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화재, '동남아 가사노동자'도 희생… 아기 구하다 중태도
희생된 노동자에 대한 보상과 처우 문제도 쟁점
"유가족 지원금, 외국 노동자 가족 지급 불투명"

지난 26일 발생한 홍콩 고층 아파트 화재 사망자가 최소 146명으로 집계된 가운데, 동남아시아 출신 가사노동자도 상당수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단지에 이주노동자가 다수 거주해온 만큼,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30일 인도네시아 템포 등에 따르면 홍콩 주재 인도네시아 총영사관은 북부 타이포의 고층 아파트 단지 ‘웡 푹 코트’ 화재로 자국 출신 노동자 7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이 단지에서 일하던 인도네시아 출신 가사노동자는 총 140명으로 파악된다. 총영사관은 사망자를 포함해 61명의 소재는 확인됐지만, 나머지 79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라고 밝혔다.
필리핀 정부도 자국 가사노동자 한 명이 화재로 사망했다고 확인했다. 홍콩 주재 필리핀 영사관은 “(희생자는) 가족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기 위해 타지에서 많은 희생을 감내해왔다”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또 “79명의 생존이 확인됐고 이 가운데 한 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12명은 상황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남아 저소득국 여성들은 1970년대 초·중반부터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 아시아 국가와 중동 부국에서 가사·돌봄 노동을 해 왔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미얀마, 캄보디아 등이 대표적 송출국이다.
홍콩에는 36만8,000명의 외국인 가사노동자가 일한다. 상당수는 저임금으로 고용주 집에 딸린 방이나 다용도실 등 협소한 공간에서 생활한다. 화재가 난 아파트에도 수백 명이 근무해 온 만큼, 이번 참사에서 화마에 함께 휩쓸렸을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 필리핀 가사노동자 로도라 알카라즈(28)가 고용주의 생후 3개월 된 아기를 껴안고 버티다 구조된 사연도 알려졌다. 홍콩 매체 성도일보는 그가 일자리를 찾아 며칠 전 홍콩에 도착했고, 연기가 빠르게 유입되면서 집 안에 갇혔다고 보도했다. 두 사람은 화재 발생 수 시간 만에 구조됐는데, 아기는 안정적이지만 알카라즈는 위중한 상태로 전해졌다.

이번 참사 이후 가사노동자 보상과 처우 문제도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현행 제도상 홍콩에서는 가사노동자가 계약을 해지하면 2주 이내에 도시를 떠나야 한다. 우선 홍콩 당국은 사망한 동남아 가사노동자의 시신 운구를 돕고, 생존자의 체류 문제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대응이 내국인 피해자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큰 까닭에, 이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독립언론 홍콩프리프레스(HKFP)는 “홍콩 정부가 화재로 가족을 잃은 가정에 20만 홍콩달러(약 3,770만 원) 위로금을 약속했지만, 사망한 이주노동자의 가족에게도 지급될지는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향을 떠나 가족을 부양하던 노동자들이 낯선 땅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들이 정당하게 보상받을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SNS 반응도 소개했다.
홍콩 이주노동자 보호단체 ‘베순하우스’의 에드위나 안토니오 대표는 로이터에 “화재 이후 이미 두 명의 가사노동자가 고용주의 재정적 어려움을 이유로 일자리를 잃었다”며 긴급 자금 지원과 여권·신분증 재발급 등 즉각적인 보호 조치를 촉구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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