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1년] 계파에 따라 우왕좌왕…국민의힘 의원 텔레그램 대화가 보여준 ‘그날 밤’

김명규 기자 2025. 11. 30.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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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의원 텔레그램 대화록이 드러낸 ‘국회 vs 당사’ 혼란
한동훈 "국회로”, 추경호 “당사로”…계엄 해제 표결엔 18명 참여
내용 분석 박한우 교수 “리더십 붕괴·계파 분열의 상징적 기록”

지난해 12월3일 밤 10시23분.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전격적으로 선포하자, 온 나라가 충격에 휩싸였다. 그날부터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대한민국은 온전히 혼돈을 걷어내지 못하고 있다. 모두 세 차례에 걸쳐 '12·3 비상계엄 1년'을 점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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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해 12월3일 밤. 당시 야당 의원들은 즉각 국회 본회의장으로 달려갔으나,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집결장소를 두고 혼란을 겪었다. 국회 본회의장에는 국민의힘 의원 18명만 모여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했고, 다수는 국민의힘 당사를 비롯해 각지로 흩어졌다. 계엄을 막는 국회의 표결 현장에 여당의 대응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은 향후 전개되는 국민적 논란의 불씨가 됐고, 지금까지도 '내란 정국'에서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대구일보는 12·3 비상계엄 선포 1년을 맞아 박한우 영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의 도움을 받아 계엄선포 직후 국민의힘 의원들이 SNS의 하나인 '텔레그램'에서 나눴던 대화 내용을 분석했다.

한동훈 "국회로", 추경호 "당사로"…의원들 '우왕좌왕'
계엄령 소식이 퍼지자, 국민의힘 의원 38명은 밤 10시29분부터 텔레그램 단톡방에서 분주히 메시지를 교환했다. 109개의 대화 메시지가 이튿날 오전 1시16분까지 올라오면서 급변하는 상황이 실시간 공유됐다. "군인들이 총을 들고 국회에 진입했습니다"와 같은 현장 상황에 대한 증언과 다급한 보고가 이어졌다. "긴급 의총을 열어야 합니다", "담을 넘어서라도 (국회에)와주세요" 등 요청 메시지는 대화 초반에 주를 이뤘다.

그럼에도 텔레그램 단톡방의 대화 분위기는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의 엇갈린 지침으로 혼란에 빠졌다. 한동훈 전 대표는 '국회 집결'을 강조했다. 하지만 추경호 의원은 공지 문자를 통해 국회(3일 밤 11시3분) 집결을 알린 뒤 6분 만에 당사(밤 11시9분)로 변경했으며, 이후 또다시 국회(밤 11시33분)와 당사(4일 오전 0시3분)로 집결 장소를 번복했다. 이에 서명옥 의원은 "국회 정문 앞? 당사?"(밤 11시35분)라며 혼란스러워했고, 송언석 의원은 "당사에서 모이는 것 맞지요?"(밤 11시36분)라고 묻기도 했다. 의원들은 "(국회) 출입문이 막혔다", "경찰이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며 당시 혼란스러운 현장 상황을 지속적으로 전했다.

이 텔레그램 단톡방의 기록이 전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은 사법적 판단으로까지 이어졌다. 지난달 3일 내란 특검팀은 추경호 의원에 대해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혐의(내란 중요 임무 종사)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추 의원은 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의 요청을 받고, 국민의힘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바꿔 다른 의원들의 계엄 해제 표결 참여를 방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2일 진행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결과에 따라 구속 여부가 결정되는 가운데, 계엄과 관련한 현역 국회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처음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클 전망이다.
지난해 12월3일 밤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군인들이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에서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와 '당사' 단어 중심으로 협력 및 갈등 그룹 형성

텔레그램 대화 내용 분석에 따르면 당시 단톡방에서 가장 활발하게 의견을 나눈 의원은 각각 9개의 기록을 남긴 우재준 의원과 한지아 의원이다. 전체적으로 1인당 평균 발언은 2.87개로 나타났다. 두 의원은 "담 넘어서라도 와주세요", "본회의장 휴게실로 와주세요", "의원님들 오늘은 우리가 똘똘 뭉쳐야 할 때입니다. 원대실에 계시지 마시고 본회의장 휴게실로 모여주세요"라는 메시지를 통해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했다.

