나님께 특별한 사명을 받은 나라라고 믿는 ‘종교적 민족주의’, 선거로 뽑힌 지도자는 위기 극복을 위해 일시적으로 의회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다는 ‘권위주의’ 등에 대한 지지도는 극우 성향의 개신교인이 그렇지 않은 성향의 개신교인에 비해 훨씬 높았다.
특히 자본숭배 및 시장 절대주의, 성소수자나 이민자 등은 전통적 가치를 침해하고 우리 문화 순수성을 위협한다는 부분에서 한국 개신교인 전반이 강한 지지를 보였다. 이같은 특성은 경제성장 일변도로 빠르게 구축된 한국 사회와 한국 교회의 성장이 궤를 같이 해 온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그릇된 선민의식과 기독교 국가 건설
오세조 NCCK 에큐메니칼 신학과 교육위원회 위원장은 “극우 개신교는 한국이 미국처럼 애초에 기독교 국가로 세워졌다고 생각하며 한민족이 이스라엘처럼 하나님의 선택을 받은 선민이라고 믿는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믿음의 근거로 삼는 것은 해방 후 군정, 이승만 정권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개신교인을 대거 등용한 데 있다. 실제 극우 개신교인은 이승만을 기독교 건국의 아버지로 여긴다. 극우 집회에 성조기와 이스라엘 국기가 등장하는 이유도 선민의식과 연결되어 있다. 오 위원장은 “기독교 국가의 사상적 토대는 기독교와는 무관한 세속적 이데올로기”라며 “이들은 사회통합을 해치는 기독교 국가와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 나라를 동일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수 개신교 반성적 성찰해야
이화여대 김혜령 교수는 “한국 개신교가 극우 개신교에 대한 비판만으로는 회복 불가능한 수준의 처참한 상황이 된 것은 거의 모든 개신교인에게서 나타나고 있는 배제와 혐오의 일상성, 자본주의 친화성 때문”이라면서 “자본에 대한 절대적인 숭배가 초래하는 극한의 경쟁문화는 복음의 정신과는 정면적으로 배치되는 것임을 철저하게 배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어 “도시개발로 인한 부동산 폭리, 목회 세습 및 교회 재정 불투명성, 가부장적 교회 직제, 개인의 경제적 자유에 대한 능력주의식 이해, 노동권에 대한 무지와 탄압 등 한국 교회의 모습을 다수의 개신교인들이 반성적으로 성찰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박경은 선임기자 k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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