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 전 대법관 “사법부, 배임죄 조문 과도하게 해석”
- 근현대사 격변기 탓 범위 확대
- 투자 손해 처벌 사례 등 부작용
김신(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전 대법관은 재직 시절부터 배임죄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부동산 계약과 관련한 배임 사건 상당수에 무죄 판결이 내려지도록 다수의견을 주도했다. 한국배임죄연구소 설립을 처음 제안한 것도 그다.

무죄추정원칙과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는 대표적 법률이 배임죄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 법은 유죄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한다. 가능하면 처벌을 좁게 해야 하는 거다. 법을 어긴 게 확실한 사람만 처벌해야 하는 것”이라며 “배임죄가 처벌 범위를 넓게 가져가는 쪽으로 해석되는 것은 헌법 정신에 맞지 않다”고 짚었다.
김 전 대법관은 사법부가 배임죄 조문을 과도하게 해석해왔다고 지적했다. 조문상 배임죄는 행위자가 이득을 얻고 상대방은 손해를 당해야 배임죄가 성립하는데도, 판례는 현실적인 손해가 없더라도 손해의 위험이 인정된다면 처벌하는 방식으로 쌓였다는 것이다. ‘배신죄’에 가까운 독일 형법과 달리 국내 배임죄는 이익 취득 요건을 명시했는데도 법원은 이를 무시해왔다고 그는 덧붙였다.
배임죄가 넓게 해석된 배경으로 김 전 대법관은 ‘사회 방어적 논리’가 힘을 얻을 수밖에 없었던 근현대사를 꼽았다. 일제강점기, 6·25 전쟁 이후 북한 위협 방어, 군사 독재 등 격변기를 거치며 법 집행이 개인의 자유나 권리 보장보다는 국가나 사회 전체의 질서 유지·방어에 목적을 두는 경향이 세졌다는 설명이다.
배임죄 범위 확대의 부작용은 기업 활동에 큰 악영향을 줬다고 그는 주장한다. 그는 “사업가들이 이익을 내기 위해 모험적인 투자를 감행했다가 손해를 본 경우, 회사를 해칠 의도가 없었는 데도 처벌받는 사례가 많았다. 결과적으로, 실패한 사람들이 살아남지 못하는 나라가 돼버린 것이다”고 우려했다.
그는 “악성이나 범죄의 고의성은 별도로 따져야 한다”며 배임죄 폐지론에는 선을 그었다. 김 전 대법관은 “어디까지나 배임죄 해석을 바로잡자는 것이다. 형법에 있는 또 다른 문제들 역시 정상화하는 ‘트리거(방아쇠)’가 될 수도 있다. 이는 우리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 보장에도 역할을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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