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오피니언리더] 이스탄불 ‘블루 모스크’ 방문한 교황… 신발 벗고 존중 표시

강현철 2025. 11. 3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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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모스크 방문한 레오 14세 교황. [AP 연합뉴스]


즉위 이후 첫 순방지로 튀르키예를 방문한 교황 레오 14세(사진)가 29일(현지시간) 이스탄불의 역사 깊은 이슬람 사원 ‘블루 모스크’를 찾았습니다. 가톨릭 교회의 최고 지도자가 이슬람교의 대표적인 사원에 들린 것이죠. 종교 간의 화해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입니다.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레오 14세는 이날 블루 모스크를 약 15분간 방문했습니다. 벽과 돔이 2만1043개의 파란 타일로 장식돼 ‘술탄 아흐메트 모스크’라는 정식 명칭보다 ‘블루 모스크’로 널리 불리는 이 사원은 이스탄불의 관광 명소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입니다.

교황 즉위 이후 첫 해외 순방지로 나흘간 튀르키예를 방문 중인 레오 14세는 신발을 벗고 블루 모스크에 입장해 무슬림에 대한 존중을 표시했습니다. 이슬람 교도들은 예배를 보기 위해 모스크에 입장할때 신발을 신고 드나드는 성당과 달리 반드시 신발을 벗습니다.

레오 14세는 흰 양말을 착용하고 사원을 둘러봤는데, AFP 통신은 “흰 양말은 교황이 의무로 입어야 하는 의복은 아니지만 그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팬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이해할 만하다”고 전했습니다.

세계 가톨릭 수장인 그가 무슬림 예배당에서 기도할지에 관심이 쏠렸지만, 레오 14세는 기도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죠. 레오 14세를 안내한 이맘(이슬람 성직자) 아스긴 툰카는 “교황에게 ‘이곳은 내 집도 아니고 당신의 집도 아니고 알라의 집이다. 원하신다면 여기에서 예배를 보셔도 된다’고 했지만 그는 ‘괜찮다’고 말했다”고 기자들에게 밝혔습니다. 그는 “내 생각에 교황은 모스크를 보고 싶었고 모스크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었다. 그리고 매우 기뻐했다”고 덧붙였습니다.

2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성령대성당에서 교황 레오 14세가 강론 중이다. [이스탄불 EPA=연합뉴스]


교황청은 레오 14세가 기도했다는 언론 성명을 발표했다가 “성명이 실수로 배포됐다”고 정정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교황청은 “레오 14세는 이 장소와 믿음으로 이곳에 모인 사람들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담아 명상과 경청의 정신으로 이번 방문을 수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레오 14세의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도 각각 2006년과 2014년 블루 모스크에서 잠시 묵상하는 시간을 가졌죠.

전임 교황들이 블루모스크 맞은편에 있는 성소피아(튀르키예어 아야 소피아·그리스어 하기아 소피아)도 방문했던 것과 달리 레오 14세는 성소피아는 찾지 않았습니다. 교황청은 레오 14세가 성소피아를 방문하지 않기로 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성소피아는 약 1000년간 기독교 본산 역할을 하다가 비잔틴 제국 멸망 뒤 모스크로 이용됐죠. 튀르키예는 성소피아를 박물관으로 개조해 활용하다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2020년 모스크로 되돌렸습니다.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당시 이를 두고 “매우 고통스럽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레오 14세는 이날 오후에는 이스탄불의 폭스바겐 아레나에서 4000여 신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형 미사를 집전했습니다. 튀르키예에서 가톨릭은 소수 종교에 속하지만 이날 비가 오는 날씨에도 교황을 보기 위한 신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고 외신들은 전했습니다.

레오 14세는 미사에서 이스탄불 보스포루스 해협에 동서양을 잇는 3개의 다리가 있듯이 가톨릭과 다른 기독교, 다른 신앙이 ‘통합의 유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스탄불에서 활동하는 바르톨로메오스 1세 동방정교회 총대주교와 함께 전 세계에서 수많은 유혈 분쟁이 발생한 것을 한탄하며 평화를 추구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두 지도자는 이날 서명한 공동선언에서 “가톨릭과 정교회가 단일 부활절 날짜를 정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용기 있게 노력하겠다”고 하기도 했죠. 하지만 동서 교회 단일 부활절을 언제로 정할지는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레오 14세는 30일에는 다음 순방지인 레바논으로 이동할 계획입니다.

강현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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