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부터 대졸 신입까지… 美까지 韓 반도체 인재 빼가기
한국 수출의 26%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에 이어 미국까지 인재 빼가기가 점입가경이다. 한국 메모리반도체의 최대 장점으로 꼽히는 공정관리 전문가는 물론 대졸 신입까지 웃돈을 주고 뽑아가고 있어서, 향후 국내 반도체 현장 인력난으로 이어질 지 우려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마이크론이 내달 한국에서 첫 대졸 공채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8년 이상의 숙련 경력직까지 전방위 채용에 나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미국 테크·스타트업 채용 플랫폼 빌트인(Built In)은 최근 마이크론이 대만 타이중 공장에서 일할 8년 이상의 반도체 관련 경력직 채용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메모리반도체 3강의 한 축인 마이크론과 경쟁하는 국내 반도체 기업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사실상 두 곳뿐임을 고려하면, 이번 경력직 채용은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숙련 인력을 겨냥한 공고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공고에 따르면 채용 조건은 반도체 산업이나 관련 공학 분야에서 8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지원자가 대상으로 영어 구사 능력이 필수이며, 중국어 능력은 우대사항이다.
채용 직무는 품질 엔지니어링, 측정·계측, 데이터 과학자, 공정 엔지니어, 자동화 자재 운반 시스템 연구개발(하드웨어·소프트웨어) 등이다.
마이크론은 아울러 12월 건국대, 서울시립대 등 서울 지역에서 채용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인데, 경력직 지원자 역시 이 자리에서 상담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론이 국내 반도체 인재를 데려오기 위해 내세운 카드는 높은 연봉이다. 미국 연봉·보상 정보 플랫폼 레벨스닷파이아이에 따르면 마이크론 엔지니어의 E3 직급과 E4 직급의 연봉은 6700만~2억1700만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크론에서 E3 직급의 경력은 약 5년, E4 직급은 약 12년이다. 최근 SK하이닉스가 성과급 제도를 개편하면서 기본급을 제외한 성과급 평균이 약 1억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마이크론이 경력직들을 대상으로 2억원 이상의 연봉을 제시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과거 채용 사례와 마찬가지로 현지에서 거주할 주택이나 비자 지원 등도 제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는 최근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한국 수출을 견인하고 있는 산업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10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25.4% 늘어난 157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수출금액(595억7000만달러)의 26.4%에 이른다.
하지만 중국을 중심으로 인력과 기술 유출 사례가 빈번하게 발견되면서 국내 산업계는 비상이다. 지난 2016년 삼성전자 출신 직원이 중국 CXMT로 이직하면서 관련 자료와 핵심 기술을 유출하며 중형을 선고받았고, SK하이닉스 중국 법인에서 근무하던 직원도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구속됐다.
한국 반도체 기업 인력의 유출이 가속화될 경우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미국 마이크론은 글로벌 D램 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기업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38%로 1위, 삼성전자가 32%로 2위, 마이크론이 23%로 3위를 기록중이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2분기 19%에서 1년 새 점유율을 4% 포인트(p) 늘렸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는 마이크론이 최근 삼성전자를 역전했다. 지난해 2분기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HBM 시장 점유율은 각각 38%, 5%였지만 올해 2분기에는 마이크론이 21%, 삼성전자가 15%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해외 기업으로의 인력 유출을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한 반도체 관련 기업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연봉이나 처우를 높게 부르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했다.
지난 7월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을 중국 회사로 유출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직 삼성전자 부장의 항소심 형량은 징역 6년으로, 1심의 징역 7년보다 감형됐다. 이와 관련해 또다른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는 기술 유출에 대해 엄격히 처벌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상현 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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