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캄보디아 범죄단지를 바라보는 인권의 시선
국제앰네스티는 6월 보고서 ‘나는 누군가의 소유물이었다: 캄보디아 사기 범죄단지에서의 노예화, 인신매매 그리고 고문’을 발표했다. 보고서는 2022년 이후 캄보디아 전역에서 운영된 사기 범죄단지에서 수천명에 대한 노예제·인신매매·강제노동·고문·불법감금이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음을 폭로했다.
이른바 ‘온라인 사기’ 문자나 전화의 발신 현장은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사실상의 ‘감옥’이었다. 앰네스티가 면담한 58명의 생존자 대부분은 인신매매로 팔려 왔고, 탈출 시도나 거부를 했단 이유로 폭행과 고문을 당했다. ‘다크룸’이라 불린 고문실, 전기충격봉, 감시탑이 일상인 그곳 현실은 디지털 시대의 노예제였다.
단지 불법조직의 범죄행위로 그칠 문제가 아니다. 캄보디아 정부는 문제를 인지하고도 인권침해를 방조하거나 동조했다. 경찰이나 군이 일부 단지를 ‘단속’했지만 많은 경우 형식적 방문에 그쳤고, 인권침해는 현재진행형이다.
국내에서 이 사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시점은 보고서 발행으로부터 한참이 지난 10월 초·중순이다. 한국인 사망·고문 사례가 등장하면서 보도량이 급증했고, 한국 정부 역시 전면적 대응에 나섰다. 이 문제를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시선은 우려스럽다. 범죄에 대한 공분이 캄보디아와 그 국민 전체를 향한 혐오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캄보디아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보복을 당했다는 증언·보도가 이어지고, 온라인에서는 캄보디아에 대한 허위정보까지 퍼진다. 이러한 혐오·왜곡은 인신매매와 착취 구조라는 범죄 본질을 가린다.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가 이런 흐름을 경계하기 시작했지만 ‘캄보디아=범죄국가’라는 인식은 굳건하다. 일부 언론은 ‘범죄국가’ 이미지를 반복 소비하며 사건을 피해국과 가해국의 단순 구도로 재단한다.
피해자 상당수는 생계를 위해 국경을 넘었다가 인신매매 덫에 빠진 사람들이다. 보고서에서 그들은 “무장 경비 속에 갇혀 사기를 치거나, 팔려가거나, 거액을 내고 나가는 세 가지 선택밖에 없었다”고 증언했다. 그들을 자발적 공범으로 단정하는 것은 현실을 왜곡할 뿐 아니라 문제 해결을 더욱더 어렵게 만든다. 캄보디아 단지에 연루된 사람 중 많은 이는 가해자이자 피해자였다. 자유의지와 강요된 선택이 뒤얽힌 이 복합적 현실을 외면하고 국가 단위로 선악을 나누는 접근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보고서가 경고하듯, “피해자 식별과 보호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구출조차 또 다른 인권침해가 될 수 있다”. 캄보디아 전체를 범죄국가로 낙인찍는 태도는 구조적 폭력을 개인 문제로 전가하는 위험한 발상이다.
한국 정부가 진정한 해결을 원한다면 일시적·대증적 조치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캄보디아 및 주변국 정부에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국제조사와 법적 책임을 촉구하고, 국제노동기구(ILO)와 유엔인권이사회 기준에 부합하는 인신매매 근절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국내에서 ‘외국인 범죄자’로 낙인찍히는 이주노동자들이 동일한 착취 구조의 피해자일 수 있음을 인식하고, 인권 기반의 이주노동 정책을 재정비해 혐오·차별의 목소리가 더 확산되지 않도록 나서야 한다. 언론은 선정적 보도 대신 구조적 원인과 피해자 목소리를 조명해야 하고, 시민사회는 혐오가 아닌 연대·인권의 언어로 응답해야 한다.
“엄마를 보고 싶었다”는 18세 피해 생존자 리사의 이 한마디에, 우리는 무엇이라 답할 것인가.

장박가람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캠페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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