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시평] 휴머노이드 캄브리아기

2025. 11. 3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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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국립과학박물관에서 만년 시계를 본다.

창업자 브렛 애드콕은 10년 내 휴머노이드 로봇 업체가 세계 최대 기업이 되리라고 믿는다.

휴머노이드 로봇 몸값이 소형차 한 대 값인 2만달러로 떨어지고 로봇이 시간당 7달러 남짓 받는 최저임금 노동자를 대신한다고 해보자.

인구가 늙어갈수록 휴머노이드 활용에도 빨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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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차 한 대 값 로봇 일꾼
7년간 공짜로 쓴다면
안전한 일자리가 있을까
美·中 로봇 전쟁 불붙는데
우리는 어떤 준비하고 있나
장경덕 칼럼니스트

도쿄 국립과학박물관에서 만년 시계를 본다. 동서양의 시간과 절기를 여섯 가지로 보여주는 에도시대 걸작이다. 다나카 히사시게가 태엽을 한 번 감으면 1년 내내 돌아가도록 만들었다. 150년 전 그가 세운 제작소는 훗날 도시바가 된다. 이 장인은 같은 기술로 가라쿠리 인형도 만들었다. 차를 나르고 활시위를 당기는 정교한 기계들이다. 일본인의 로봇 사랑은 오래됐다. 혼다 '아시모'가 두 발로 계단을 오른 지도 사반세기가 지났다.

가라쿠리 인형은 귀족들의 재밋거리였다. 오늘날 인간형 로봇은 실제 사람 일을 대신하려 한다. 미국 피겨AI는 집안일도 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든다. 창업자 브렛 애드콕은 10년 내 휴머노이드 로봇 업체가 세계 최대 기업이 되리라고 믿는다. 그가 보는 잠재 시장은 40조달러다. 120조달러 가까운 지구촌 총생산 중 노동자 몫은 절반 남짓한데 그중 대부분을 로봇이 먹게 되리라는 말이다. 일론 머스크는 휴머노이드가 테슬라 가치의 80%를 창출할 거라고 했다.

작년 말 씨티그룹은 놀라운 숫자를 내놓았다. 휴머노이드 로봇 몸값이 소형차 한 대 값인 2만달러로 떨어지고 로봇이 시간당 7달러 남짓 받는 최저임금 노동자를 대신한다고 해보자. 로봇이 주당 96시간만 일해도 몸값을 다 뽑는 데 29주도 안 걸린다. 로봇이 시간당 평균 28달러를 받는 공장 노동자를 대체한다면 7주 만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그 후 7년이든 10년이든 교체할 때까지 공짜로 부릴 수 있다.

물론 로봇이 넘볼 수 없는 일이 있다. 사람 손을 복제하는 건 로봇공학의 최대 난제다. 도쿄 긴자의 스시 명인 오노 지로는 일곱 살 때부터 식당에서 일했다. 100세가 된 지금도 은퇴를 미룬다. 경북 문경의 이봉주 유기장은 곧 100세가 된다. 그는 여전히 방짜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이런 장인의 손길을 따라갈 로봇은 없다. 하지만 산업시대 일꾼은 대개 장인도 천재도 아니었다. 로봇이 똑똑하고 유연해질수록 만만한 상대가 된다.

휴머노이드의 진격은 머스크처럼 '병적인 낙관주의자'가 아니더라도 예상할 수 있다. 그가 받을 1조달러 보상에는 한 해 100만대의 로봇 대군을 만들어내라는 조건이 붙어 있다. 지구촌 최고 부자가 독을 품고 매달린다면 그만큼 빨라질 일이다. 피겨나 앱트로닉 같은 스타트업들은 테슬라라는 골리앗을 이길 다윗이 되려 한다. 중국 유니트리는 기능이 제한적이기는 해도 가격이 6000달러도 안되는 상품을 내놓았다.

온갖 로봇의 출현은 생물 다양성이 폭발한 캄브리아기에 비유된다. 바야흐로 휴머노이드 대전이다. 기업의 각축에 미·중 패권 다툼이 겹쳤다. 미국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에서 앞서간다. 중국은 공급망과 보급에서 발 빠르다. 미국은 똑똑한 로봇을 만들 첨단 칩을 안 주려 한다. 중국은 로봇 심장을 뛰게 할 희토류를 움켜쥐고 있다. 그들이 발목을 잡으면 머스크의 야망도 꺾일 수 있다. 자동차와 반도체 산업은 미국에서 일본, 한국, 중국으로 확산했다. 이 모든 걸 아우르는 로봇 산업에서는 단숨에 판이 뒤집힐 수 있다.

한국은 산업로봇 도입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인구가 늙어갈수록 휴머노이드 활용에도 빨라야 할 것이다. 일본은 전통적인 로봇 강국이었다. 하지만 가라쿠리의 장인정신을 자랑하던 도시바는 존재감을 잃었다. 우리 역시 미·중의 격전에 휩쓸려 설 자리를 잃기 쉽다. 빠른 추격자로서 산업 정책과 기업 전략은 약점이 될 수 있다. 공장식 교육 체제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휴머노이드의 대폭발은 변화에 굼뜬 산업과 일자리의 대멸종을 부를 수 있다. 그럴수록 더 많은 상상과 준비가 필요하다.

[장경덕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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