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은 반정부 투쟁, 여당은 야당 압박만…‘정치 복원’ 요원

심윤지 기자 2025. 11. 30.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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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월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오찬 회동 전 기념사진 촬영에서 손을 포개 잡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현 정부 출범 후 ‘협치’움직임
얼마 못가 여야 극한 대립 시작
국힘, 사과 없고 윤 세력과 동행
여당도 여야 합의 파기하는 등
지지층만 의식, 정치 공간 축소

12·3 불법계엄을 일으킨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재임 내내 정치의 본령인 대화와 타협을 거부한 채 시행령과 재의요구권 행사로 일방 통치를 했다. 제1야당 대표와도 22대 총선에서 참패하자 취임 2년 만에야 처음 회동했다. 그 종말은 군경을 동원한 쿠데타였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 파면과 정권교체 이후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현실은 요원하다.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기는커녕 반정부 투쟁에 집중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협치보다는 대야당 압박에 집중하고 있다. 불법계엄 1년을 앞두고 토론과 절제의 정치 회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 정부 출범 직후에는 정치 복원의 기류가 엿보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9일째인 6월22일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여야 지도부와 첫 회동을 했다. 또 지난 9월8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등 여야 지도부와 만났고, 장 대표와 별도의 단독 회담도 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여당이 더 많이 가졌으니 여당이 더 많이 양보하면 좋겠다”고 했고, 장 대표 역시 “대통령께서 정치를 복원하는 데 중심적 역할을 해주신다면 야당도 비판할 것은 비판하되 민생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협조할 부분은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협치 움직임은 오래가지 못했고 여야의 극한 대립이 시작됐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30일 “3대 특검 가동과 내란 수사·재판으로 인해 대화와 타협을 할 공간이 많이 줄어든 구조적 제약이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국민의힘은 계엄 1년을 앞두고 사과라는 첫 단추조차 끼우지 못하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28일 대구에서 연 국민대회에서 “(계엄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더불어민주당의 의회 폭거와 국정 방해가 계엄을 불러왔다”고 말했다. 명시적인 사과 없이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정당화 논리를 그대로 반복한 셈이다. ‘윤 어게인’ 세력과의 결별도 주저하고 있다. 장 대표는 계엄을 노골적으로 옹호한 황교안 전 총리가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라고 외쳤다. 윤 전 대통령 면회까지 했다.

국민의힘은 오히려 대정부 투쟁 수위를 올리고 있다. 장 대표는 30일 강원 춘천에서 열린 국민대회에서 “민생을 살리고 경제를 일으키고 미래로 나아가려면 이재명(대통령)과 민주당을 조기에 퇴장시켜야 한다”고 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계엄에 책임이 있는 정당이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하지 않는다면 국회는 내란 프레임 충격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며 “야당의 입장 정리 없이 국회의 정상화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00년 대선 불법자금 사건으로 차떼기당 오명을 썼을 때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천막당사까지 열며 도덕성 회복에 사활을 걸었다”며 “지금은 그보다 더 큰 사건인데 그때만큼의 자정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집권여당도 협치보다는 대야 압박에만 몰두하고 있다. 정청래 대표는 취임 첫날인 지난 8월2일 “성찰하지 않는 내란 세력과는 악수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첫 일성으로 국정운영 책임감이 있는 여당 대표가 스스로 협치의 공간을 축소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여당이 어렵게 이룬 여야 합의를 뒤집은 경우도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6명 동수의 윤리특위 구성 합의, 정부조직법 개정과 연계된 특검법 개정안 합의는 강성 지지층과 당내 강경파 의원들의 반발, 정 대표의 재협상 지시로 파기됐다. 나경원 국민의힘 간사 선임을 여당 단독으로 부결시키는 등 상대방을 배제하는 상임위 일방적 운영과 파행도 잦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여당의 태도가 소수의 강성 지지층 목소리만 대변하며 정치의 공간을 줄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조진만 교수는 “강성 지지층을 설득하고 방향을 제시해야지, 그들을 따라 대변만 한다면 정치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 유튜브나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상황이어서 ‘소수 기병대’만 있으면 여론을 장악하기 쉬운 구조인 만큼 이 같은 경향이 더 심화될 것”이라고 했다.

이렇다 보니 정치 복원을 위한 제도개혁 논의는 사라진 상황이다. 김형철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교수는 “민생이나 민주주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법안 논의, 정치개혁 논의에는 (정치권이) 너무 둔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내년 초에 윤 전 대통령 내란 혐의 1심 선고가 나오면 정치를 복원할 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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