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 날아든 앵무새, 구조도 보호도 어려운 현실

지난달 16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손님의 커피를 몰래 마시다 경찰에 구조된 앵무새가 화제가 됐다. 보도에 따르면 이 앵무새는 국제적멸종위기종(CITES) 부속서 1에 해당하는 '노랑머리아마존앵무'다. 부속서 1에 속하는 종은 원칙적으로 상업적 거래가 금지돼 있고, 학술연구·의학·전시를 위한 거래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앵무새는 일단 지역 동물보호센터로 옮겨졌고, 유기동물 공고 기간 안에 소유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국립생태원의 CITES 보호시설로 가게 된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11809410004155)
국립생태원 보호시설은 밀수, 밀거래, 유기되는 국제적 멸종위기종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2021년에 설립됐으며, 현재 CITES 종 동물 62종 376마리를 보호하고 있다. 조류뿐 아니라 사막여우 등 포유류, 악어, 이구아나와 같은 파충류도 보호한다.
국립생태원에서 보호하는 동물 대부분은 밀수 과정에서 압수된 동물들이다. 보도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시설에 입소한 동물 1,252마리 가운데 995마리(79.5%)는 밀수 단속 도중 적발됐다. 유기는 153마리(12.2%), 압류는 39마리(3.1%), 구조 및 기타 이유로 65마리(5.2%)가 보호소에 들어왔다.
인터폴에 의하면 전 세계 야생동물 불법거래 시장은 200억 달러(약 29조4,615억원)에 달한다. 세계앵무새보호연합(Wild Parrot Coalition)에 따르면 매년 수십만 마리의 야생 앵무새가 밀렵돼 시장에 유입된다고 한다. 국립생태원 CITES 보호시설에는 실제로 일어난 밀수 적발 사례를 재현한 상설 전시장이 있다. 인도별거북을 반찬통 안에 넣어 항공 수화물로 들여오다 적발된 사례, 텀블러 안에 토케이게코를 넣어 밀수하다 적발된 사례 등 방법도 다양하다.

CITES 종이 아니라 하더라도 사람의 손을 타다 유기된 야생동물들은 구조와 보호가 난망하다는 점도 문제다. 다행히 이번에는 시민의 신고와 경찰의 신속한 출동으로 안전하게 구조될 수 있었다. 그러나 버려진 외래 야생동물을 구조 ·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은 우리나라에 아직 갖춰져 있지 않다. 전국에 야생동물구조치료센터가 10개소 운영되고 있지만 우리 생태계에 서식하는 야생동물을 구조해 치료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지 외래 야생동물을 구조하기 위한 시설은 아니다.
지방자치단체가 동물보호법에 따라 동물보호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개, 고양이를 위주로 구조하는 시설이다 보니 조류, 파충류 등 다른 분류군에 적합한 보호 환경이나 관리 가능한 역량을 갖추고 있지 않다. 개, 고양이만 입소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외래 야생동물을 발견하고 신고한다고 해서 무조건 구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국립생태원은 CITES 보호시설 외에 유기외래야생동물 보호시설을 운영하고 있지만 전국에서 버려지는 외래야생동물을 모두 구조할 수도, 보호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유기되지 않는다 해서 문제가 끝나는 건 아니다. 지난해 학술지 '동물복지'(Animal Welfare)에 발표된, 사육환경에 있는 앵무새에 대한 동물복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육자들의 교육 및 동물에 대한 수의학적, 행동적 지원 부족과 함께 사회적 고립, 부적절한 사육장, 정상적인 행동을 표출할 수 없는 환경, 영양 등이 앵무새 복지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꼽혔다. 연구팀은 조류 복지, 수의학, 동물행동학, 보전 생물학 부문에 속한 41명의 전문가 패널에게 중요도를 묻는 '델파이 방식'으로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야생에서 앵무새는 매우 사회적인 동물이며 짝을 찾거나 다른 동물과 교류하며 의사소통을 하는데 하루 대부분을 보낸다. 그러나 사회적 상호 작용이 불가능한 가정 환경에서는 앵무새가 우울, 만성 스트레스, 불안, 공격성 등을 보일 수 있다. 또한 비행, 먹이 찾기 등 자연스러운 행동을 보일 기회와 정신적 자극이 부족한 환경은 다양한 행동 문제의 원인이 된다. 실제로 온라인 앵무새 사육 커뮤니티에서는 가슴깃 뽑기 등 자해 행동 문제를 고민하는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사육자의 정보 부족으로 부적절한 식단을 공급하게 되면 대사성 뼈 질환, 저칼슘혈증 등 심각한 건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해외 각국의 수의사회는 동물 건강 전문가 집단으로서 '이색 애완동물'(Exotic Pet)의 사육 자체에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공식 입장을 취하고 있다. 캐나다수의사회는 "협회는 토종 및 외래 야생동물 종과 그 잡종을 애완동물로 키우는 것을 반대한다"라며 "(야생동물의 애완화는) 동물복지를 손상시키고 동물의 건강 및 안전에 불필요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며,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캐나다수의사회는 여기에 더해 야생동물을 더 안전한 반려동물로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행해지는 모든 수술 절차에 반대한다는 입장도 내놓고 있다.

영국수의사회는 이색 애완동물을 '비전통적 반려동물'(Non-traditional companion animal · NTCA)로 지칭하며, 2023년 이 문제에 대해 21페이지에 달하는 정책 입장문을 발표했다. 협회는 81%의 수의사가 NTCA의 복지에 우려를 나타냈고, 일부 NTCA는 가정에서는 충족시키기 '거의 불가능한' 특수한 관리를 필요로 하고 복잡한 사회적, 인지적 영양적 요구를 갖고 있음을 설명하며, 동물복지 5대 영역을 충족하고 좋은 삶을 누릴 수 있다고 높게 예측되는 종만 영국 내에서 사육될 수 있도록 야생동물 사육에 대한 추가 규제를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은 이어서 백색목록 등 일부 종을 허가하는 '그린라이트 시스템'(Greenlight System)과 여러 단계의 사육자 면허 시스템 도입을 통해 규제를 강화할 수 있지만, 사육이 허가된 종이라 하더라도 '기르기 쉬운 종'으로 간주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이 아니더라도 호기심에 사육 난도가 높은 야생동물을 기르다가 유기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그렇다고 계속해서 보호시설만 늘릴 수도 없다. 밀수도 결국 수요가 있으니 존재하기 때문에 시민을 대상으로 야생동물 거래와 사육의 문제점을 교육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국 브롱크스 동물원의 앵무사는 앵무새의 포획, 운송, 검역, 유통 등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립생태원은 2024년부터 공영동물원 13개소와 협력하여 ‘생명을 거래하지 마세요’(No Trade Wildlife)라는 주제로 관람객 대상 교육 홍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충북 청주시의 청주동물원도 세종시에서 유기된 붉은여우를 전시하면서 관람객을 대상으로 야생동물의 무분별한 수입과 사육은 동물과 사람 모두에게 위험한 일임을 알리고 있다.
동물원뿐 아니라 어린이집, 학교 등 교육기관에서도 이와 같은 교육 활동이 진행된다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사육자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동물을 기르려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정보를 교육하고,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은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사전교육제를 도입하는 방법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이번 사건이 단지 앵무새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구조된 해프닝에 그치지 않고 국제적 멸종위기종의 밀수와 거래를 줄이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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