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혼밥 홀대
약속이 없을 때면, 회사 근처에 새로 문 연 쌀국수 집에 종종 간다. 우선은 맛있기 때문인데, 혼자 먹기 편해서라는 이유도 있다. 마주 보는 테이블은 하나도 없고 전체 15석이 모두 주방을 바라보는 바 테이블 형태다. 당연히 눈치 볼 필요가 없다. 사람에게 신경 쓸 필요 없이 양지머리와 육수 맛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어 좋다.
▶홍콩의 유력지가 엊그제 한국의 일부 식당이 ‘혼밥 손님’을 홀대한다고 보도했다. 기사에 등장한 식당은 네 가지 조건을 내세운 안내문을 내걸었다. 혼자 먹을 때는 ①2인분 값을 낸다 ②2인분을 다 먹는다 ③혹은 친구를 부른다 ④ 아니면 다음에 아내와 함께 온다. 이 신문은 지난해 혼밥 손님에게 면박을 줘 논란이 된 여수의 식당을 언급했다. 2인분 가격을 냈는데도 주인이 식사를 재촉하고 창피를 준 사례 말이다. 그 기사의 제목은 ‘한국 식당은 외로움을 팔지 않아요’였다.
▶얼마 전 주말에 찾았던 백반집에는 ‘혼자 오신 손님, 식사 중 유튜브 시청 금지’라는 공고가 붙어 있었다. 혼밥 자체는 막지 않더라도 오래 앉아 있으면 참지 않겠다는 주인의 의지가 묻어났다. 물론 식당의 불만도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삼겹살이나 등심 등 고깃집은 숯과 불판, 곁들임 반찬 등 초기 세팅 비용이 높다. 소분해서 팔기 힘든 해물찜이나 반찬 많은 한정식 요릿집에 무조건 1인분을 팔라고 강요하는 것도 폭력일 것이다.
▶1인 가구는 이미 대세다. 지난해 1인 가구는 804만5000가구로, 전체의 36%를 돌파했고 혼밥하는 인구도 급증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엔 ‘혼밥 어디까지 해봤니’ ‘삼겹살 혼밥에 도전’ 같은 동영상이 넘쳐난다. 혼밥 고객을 환영하는 식당도 늘고 있다. “혼밥은 미식(美食)입니다. 방해받지 말고 오롯이 즐기세요” “우리 사장님도 오늘 혼밥했어요” “커플 지옥, 솔로 천국”이라는 구호를 내건 곳도 등장했다.
▶다른 나라도 전환기다. 영미권에서는 MZ세대 증가와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새로운 수익 기회로 보고 적극적으로 좌석과 메뉴 등을 개편하는 식당이 많다. 칠리스나 레드랍스터 등 영미권 패밀리 레스토랑의 바 공간 확대, 창밖을 보는 일자형 좌석 증가도 한 예다. 한국 식당들도 혼밥을 영업의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삼겹살이나 전골이라면 추가 요금을 포함한 1인 세트 메뉴를 내놓으면 어떨까. 지금은 1인 가구와 한국의 전통적 식사 문화가 충돌하면서 벌어지는 과도기다. 혼밥을 외로움이 아니라 자기 존중의 시간으로 이해해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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