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신 하나 없는데… 말로만 발가벗는 19禁 코미디
하정우 4번째 연출, 소통의 본질 탐구

침실은 따로, 대화는 문자로. 무미건조한 부부 정아(공효진)와 현수(김동욱)는 요즘 위층에서 들려오는 민망한 소음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도대체 밤마다 짐승 같은 소리를 내는 윗집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러던 어느 날, 정아의 제안으로 윗집 부부(하정우·이하늬)를 집으로 초대해 저녁 식사를 함께하게 되면서, 예기치 못한 소동이 벌어진다.
한동안 극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19금 코미디 영화가 오랜만에 나타났다. 3일 개봉하는 ‘윗집 사람들’은 야하지 않으면서 야한 영화다. 노출이나 베드신 없이도 파격적인 설정과 적나라한 대사만으로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았다.

최근 흥행 성적이 부진했던 배우 겸 감독 하정우의 도발적인 승부수다. 그의 네 번째 연출작으로, 이번에도 주연과 연출을 겸했다. 하정우는 윗집 남편 김 선생 역을 맡아 은밀한 취미를 지닌 한문 선생을 능글맞게 연기했다. 특유의 뻔뻔하고 능청스러운 유머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하정우표 코미디의 결정판을 보여준다.
영화는 단 하룻밤, 아파트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속도감 있게 흘러간다. 남의 집 거실에서 커플 요가를 시연하고, 농염하게 석류즙을 짜며 샐러드를 만드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윗집 부부 덕에 웃음 타율이 높다. 방대한 대사량과 반복되는 말장난 때문에 후반부로 갈수록 다소 피로해지지만, 마무리는 담백하고 깔끔하다.
윗집 부부의 선을 넘는 제안을 계기로, 부부 사이에서도 쉽게 털어놓지 못했던 욕망과 비밀, 진심이 조금씩 드러난다. 체면과 예의를 차리던 이웃들이 감정적으로 발가벗겨지는 과정이 과감하면서도 유쾌하게 펼쳐진다. 한여름밤 꿈처럼 왁자지껄한 소동이 지나간 뒤, 아랫집 부부는 각자의 상처를 마주하고, 서로를 보듬는다. 발칙한 소재로 눈길을 끌지만, 결국 관계와 소통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좁은 공간 안에서 이뤄지는 연극적 구성으로, 하정우·공효진·이하늬·김동욱 등 네 배우의 기량이 돋보인다. 대사의 리듬감과 ‘티키타카’ 호흡을 살리기 위해 사전 리딩을 도와줄 전문 배우를 섭외해 연습을 거듭했다고 한다. 판타지처럼 비현실적인 상황이 연달아 벌어지지만, 공효진과 김동욱의 현실감 있는 연기 덕에 무리 없이 극에 빠져들 수 있다. 우아한 얼굴로 도발적인 대사를 내뱉는 윗집 아내 이하늬의 존재감 역시 강렬하다.
스페인 영화 ‘센티멘탈’이 원작. 지난 25일 열린 시사회에서 하정우는 원작의 틀을 가져오되, “캐릭터의 속마음을 더 드러내고, 음악이나 색채도 적극적으로 사용해 전체적인 온도와 에너지를 올리려 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속 벽을 장식한 그림은 화가로도 활동 중인 하정우의 작품이다.
영화 전체에 자막을 삽입해 더 편하게 볼 수 있다. OTT에 익숙한 관객들이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대사를 놓치지 않도록 배려한 장치다. 하정우는 “단순한 코미디 영화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연말에 이야깃거리가 되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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