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의 글로벌AI] 美, AI 규제 놓고 연방정부와 주정부 힘겨루기

이규화 2025. 11. 30.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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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정부, 국가 단일 규제로 AI 경쟁력 높여야
주정부와 민주당, 소비자 보호는 주가 더 잘해
‘성장주의’ 백악관 AI 차르 색스, 연방규제 주도
AI 거버넌스 주도권을 향한 정치적 대결 성격도
이규화 대기자


미국에서 인공지능(AI) 규제를 둘러싸고 연방정부와 주 정부간 힘겨루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각각 규제의 방향과 주도권을 놓고 충돌하고 있으며, 논쟁의 핵심은 기술적 접근을 넘어 ‘누가 규제 권한을 갖는가’라는 정치적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테크크런치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AI 산업을 연방 차원에서 관리·감독하며 통일된 기준을 마련하려는 반면, 주정부들은 AI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보다 신속한 자체 규제 도입에 나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업계·의회·정치세력이 뒤엉키며 미국의 AI 정책 방향이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미국에는 소비자 보호를 포괄하는 연방 단위 AI 규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캘리포니아의 AI 안전 법안(SB-53)과 텍사스 38개 주가 100건 넘는 법률을 추진 또는 통과시켰다.

이들 법안은 딥페이크 확산 방지, 투명성 강화, 아동 안전, 정부 AI 활용 기준 정립 등을 목적으로 하며 일부는 대형 AI연구소에 위험성 평가와 안전계획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뉴욕주의 RAISE 법안(책임 있는 AI 안전 및 교육법안)을 후원한 알렉스 보어스 의원은 테크크런치에 “AI는 잠재력이 큰 만큼 위험도 크다”며 “안전과 신뢰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경쟁력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주 정부는 기술 변화에 연방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규제 자율권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연방정부와 산업계는 주별 규제 확산을 강하게 경계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AI 규제 권한을 중앙으로 집중시키는 행정명령을 준비하고 있으며, 백악관 내부 문건에는 연방통신위원회(FCC)·연방거래위원회(FTC)에 ‘AI 소송 태스크포스’를 신설하고 주 정부 규제의 효력을 사전 검토하는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계획까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AI 성장주의자’로 잘 알려진 백악관 과학기술자문위원회 위원장(AI 차르) 데이비드 색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특히 크래프트 벤처스 공동창립자이자 트럼프 AI·암호화폐 정책 책임자로 임명된 데이비드 색스 백악관 과학기술자문위 위원장이 연방 규제체계 설계에 직접 관여하는 점은 논란의 핵심이다. 그는 팔란티어의 공동창업자 피터 틸과 알렉스 카프 등과 함께 산업 자율규제를 지지하고 있다. 그는 “주정부 개입은 중국과 기술 경쟁에서 미국의 발목을 잡는다”고 비판해왔다.

실리콘밸리 대기업과 스타트업들도 같은 이유로 주 규제를 ‘혁신 저해 조각보’라 규정하며 연방 단일 기준을 요구한다. 창업가·투자자들이 만든 선거자금 단체인 슈퍼 PAC ‘리딩 더 퓨처’(Leading the Future)는 규제 주장 의원을 저지하기 위해 1억달러를 모금했고, 의회에 국가 AI 법률 제정을 촉구하는 1000만달러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러나 연방정부가 주 규제를 덮어쓰는 방식은 의회 장벽에 막혀 있다. 올해 초 하원은 비슷한 시도에 대거 반대했고, 200명 이상 의원과 40개 주 법무장관이 “주정부는 민주주의 실험실이며 디지털 시대 신흥 위험에 더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공동서한을 내기도 했다.

테드 리우 의원이 이끄는 하원 AI 태스크포스는 사기·딥페이크·의무 테스트·학계 연구 인프라까지 포괄하는 ‘연방 AI 메가빌’을 준비 중이지만, 법제화까지 수개월(어쩌면 수년)이 걸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연방정부가 주 규제권을 서둘러 제한하려는 움직임은 오히려 더 거센 반발을 부르고 있다.

테크크런치는 “규제가 조각조각 나 혼란을 야기한다는 우려는 과장됐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소개했다. AI와 민주주의의 관계를 연구해온 브루스 슈나이어와 네이선 샌더스는 “미국 기술기업 대부분이 이미 EU의 더 엄격한 규제를 준수하고 있으며, 다양한 주법 환경에서 운영 방식 역시 찾아왔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업계의 핵심 관심은 비용과 혁신 저하가 아니라 “책임 회피 가능성”이라며, 규제 통일을 주장하는 논리가 경제적 경쟁력을 앞세워 정치적 책임을 가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결국 미국의 AI 규제 권한 경쟁은 기술 윤리와 소비자 보호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안보·산업경쟁·정책 우선권이 뒤섞인 권력 투쟁 성격을 띤다. 기술 거버넌스의 주도권을 향한 정치적 대결인 셈이다. 주(州)가 소비자 보호와 윤리를 앞세운다면, 연방은 단일성·경쟁력·국가전략을 요구한다.

어느 방향이 미국의 AI 경쟁력을 지킬 답인지, 그리고 그 결정권을 누가 가져야 하는지는 아직 결론나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AI 규제 쟁탈전은 시작됐고, 전선은 이미 그어졌다는 것이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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