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실록지리지서 동여도지까지… ‘지도로 읽는’ 조선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고산자(古山子) 김정호가 1861년 편찬한 이 지도는 완전히 펼치면 길이가 세로로 약 7m에 이른다. 굵직한 산맥과 하천뿐 아니라 도로, 역참, 군사 시설까지 상세히 표시돼 조선시대 지도의 정수로 평가된다.
하지만 앞서 1850년경에 쓰여진 ‘이 책’이 없었다면, 고산자의 대동여지도는 이처럼 높은 완성도를 갖추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조선 팔도의 호구와 풍속, 특산물 등 40여 개 지리 정보를 치밀하게 담아낸 지리서 ‘동여도지(東輿圖志)’가 그 책이다.
동여도지 등 ‘지리지(地理誌)’를 조명한 특별전 ‘사람과 땅, 지리지에 담다’가 대구 수성구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지난달 25일부터 열리고 있다. 지리지는 특정 지역에 관한 총체적 기록이 담긴 문헌을 일컫는다. 18세기 조선의 땅길과 바닷길을 기록한 교통 안내서 ‘도로고’와 19세기 풍수지리 문헌 ‘풍수도참서’ 등 지리지와 지도, 회화 등 문화유산 87건이 전시됐다.
정대영 학예연구사는 “조선시대 지리지는 일반 백성은 볼 수 없던 위정자들의 책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데 필요한 지역별 정보가 빼곡히 담겼다”며 “당대 통치 이념과 사회 변천까지도 엿볼 수 있는 복합적 사료”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조선 전기의 핵심적인 지리 자료인 ‘세종실록지리지’와 ‘동국여지승람’, ‘신증동국여지승람’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세종실록지리지는 국가 통치를 위해 지리에 큰 관심을 가졌던 세종대왕의 명으로 편찬된 지리서다.
누구나 쉽게 읽도록 드물게 한글로 기록한 ‘전지도’(사진)도 눈길을 끈다. 세계지도인 ‘천하도’와 조선 팔도, 이웃 나라 지도 등을 한글로 수록했다. 고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이 국가에 기증한 유물 중 하나로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내년 2월 22일까지.
대구=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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