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의 힘과 현실①] 자발적 입소문·스타들의 응원…이유 있는 관심과 흥행
14만 명 돌파한 '세계의 주인', 올해 개봉한 韓 독립 영화 1위
관객들 자발적 입소문 형성…스타들은 응원 상영회로 힘 보태

[더팩트|박지윤 기자] 거대 자본과 스타 캐스팅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지금 시점에서 규모는 작지만 신선한 이야기와 놀라운 완성도로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는 한국 독립영화들이 관객들의 선택을 받으며 작지만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올해 한국 영화계는 그 어느 때보다 꽁꽁 얼어붙어 있다. 천만 영화는커녕 조정석 주연의 '좀비딸'(563만 명)이 2025년 개봉한 한국 영화 흥행 1위를 기록 중이고, 이를 제외하면 400만 명을 넘은 한국 영화가 없다. '야당'(337만 명) '어쩔수가없다'(294만 명) '히트맨2'(254만 명) '보스'(243만 명) '승부'(214만 명)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이 가운데 상업영화에 비해 현저히 적은 상영관과 상영 횟수를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립영화 흥행 기준인 1만 명을 넘은 작품들이 계속 나오고 있어 이목을 집중시킨다.

앞서 '세계의 주인'은 토론토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한국 영화로는 최초이자 유일하게 초청됐고 핑야오국제영화제에서 2관왕을 차지했다. 또 바르샤바국제영화제에서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받았고, 한한령 이후 한국 영화의 중국 시장 진출이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빠르게 중국 배급사를 확정 지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음을 확인시켜 줬다.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 연달아 초청되며 기대감을 높인 '세계의 주인'은 성장기인 청소년들의 감정과 정체성을 섬세하게 건드리고, 서수빈을 비롯한 배우들은 각 캐릭터가 느끼는 미묘한 심리 변화와 감정의 결을 현실적으로 표현하며 묵직한 울림을 안겼다.
이를 본 관객들은 자발적으로 '無 스포 리뷰 챌린지'를, 배우 김혜수 김태리 김의성 등 영화계 선후배들의 '릴레이 응원 상영회'를 시작하며 긍정적인 입소문에 힘입어 장기 흥행에 돌입했다.

이후 베일을 벗은 '사람과 고기'는 박근형 예수정 장용의 깊은 내공이 돋보이는 연기력으로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그리고 모두에게 언젠가 찾아올 미래인 노인 3인방의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펼쳐내며 존엄한 삶과 늙는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
다만 작품은 개봉 초반 여러 상업영화에 밀려 이른 아침이나 심야 시간대에 주로 상영됐고, 상영관과 상영 횟수도 적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관람객 평점인 CGV 골든에그지수 98%(이하 28일 기준)를, 네이버 평점 9.16점을 기록하며 높은 평점을 받았다. 이어 상영관을 늘려달라는 관객들의 요청과 배우 최강희 유태오 김혜수, 가수 윤상 양희은, 장항준 감독, 명필름 심재명 대표 등의 응원 상영회도 이어졌다.
이에 힘입어 '사람과 고기'는 개봉 2주 차 60개 상영관에서 개봉 3주 차에는 13개가 늘어난 73개 상영관으로 극장이 추가 편성되고 상영 회차가 늘어나는 '상영관 역주행'을 이뤄냈다. 그 결과 3만 명을 동원했고 개봉 6주 차인 지난 12일 상영관이 또 한 번 확대되는 놀라운 발자취를 남겼다.
'3학년 2학기'(감독 이란희)는 따뜻한 휴머니티와 정직한 리얼리티를 통해 세상의 모든 초년생에게 진한 공감과 위로 그리고 따뜻한 응원을 전하는 내용으로 꾸준히 관객을 불러 모았다. 특히 영화는 국내 주요 영화제 시상식에서 총 13관왕을 달성했고, 작품의 메시지와 맞닿는, 사회 초년생을 위한 '응원상영회'와 직업계고인 서울로봇고등학교 전교생 단체 관람이 진행되면서 2만 관객을 돌파하는 뜻깊은 기록을 추가했다.

무엇보다 이러한 흐름은 제한된 제작·마케팅 환경과 적은 상영관·상영 횟수 속에서 작품의 완성도와 메시지를 알아본 관객들과 스타들이 자발적으로 형성한 입소문과 상영회 덕분에 나타난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인상 깊다.
특히 이는 독립 영화의 관객층은 좁고 고정적일 것이라는 편견을 깸과 동시에 '잘 만든 작품은 결국 본다'는 흥행 공식을 또 한 번 입증했고, 상업영화 중심 구조 속에서도 콘텐츠 자체의 경쟁력이 관람 선택에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와 관련해 영화감독 A 씨는 <더팩트>에 "그동안 봐왔던 상업영화와 비슷한 결의 작품이나 예상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는 더 이상 극장에서 보려고 하지 않는 분위기인데 '세계의 주인' 등 올해 개봉한 독립영화들은 또 다른 체험의 영역이라고 느끼는 것 같다"며 "요즘 젊은 분들이 미술관 전시회를 많이 보러 가는데 영화는 그렇지 않다. 그러다가 입소문을 타니까 '안 보면 안된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이는 영화 자체가 좋아야 가능한 일"이라고 바라봤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상업영화가 잘 안되고 개봉작들이 많이 나오지 않으니까 독립영화로서는 기회다. 상업영화들이 줄줄이 개봉했던 과거보다 지금 더 틈새를 노릴 수 있고 장기 상영도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현재 상업영화들은 뻔한 스토리와 기획으로 관객들의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고 있는 반면 독립영화들은 신선한 소재나 형식, 주제를 다루다 보니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 또 한 번 보고 만족도가 높으면 다른 독립영화를 찾는 힘이 생기니까 관객 수가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고 전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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