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호섭의전쟁이야기] 중일전쟁의 최종 승자


반면 중국 공산당은 중일전쟁을 조직 확대의 기회로 삼았다. 일본군의 침공은 공산당이 국민당의 직접적인 압박을 피할 완충지대를 만들었고, 공산당은 유격전, 정치공작, 선전 활동을 적극 활용하며 자신들을 일본군과 가장 효과적으로 싸우는 세력으로 보이게 했다. 국민당의 통제력이 미치지 못하는 지역은 공산당의 세력 확장 기반이 되었고, 종전 무렵에는 정치와 군사 양면에서 전쟁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성장해 있었다. 여기에 전쟁 말기 소련의 대일전 참전과 만주 점령은 공산당에 유리한 전략 환경을 제공했다.
미국은 중국군이 일본군 주력을 중국 대륙에 묶어두고 있다는 점, 중국을 일본 본토 폭격의 거점으로 활용할 가능성 그리고 전후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질서 구상을 고려해 장제스를 연합국 지도자로 대우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전황 악화와 국민당 정부의 부패·비효율성, 지휘권을 둘러싼 마찰이 겹치면서 미국과 중국 간의 신뢰는 점차 흔들렸다. 그 결과 미국의 전략적 관심은 일본의 조기 패망을 위한 태평양 전선에 집중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당군은 미국의 요구로 버마 전선 등 외부 작전에 투입되며 전력을 소모했고 중국 전선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처럼 행위자들의 상이한 전략과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가운데 중일전쟁은 중국의 승리로 끝났지만, 정작 그 승리의 주역이던 국민당은 이어진 국공내전에서 패배해 대만으로 밀려났다. ‘중첩전쟁’의 최종 승자는 공산당이었다. 오늘의 대만 문제는 이 역사적 흐름에서 비롯된 것이며, 현재의 중·일 갈등과 미·중 경쟁 역시 당시 형성된 구조적 균열이 장기간 누적된 결과로도 해석 가능하다.
심호섭 육군사관학교 교수·군사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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