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카페인, 밤엔 멜라토닌”…‘강제 수면’에 빠진 한국 10대·20대
표기 함량과 다른 제품도 다수 발견
꿈·악몽, 졸림, 집중력 저하 부작용
“청소년 수면 유도 효과로 사용 안돼”

학생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식은 낮 시간대 반복적인 카페인 섭취를 통해 졸음을 억제하고, 밤에는 멜라토닌으로 억지로 수면 신호를 만드는 구조다. 카페인의 각성 효과는 개인에 따라 6~12시간 이상 지속될 수 있어 늦은 밤 잠들기 어렵게 하는데, 이를 멜라토닌으로 ‘덮어버리듯’ 끊어내는 방식이 루틴처럼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생활리듬이 뒤집히면 멜라토닌으로 맞춘다”, “밤새 공부하고 고함량으로 잔다”와 같은 표현도 자연스럽게 등장하고 있다.
문제는 학생들이 복용하는 멜라토닌 상당수가 해외 직구 제품이라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멜라토닌이 전문의약품 형태로 제한적으로 허가돼 있지만, 해외에서는 건강보조식품으로 판매되기 때문에 5㎎·10㎎·12㎎ 등 고함량 제품을 어렵지 않게 구매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해외 직구 제품의 국내 반입과 판매는 현행법상 불법이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서도 해외 제품 다수가 실제 함량이 표시량과 크게 다르거나 일부에서는 예상치 못한 성분이 검출되는 등 품질·안전성 문제가 반복적으로 지적됐다.
최근 국제 조사에서도 시판 멜라토닌 제품의 약 90%가 표기량과 다른 함량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젤리형 제품은 편차가 가장 컸고, 일부는 표기량의 4~5배 멜라토닌이 검출되기도 했다. 젤리형 멜라토닌은 맛과 휴대성 때문에 10대 선호도가 높은 형태라 실제 섭취량이 표시보다 훨씬 많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해외 독성관리센터 보고에서도 소아·청소년의 멜라토닌 관련 부작용 사례는 증가하는 추세다. 생생한 꿈·악몽, 다음날 기상 어려움, 강한 졸림, 어지럼, 두통, 집중력 저하와 같은 경미한 이상반응이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실제로 유럽임상약리학저널(European Journal of Clinical Pharmacology)에 실린 체계적 문헌고찰 ‘어린이와 청소년에서 멜라토닌 치료의 단기 및 장기 부작용’(The short-term and long-term adverse effects of melatonin treatment in children and adolescents)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확인됐다. 해당 분석에서는 멜라토닌을 복용한 소아·청소년이 위약군보다 비심각한 부작용을 경험할 상대 위험이 1.56배 높았다고 보고했으며, 악몽·졸림·두통 등의 이상반응은 일관되게 관찰됐지만 장기적·고용량 사용에 대한 근거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내에서 판매되는 식물성 멜라토닌 제품들도 혼란을 키우고 있다. 식물성 멜라토닌은 멜라토닌을 함유하지 않은 식물 추출물(보통 대추·카모마일·라벤더 등) 조합에 수면 도움 이미지를 더한 형태다. 제품명에는 멜라토닌이 강조되지만, 실제 수면호르몬 멜라토닌과 동일한 작용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약사·소비자들 사이에서 “멜라토닌 효과는 없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카페인으로 버티고 멜라토닌으로 잠드는 방식이 10대·20대 사이에서 하나의 루틴처럼 고착되는 가운데, 무분별한 사용에 대한 경계가 더욱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이클 그래디사르 호주 수면연구가는 “많은 사람들이 멜라토닌을 안전한 약제로 알고 있지만, 장기간 어린이와 청소년의 수면장애 치료에 멜라토닌 사용의 안전성을 철저히 조사한 연구가 없었다”면서 “어린이와 청소년의 안전을 담보로 수면 유도 효과를 얻기 위해 멜라토닌을 사용해서는 안 될 것”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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