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포럼] 비상계엄 후유증 이제 시작됐다

"12·3 비상계엄은 완전한 위헌이다." "비상계엄을 옹호한다거나, 탄핵 결정에 불복한다든지 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관용과 자제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 권한대행이 지난 11월27일 인천대 강연에서 한 말이다.
온 국민이 가슴 졸이며 문 전 대행의 주문에 귀 기울인 게 벌써 8개월 전이다. 윤석열이 12·3 비상계엄을 기습 선언한 지도 1년이 됐다.
다시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이유를 읽고,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된 박완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발표한 6개 조항으로 구성된 계엄사 포고문 제1호를 곱씹었다. 계엄이 성공했다면, 누군가는 분명 '처단' 당했을 테다. 지인 중 여럿은 제대로 된 재판도 못 받고 희생양이 됐을 게 분명하다. 이뿐일까. 언론과 출판이 통제돼 외부 소식을 들을 수 없고, 사회관계망서비스 활동이 막혀 소통조차 할 수 없었을 거다. 윤석열의 세상은 어긋났고, 박완수 등은 오직 윤석열 '복심'에만 충성했다. 그들에게 5000만 국민과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었다.
내란 우두머리와 내란 주요 종사 임무에 관한 법의 심판은 이제야 출발선에 섰다. 법비와 법꾸라지가 득실득실한 비상계엄 주동자들은 1심에 불만을 품고 2심, 3심까지 시간을 끌며 최대한 유리한 정황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법의 최종 심판이 내년을 넘길지 몰라도, 그들을 '반국가 세력'으로 역사의 심판대 위에 세워야 한다.
인천의 비상계엄 후유증은 상당하다. 당일 밤 인천은 급박했다. 인천에 있는 해양경찰청의 전 기획조정관은 비상계엄 때 총기 무장과 유치장 비울 것을 논의했다. 그는 윤석열의 충암고 후배다. 특히 해양경찰청은 재판 과정에서 수거 대상으로 알려진 주요 정치인을 인천 앞바다로 끌고 갈 유력 종사 기관으로 인식된다.
인천시와 10개 군·구는 행정안전부로부터 청사 폐쇄 공문을 받았다. 시청 폐쇄를 놓고 '어공'인 시장 비서실과 홍보 라인이 정면충돌하며 애꿎은 '늘공'만 피해를 봤던 그날 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비상계엄을 위해 몰래 빠져나간 대구 행사장에서 함께 있던 시 행정부시장이 교통편이 없어 40여만 원을 들여 인천으로 복귀했던 이야기는 유명하다.
인천에 있는 군부대의 출동 여부가 각종 증언으로 확인되지만, 그날 밤 서울 길목 폐쇄회로TV는 이미 삭제됐다. "한 달이 지나면 자동 삭제된다"라는 원칙으로, 인천 군부대 비상계엄 참여 여부 중 주요 증거는 손도 못 쓰고 사라졌다.
비상계엄의 손아귀에 들어갔을 인천 사법기관은 아예 접근조차 못 하는 실정이다. 당시 인천지검에 윤 전 대통령의 검사라인이 포진했고, 이들이 서울과 수원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은 인천시민 누구나 알고 있다.
수도권 경찰 대부분이 비상계엄에 자유롭지 못하지만, 인천만은 예외였다. 인천 경찰 수뇌부가 "절대 요동치지 마라. 회의도 하지 마라"고 했다는 소문이다.
비상계엄 포고문에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 활동을 제한한 것에 분노는커녕 이를 찬성하고, 윤석열을 옹호했던 인천의 정치인은 여전하다. 반면 비상계엄을 반대한 지역 정치인은 끝내 퇴출당했다. 그러나 비상계엄을 찬성했던 시·구의원들은 내년 지방선거에 재선을 향해 물러섬이 없다. 지역 정치인 누구는 이들의 입이 돼 막말을 쏟아 낸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윤 전 대통령 탄핵 후 치러진 당내 대선 경선 과정에서의 논란으로 기소됐다.
비상계엄 1년, 그날 밤 악몽이 다시 살아난다. 여전히 악몽의 주연은 활개 치고, 그 모습에 허탈감마저 느낀다. 비상계엄의 후폭풍이 시작된 인천에서는 내년마저 비상계엄을 떨쳐 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투표로 이를 심판하는 것 외에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이주영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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