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견 공격·족쇄에 기저귀·어린이 독방···유엔 “이스라엘, 조직적 고문 정책 실행”
“이스라엘 조직적·광범위한 고문 사실상 정책적으로 실행”
기소·재판 없이 수천명 구금···12세 미만 어린이도 포함
고문·가혹행위로 유죄판결 ‘단 1건’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팔레스타인 사망자 7만명 넘어

이스라엘이 구금된 팔레스타인인에 대해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고문을 사실상 국가 정책으로 시행해왔다는 유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구타, 맹견 공격, 성폭력, 족쇄를 채운 뒤 기저귀 착용 강요 등 다양한 고문이 자행됐으며, 12세 미만 어린이에 대해서도 가족과 접촉을 차단하고 독방에 수감하기도 했다.
29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유엔 고문방지위원회는 전날 이스라엘에서 사실상 국가 차원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고문 및 학대 정책이 시행되는 증거가 있다고 발표했다. 10명의 독립적인 인권 전문가로 구성된 고문방지위원회는 고문방지협약에 가입국들의 인권 상황을 정기적으로 심사한다.
위원회 조사 결과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은 비인간적이고 잔혹한 고문에 시달리고 있었다. 군견을 이용한 공격, 전기·물 고문, 장시간의 고통스러운 자세 강요, 성폭력 등 다양한 고문이 시행됐으며, 동물 흉내를 내게 하거나 수감자 몸 위에 소변을 누는 등 존엄성을 훼손하고 굴욕감을 주는 행위도 벌어졌다. 또 과도한 결박으로 인해 신체가 절단된 경우도 있었고, 마취 없이 수술을 하거나 극심한 추위와 더위에 노출시키고 환각제를 강제 투여하기도 했다.
위원회는 팔레스타인 수감자에 대한 성적 학대가 광범위하게 자행됐다고 밝혔다. 수감자들에 대한 강간 및 추행, 나체 상태의 수감자의 성기를 집중 가격하고 성기 및 항문에 전기고문을 가하기도 했다. 또 성적으로 굴욕감을 주는 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스라엘군이 수감자를 성학대하는 영상이 유출돼 충격을 던진 스데 테이만 수용소에서는 구금자들이 항시 안대와 족쇄를 찬 상태로 침대에 묶인 채 화장실 이용이 금지돼 기저귀 착용을 강요당하기도 했다. 스데 테이만은 고문과 가혹행위로 악명이 높아 ‘제2의 아부 그라이브’로 불린다.
위원회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을 재판과 기소 없이 광범위하게 행정구금하고 있으며, 85% 이상의 수감자가 재판·기소 없이 구금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인권단체 베첼렘 발표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이스라엘은 3747명의 팔레스타인인을 재판 없이 행정구금하고 있다. 행정구금은 최대 6개월씩 무기한 갱신할 수 있어 장기 구금이 가능하다. 또 이스라엘이 ‘불법전투원’으로 분류해 구금한 수감자 가운데 임산부·아동·장애인·고령자도 다수라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특히 기소 없이 구금된 아동 비율이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스라엘법상 형사 책임연령은 12세지만, 실제 12세 미만 아동도 구금돼 있으며 “가족과 접촉이 제한되고, 독방에 수감될 수 있으며, 교육 기회도 박탈당한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구금 중 사망한 팔레스타인인이 최소 75명에 이르며 시신에서 심각한 영양실조, 의료 방치, 고문 흔적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이스라엘 인권단체 인권의사회는 최소 98명의 팔레스타인인이 구금 중 사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위원회는 “현재까지 사망 사건에 대해 어떤 정부 관계자도 책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지난 2년 동안 이스라엘에서 고문·학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는 단 한 건뿐이라고 밝혔다. 지난 2월 가자지구에서 수감자들에게 폭행 등 가혹행위를 한 이스라엘 군인으로, 이마저도 7개월 형에 그쳤다.
위윈회는 이스라엘의 이런 행태가 전쟁범죄이자 반인륜 범죄에 해당한다며, 이스라엘 고문 정책은 집단학살(제노사이드)를 구성하는 행위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또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점령지에서 주민들에게 가하는 체계적 차별과 비인도적 정책이 팔레스타인인 전체를 대상으로 한 고문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급 장교를 포함한 책임자 기소, 가자지구 전쟁 중 벌어진 고문 행위를 조사할 독립적 조사위원회 설치를 요구했다.
보고서가 발표되기 전날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 국경 경찰관 3명이 비무장상태에 항복한 것으로 보이는 팔레스타인인 2명을 총으로 쏴 살해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경찰관 3명은 조사를 받은 뒤 다음날 풀려났다. 이스라엘군은 “테러 행위를 자행한 수배자들을 체포하기 위한 작전”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사망한 팔레스타인인은 7만100명으로 7만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추가 집계된 사망자 중에는 이날 이스라엘군 철수선인 ‘황색선’(Yellow Line)을 넘었다가 이스라엘군에 살해된 어린이 2명도 포함됐다. 10살 안팎의 아이들은 장작으로 쓸 나무를 모으다가 이스라엘군 무인기에 의해 살해됐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11041655001
https://www.khan.co.kr/article/202510211558001
https://www.khan.co.kr/article/202408081606001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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