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대법원 쪼개고 군부 권한 강화···개헌안 두고 ‘민주주의 후퇴’ 비판 나와

군부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파키스탄에서 대법원 이원화와 국방총사령관직 신설 등을 핵심으로 하는 개헌안이 통과됐다. 군부에 전례 없는 권력을 제공하는 개헌안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29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1973년 제정된 파키스탄 헌법의 제27차 개정안이 지난 13일 파키스탄 의회를 사실상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이 개헌안은 대법원을 항소·헌법 심리부로 분리하고, 형식적 직위에 가까웠던 합참의장을 대신해 실권을 쥔 국방총사령관직을 신설하는 등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정부는 대법원에 제기되는 헌법소원 사건 증가로 민·형사 사건 처리가 지연되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대법원 이원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군사 분야 개헌의 명목으로는 현대전에 육·해·공군 통합 지휘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그러나 개헌이 군부에 전례 없이 큰 권력을 부여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번 개헌으로 파키스탄의 실세로 지목되는 아심 무니르 육군참모총장이 평생 면책 특권을 얻게 된 점이 문제로 지목된다. 개헌안은 야전 원수 계급의 군인과 대통령에게 평생 면책 특권을 부여하는데, 최근 장군에서 야전 원수로 승격한 무니르 총장 역시 이 특권을 적용받게 됐다. 또 신설 총사령관직에 취임 예정인 그는 육군에 더해 공군과 해군까지 지휘권을 갖게 됐다. 국방 분석가 아예샤 시디카는 AFP통신에 “면책 특권으로 인해 만일 무니르가 계엄령을 선포하더라도 반역죄로 재판받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이원화 조항 역시 군부의 정치적 목적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키스탄 군부가 무니르 참모총장과 정치적 대립 관계인 임란 칸 전 총리의 구금 연장을 위해 대법원 결정을 활용할 수 있다고 SCMP는 지적했다. 칸 전 총리는 총리 재임 시절 군부의 권한을 분산시키려 한 인물로 정책 결정 과정에서 무니르 당시 파키스탄 정보국 국장과 갈등을 빚었다.
당시 한직으로 물러났던 무니르는 샤리프 총리 취임 이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됐고,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칸 전 총리의 체포를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파키스탄 인권위원회는 이번 개헌이 “필수적 견제와 균형을 더욱 약화한다”고 우려했다.
22세 대학생 마루크 칼리드는 SCMP에 “파키스탄 민주주의 종말의 시작”이라며 “중요한 현안은 뒷전으로 밀리고 권력과 부는 극소수에게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견을 가진 시민에게 더 위험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했다.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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