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우크라, ‘제네바 종전안’ 협상…러 동의 ‘최종’까진 먼 길
우크라 비서실장 사임 관련 젤렌스키 “한 사람 빠져도 문제 없어”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30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에서 만나 러·우크라이나 평화협정안에 대한 협의를 이어갔다. 이번 만남을 통해 러시아에 제시할 최종 평화안이 완성될지 주목된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측 대표단으로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티브 윗코프 대통령 중동특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등이 참석했다.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최근 부패 혐의로 사퇴한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비서실장을 대신해 루스템 우메로프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가 이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수감사절 연휴를 계기로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에 머물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 엑스에서 자국 대표단의 방미 사실을 확인하며 “스위스 제네바 협상에 기반한 대화가 계속될 것이다. 미국 측은 건설적인 접근을 보여주고 있다”며 “향후 며칠 내로 전쟁을 품위 있는 종결로 이끌 방안을 확정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들을 마련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과 러시아는 28개 항으로 구성된 평화안을 초안했고 미국은 이 안을 들고 지난 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우크라이나와 만났다. 미·우크라이나는 우크라이나의 이해관계를 반영해 해당 평화안을 19개 조항으로 대폭 수정했다. 양측은 영토 문제나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영구 금지 같은 핵심 쟁점은 정상들 간에 담판을 짓도록 결정을 미뤄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의에서 최종안이 마련되더라도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수정한 평화안에 러시아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휴전 논의는 또다시 공전할 수 있다. 윗코프 특사는 우크라이나와 협상을 마친 뒤 조만간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평화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우크라이나 내부 상황이 협상에 변수가 될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가디언은 협상 대표단장이자 젤렌스키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예르마크 전 비서실장의 사임이 “종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의 입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 사이에서는 이번 부패 스캔들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서 영토 포기 등 항복을 받아낼 기회라는 말이 나온다고 르몽드는 전했다.
우크라이나에선 젤렌스키 대통령 측근들이 국영 원자력공사를 통해 1억달러(약 1470억원)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불법 세탁·분배한 혐의가 드러나 범죄에 연루된 이들이 도주하거나 장관직에서 사퇴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로이터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이래 가장 어려운 정치·군사적 상황에 처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뉴욕타임스는 올렉산드르 메레즈코 우크라이나 의회 외교위원회 위원장의 말을 인용해 “협상은 팀워크이며 한 사람이 빠진다고 메커니즘이 바뀌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엑스에서 “우리 대표단은 협상에 필요한 지침을 갖고 있다. 나는 대표단이 명확한 우선순위에 따라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대표단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또 폭격했다. 주말 사이 최소 4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 현재 러시아는 전선에서 우크라이나를 조금씩 밀어내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도시들은 계속된 공습으로 매일 몇 시간씩 정전이 발생하고 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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