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000억원 기부채납 논란

용현·학익1구역 도시개발사업 시행사가 약속한 2000억 원 규모의 기부채납은 미추홀구 숙원사업 해결이라는 명분 아래 '묘수'로 포장되었지만, 그 속에는 법률적 근거 없는 기부채납의 수수라는 행정의 위법성이 숨어 있다. 이는 단순한 행정 편의를 넘어 공직선거법과 기부금품법 등 관계 법률의 근간을 훼손하는 중대 사안이기에 제기되는 핵심 의문을 짚어본다.
첫째, 지자체의 기부금품 수수 제한이다.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제5조 제2항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및 그 소 속 기관·공무원은 자발적으로 기탁하는 금품이라도 법령에 규정하고 있는 경우 외에는 기부를 접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지자체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여 사업자 등에게 금품을 강요하거나 불투명하게 수수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둘째, 이번 기부채납은 '대가성 기부채납' 논란의 중심에 있다. 이는 단순히 법률 상 개발이익 환수 목적으로 보기 어렵다.
셋째, 도시개발 과정의 기부채납은 명확한 법규 및 산정 기준이 있어야 하지만, 2000억 원이 법령 범위를 벗어난 '기부채납'으로 해석된다면, 기부금품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
이러한 행정 행위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성과 극대화에 활용될 경우,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 가능성이 있다. '공직선거법' 제113조 등은 지방자치단체장 및 공직자의 선거구민 대상 기부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비록 민간 사업자로부터 '받는' 형태이지만, 그 결과물인 신청사나 문화시설 건립, 특정 지역구민에게 선거를 앞두고 대규모의 이익을 제공하는'선심성 사업'으로 비칠 수 있 다는 점이다. 법적 근거 없이 대가성으로 조성된 자금으로 공공시설을 건립하는 행위는 '법령 또는 조례에 따른 직무상의 행위'라는 공직선거법의 예외 규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이는 공직자가 직무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통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비판을 일으킬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가장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지역주민과 입주민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한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의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부채납과 관련하여 법적 및 윤리적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따라서 2000억 원 기부채납과 관련하여, 만약 이 과정에서 법치주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요소가 확인된다면, 이는 향후 유사 사례에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가 될 수 있다. 특히 지자체의 숙원(시설 건립)이 투명성 없이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되었다면, 법률 위반의 소지와 함께 공직자의 재량권 남용 논란을 야기하고 기부채납 등 제도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으로 간주된다.
인천시는 2000억 원 규모의 기부채납에 대한 법적 근거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나아가 기부채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광역교통시설부담금 환수액 감소 등의 문제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사법당국은 법적 정당성, 불분명한 기부채납, 특정 공직자의 선거 이익과 관련되었을 가능성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박규홍 전 인천교통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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