김용태 의원과 김소희 의원 등은 여러 차례 상황을 공유했다. '군인 투입', '경찰 배치', '국회 출입 통제' 등 비상 상황을 실감케 하는 단어들이 빈번하게 언급됐다. 아울러 국회 근처에서 찍은 사진과 동영상이 바로바로 공유되는가 하면, 표결장 진입 실패 소식과 뉴스 속보 링크 등이 실시간으로 올라온 기록을 통해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안감과 다급함도 엿볼 수 있다.

​의원 38명이 남긴 텔레그램 메시지는 총 227개 단어로 집약된다. '국회'가 37회, '당사'가 17회 각각 등장했다. 이밖에 '담', '본회의장', '의총', '경찰' 등이 주요 키워드였다. '담 넘어서라도 와주세요'는 비상 상황과 함께, 제한된 선택지 속에서 집결해야 할 시급함을 상징한다.

박한우 교수는 이들의 대화에서 '국회', '당사', '의원', '본회의장', '담' 등이 단어 네트워크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각 의원이 특정 장소에서의 의사결정 과정에 집중한 모습을 명확하게 드러냈다. 하지만 '한동훈'과 '추경호' 계파가 각각 국회와 당사를 중심으로 내부 그룹을 형성했다. 국회 진입에 성공한 의원도, 당사에 머무른 의원도, 소재가 불명확한 의원도 있었는데 이처럼 정파에 따라 여러 장소로 의원들을 분산시키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박 교수는 "국회의원들의 텔레그램 대화방은 사적인 공간으로 치부할 수 없으며, 계엄과 같은 국가위기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면서 "비상계엄이라는 엄중한 상황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텔레그램 대화방 내용은 집권여당이 가지고 있는 의사결정구조의 맹점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화에서는 특정 장소와 인물이 반복적으로 언급되는데, 현실정치에서 볼 수 있는 집단적 협력과 갈등구조가 그대로 투영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면서 "의원들의 발언에서 나온 단어를 시각화했는데, 이는 각자의 행동과 집결지 결정 배경을 한눈에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12·3 비상계엄 당일 밤 국민의힘 의원 텔레그램 단톡방 대화에서 거론된 집결장소를 중심으로 시각화한 자료. 계파별로 집결장소가 '국회'와 '당사'로 나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박한우 교수 제공

박한우 교수 "대화 기록, 리더십의 균열과 분열을 상징"

'계엄의 밤' 이후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책임론이 분출했다. 텔레그램 대화록과 비상 상황에서 각 의원의 행적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파장도 컸다.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가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내부 불신이 악화됐다. 당시 추경호 원내대표는 "대화방에 글을 올리지 않았다"는 점을 두고, 소통 부재의 논란에 휩싸였다. 반면, 본회의장 표결에 참여한 의원들과 그렇지 못한 의원 간의 행동도 서로 첨예한 비판의 대상이 됐다.​

박 교수는 특히 본회의장, 당사, 예결위회의장 등으로 갈라진 '집결지 논란'을 정치적 리더십의 한계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해석했다. 주요 의원들의 발언, 사진 공유, 메시지 패턴을 종합해 보면 위기 국면에서 겉으로는 협력을 도모하면서도 실제로는 계파와 위치에 따라 행동이 갈라지는 '협력과 분열의 이중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설명이다.

결국 '계엄의 밤'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각기 다른 선택을 했다. 극단적 혼란과 분열, 집결장소를 둘러싸고 벌어진 시시각각의 논쟁과 고민, 그리고 단톡방에 기록된 한 마디 한 마디는 정치권 내부의 민낯이었다. '우리가 똘똘 뭉쳐야 할 때'라는 절실한 다짐도, 분열된 행동과 엇갈린 지침 앞에서는 힘을 잃었다.

박 교수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텔레그램 대화 기록은 당 내부 권력구조, 집단행동과 리더십의 현실을 날 것으로 보여주고 있다. 동시에 정치인 언행의 투명성과 책임을 되돌아보게 한다"면서 "이 대화 내용은 정치학·사회학·커뮤니케이션학 연구의 소중한 자료이자, 미래의 유사한 위기 상황에서 어떤 리더십과 집단적 결정이 요구되는 지에 대한 근본적 고민을 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규 기자 kmk@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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