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로 각종 논란 틀어막아온 쿠팡, 올해 정부·국회 출신 18명 채용

쿠팡의 대규모 개인 정보 유출 사고를 놓고 정치권에선 규제나 국감, 과징금 등에 대한 방어가 경영 최우선 순위가 된 결과, 보안이나 내부 통제는 경영진 관심사에서 뒤로 밀린 영향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은 전현직 대표 모두 대관 분야 출신이고, 야간 근무자의 잇따른 사망 사고, 입점 업체 수수료 문제 등 각종 논란을 막고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정치권 인사를 대거 영입해 왔다. 야권에선 “대관 조직을 동원해 당장의 논란을 막는 데만 집중하다 보니 소비자는 안중에 없었던 것”이라며 “5개월간 정부도 쿠팡도 개인 정보 유출을 몰랐다는 게 말이 되냐”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사무처 감사관실에 따르면, 올해 쿠팡으로 이직하기 위해 취업 심사를 받은 4급 보좌관은 총 9명(계열사 포함)이었다. 이들의 직급은 부사장·이사·전무·상무 등 고위 임원 중심이었다. 취업 심사 공개 의무가 없는 비서·비서관 등 보좌진 전체로 확장하면 훨씬 많은 인원이 쿠팡으로 옮겼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관계자는 “쿠팡은 특히 계엄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할 것을 예상하고 친민주당 인사를 공격적으로 영입했다”고 했다. 여기엔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보좌진 출신도 포함됐다.
정부 출신 가운데서도 4급 이상 등 취업 심사 대상 퇴직자 9명이 올해 쿠팡이나 그 계열사에 취직했다. 취업 심사 대상이 아닌 공직자 출신을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실제 쿠팡의 물류 담당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는 이재명 정부 출범 전후인 지난 5~6월 고용노동부 공무원 8명을 영입했다. 쿠팡은 지난해 공정위에서 자체 브랜드 상품 노출 알고리즘 조작 혐의로 과징금 1628억원을 부과받자 올해 공정위 출신을 2명 영입했다.
국민의힘 보좌관 출신 한 인사는 “쿠팡이 올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대관 조직을 크게 증원하면서 국회의원 보좌진뿐만 아니라 고용노동부, 금융감독원 출신까지 공격적으로 채용했다”면서 “10년 차 미만 고용노동부 사무관이 억대 연봉을 받는 등 채용 조건도 좋았다”고 했다. 여권 인사는 “팔은 안으로 굽는 법 아니겠냐”며 “우리 식구가 쿠팡에 가 있는데 논란이 있어도 한 번 더 고민하게 되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쿠팡은 경영진 구성부터 ‘대관 기업’”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박대준 쿠팡 대표는 LG전자 대외협력실과 네이버 정책실을 거친 대관 출신이다. 2012년 쿠팡의 정책 담당 실장으로 합류했다. 최근 쿠팡의 모회사인 쿠팡 Inc.로 옮긴 강한승 전 대표도 판사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거쳐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근무하다 쿠팡에 합류했다.
실질적 오너인 김범석 창업주는 2021년 쿠팡 한국 법인 의장과 등기 이사직에서 모두 사퇴하며 최고 경영자가 져야 할 법적 의무에서 벗어났다. 재계 관계자는 “창업주는 미국 본사를 통해 실질적 경영권을 행사하고, 한국에서는 대관 출신 전문 경영인을 전면에 내세워 사법 리스크와 국회 출석 부담 등을 해소하는 ‘권한과 책임의 불일치’ 구조”라고 말했다.
스카우트된 대관 인력들은 국회 등을 출입하며 입법 동향을 파악하거나 정부 부처에 회사의 이해관계를 설명한다. 한 여당 보좌관은 “쿠팡은 근로자 사망 사고가 터질 때마다 의원실을 돌며 해명 자료를 뿌린다”면서 “우리가 설명을 요구한 적도 없는데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쿠팡은 사업을 확장하면서 크고 작은 논란을 빚고 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는 올해만 4건의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배송 혁명’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지만 쿠팡의 사업 구조는 ‘가장 가혹한 심야 시간에, 건강·생계 취약 계층을 대거 투입해야 유지되는 구조’라는 비판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쿠팡이 유료 멤버십에 가입해야만 누릴 수 있는 할인 혜택을 허위로 표시하거나 과장한 혐의로 제재에 착수했고, 배달 앱인 쿠팡이츠가 입점 음식점들에 음식 가격과 각종 혜택을 경쟁사 수준으로 낮추도록 하는 최혜 대우를 강요한 혐의도 들여다보고 있다.
쿠팡 퇴직금 불기소 외압 의혹은 상설 특검 출범으로 이어졌다. 지난 4월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부천지청이 인천지검 부천지청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쿠팡 물류 자회사(쿠팡풀필먼트서비스)의 퇴직금 미지급 사건과 관련, 검찰 내에서 ‘기소하지 말라’는 압력이 작용했다는 의혹이다. 이런 의혹이 불거지면서 쿠팡의 의원회관 출입 빈도는 더 높아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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