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영일대 물들인 ‘한복 페스티벌’…바다·전통의 조화에 관객 매료

서의수 기자 2025. 11. 3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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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전국악·패션쇼·강강수월래까지 감동 연출…“바다와 어울린 한복, 새로운 문화경험”
동해중부선 개통 기대 속 지역 문화브랜드 가능성 확인…늦가을 밤 열기 가득
▲ 영일대 특설무대에서 한복 모델들이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며 페스티벌의 시작을 알렸다.

29일 저녁, 포항 영일대 해변이 전통의 색채와 바다의 분위기로 가득 채워졌다. 해변을 따라 길게 조성된 장미원 인근 특설무대에는 해가 완전히 지기도 전부터 사람들의 발걸음이 모여들었고, 늦가을 낭만을 즐기려 나온 시민과 관광객들로 좌석이 빠르게 채워졌다. 동해의 바람과 야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2025 청정 동해와 함께하는 한복 페스티벌'이 시작될 시간이 다가오자 현장은 설렘과 기대감으로 차올랐다.

▲ 영일대 누각 앞에서 참가자 전원이 한복 패션쇼의 피날레 단체사진을 촬영했다.

퓨전국악 공연이 첫 무대를 열었다. 대금의 깊은 호흡과 장구의 경쾌한 장단이 어둠이 내려앉은 바다 위로 풍성하게 퍼져나갔다. 음악이 절정을 향해 오를 때마다 파도 소리가 함께 어우러져 공연은 마치 자연의 일부가 된 듯한 느낌을 자아냈다. 무대 앞에 자리한 시민들은 휴대폰을 들어 영상을 찍으며 감탄했고, 아이들은 흥겨운 박자에 맞춰 앉은 자리에서 몸을 흔들었다.

▲ 모델들이 태극기·독도를 담은 한복을 착용하고 무대에 올랐다.
▲ 한복을 입은 모델들이 런웨이에서 전통의 품격을 보여주고 있다.

뒤이어 펼쳐진 한복 패션쇼는 이날 가장 큰 관심을 끌어낸 순간이었다. 조명이 붉게 켜지고 음악이 바뀌자 모델들이 하나둘씩 런웨이에 등장했다. 이날 무대에 오른 한복들은 전통의 미감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재해석을 가미한 작품들로 구성됐다. 금박과 오방색이 돋보이는 궁중풍 한복은 왕실의 장엄함을 그대로 무대 위에 불러냈고, 치마와 소매에 태극기와 한글 서체를 활용한 작품들은 상징성과 독창성을 동시에 갖추며 관객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특히 수묵화·민화·연꽃·산수 등을 회화적으로 표현한 치마는 모델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그림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입체감을 드러냈다. 자연색을 그라데이션으로 펼친 한복들은 영일대 야경과 조화를 이루며 무대의 분위기를 한층 풍성하게 만들었다.

▲ 한복을 입은 모델들이 런웨이에서 전통의 품격을 보여주고 있다.
▲ 일몰 무렵 영일대 해변 특설무대에는 시민·관광객들이 몰려와 축제를 즐겼다.

시간이 흐를수록 공연의 에너지는 더욱 고조됐다. 무용 퍼포먼스와 전통 의상 연출이 이어지자 무대와 객석의 경계는 점차 허물어져 갔다. 특히 마지막을 장식한 강강수월래 연출은 이날의 열기와 감동을 하나로 모으는 장면이었다.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 앞으로 다가갔고, 둥근 원이 점점 넓어지며 축제는 하나의 공동체적 울림을 만들어냈다.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오늘 온 보람이 있다"는 말이 곳곳에서 들려왔다.

현장을 찾은 시민 박준영씨(29·남)는 "한복이 이렇게 바다와 잘 어울릴 줄 몰랐다"며 "포항에서 이런 품격 있는 문화 행사를 볼 수 있다는 게 참 새롭고 자랑스럽다. 동해중부선이 개통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공연을 보러 올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패션쇼를 총괄한 이선영 한복디자이너는 백스테이지에서 짧은 소회를 전했다. 그는 "포항의 바다는 한복의 색과 결을 가장 자연스럽게 드러내 주는 곳"이라며 "동해중부선 개통으로 많은 분들이 포항을 찾게 되는 시기에 전통의 아름다움을 함께 보여드릴 수 있어 큰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연출 전반에 동해와 포항의 상징성, 해녀와 민화, 연꽃 등 지역적 요소를 최대한 담아내려 노력했다"며 "오늘 공연이 전통문화와 지역 문화의 새로운 연결점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폐식 안내가 울리고 무대 조명이 서서히 꺼지자 관람객들은 영일대 해변의 은은한 야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늦가을 축제의 여운을 즐겼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무대 앞에는 한동안 사람들이 남아 서로 감상을 나누는 모습이 이어졌다. 파도 소리와 함께 흩어지는 음악의 잔향은 오랜 시간 현장의 공기를 따뜻하게 채웠다.

이날 행사는 경상북도가 주최하고 경북일보가 주관했다.

▲ 한복을 입은 모델들이 런웨이에서 전통의 품격을 보여주고 있다.
▲ 한복을 입은 모델들이 런웨이에서 전통의 품격을 보여주고 있다.
▲ 한복을 입은 모델들이 런웨이에서 전통의 품격을 보여주고 있다.
▲ 한복을 입은 모델들이 런웨이에서 전통의 품격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