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범퍼 긁히더니 한방병원 갔다” “웃으며 내리기도”…교통사고로 한탕 챙긴다? [어쩌다 세상이]

전종헌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cap@mk.co.kr) 2025. 11. 30.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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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미한 접촉사고에도 과다치료·입원
유튜브에 합의금 높이는 방법 성행
안 아파도 진단서 끊으면 2주 진단
병원들 진단서 발급 남발 ‘도덕적 해이’
3년간 보험사기 규모 계속 1조 넘겨
국내 최대 자동차 커뮤니티에 올라온 접촉사고 사진.[SNS]
“운전 중 차가 많이 막혀 가다서다 하다가, 저속으로 접촉사고가 났습니다. 속도는 10km미만이고 상대 뒷범퍼는 긁히기만 했습니다. 상대 차량은 뷰티풀 코란도입니다. 제가 뒤에서 접촉한 사고이기 때문에 과실 인정합니다. 하지만 과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 질문 드립니다. 저 정도 긁은 접촉사고로 몸이 아파서 한방병원에 통원치료 하는 게 맞는 건가요? 뒷범퍼 수리가격이 130만원 이상 나왔는데 이건 맞는 건가요?”

지난 25일 국내 최대 자동차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연입니다. 내용은 경미한 접촉사고로 보이는데 상대 차량 운전자가 자동차보험 대인접수를 하고 한방병원 통원치료를 받는다는 내용이죠. 예상보다 많은 수리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하소연도 덧붙여 있습니다.

접촉사고 경험이 있는 운전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런 행태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가벼운 접촉사고에도 피해 차량 운전자가 뒷목부터 잡고 나오기도 하고, ‘괜찮다’고 했다가 돌연 다음날 ‘병원에 가봐야 겠다’고 연락을 해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실 접촉사고가 나지 않았는데 사고가 났다고 하고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에 가면 아무 이상이 없더라도 기본 2주 진단서를 발급해 주기도 합니다. 엄살을 조금 더 부리면 3주짜리 진단서가 나오는 게 현실이죠.

이런 현실을 유추해 볼 수 있는 통계도 있습니다. 국가손해보험협회·보험사 통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 동안 경상환자(심하지 않은 부상, ‘스치기’ 사고 포함) 치료비가 급증했는데요. 2017년과 비교했을 때 경상환자는 약 5.5% 증가한 반면, 이들에게 지급된 보험금은 43.1%나 늘었다고 합니다.

지난 5일 오후 1시께 충남 공주의 시골 길에서 발생한 접촉사고, CCTV에 촬영된 후진 차량의 접촉사고 화면.[SNS]
불필요한 입원으로 보이는 사례도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지난 5일 오후 1시께 충남 공주의 한적한 시골 길에서 발생한 사고입니다. 제보자에 따르면 시골길에서 후진 주차를 시도하던 중 뒤에 정차해 있던 레이 차량과 미세한 접촉이 있었다고 합니다. 해당 사고는 CCTV에도 찍혔는데 영상을 보면 정말 접촉을 했나 싶을 정도로 충격이 거의 없어 보입니다.

접촉 당시 상황에 대해 제보자는 이렇게 전했습니다. “당시 두 차량 간의 거리가 꽤 있었고 경고음이 울린 후 급브레이크를 밟았을 정도로 아주 미세한 접촉이었습니다. 직장 상사가 ‘차 박은 거야?’ 라고 물었을 때도 저는 ‘아니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차에서 내려 상대 차량으로 가니, 운전자는 창문을 내리며 실실 웃고 있었습니다. 제가 ‘혹시 접촉이 있었나요?’라고 묻자, 웃으며 ‘그랬어요’라고 답하더군요. 제가 바로 사과드리고 예의상 ‘다친 데는 없으세요?’하니, 실실 웃으며 ‘괜찮아요’라고 했습니다.”

제보자는 자신의 차량 접촉 부위를 확인해 보니 운전석 사이드 범퍼 하단에 긁힘 자국조차 없었고, 상대 차량의 경우도 조수석 안개등 상단이 차량과 닿은 것 말고는 접촉된 부위에는 어떤 흔적도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접촉 차량 운전자는 보험사 대인·대물 접수를 요구하고 2주 진단을 받고 한방병원에 입원했다고 합니다. 보험사에 따르며 접촉사고 피해자는 목 염좌, 허리 염좌, 요추 통증이 있다는 이유에서 입원을 했다고 합니다. 피해자의 직업은 프리랜서라고 합니다.

제보자는 CCTV 영상에서도 확인되듯 차량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며 입원은 과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교통사고 합의금 많이 받기 영상.[유튜브 캡처]
문제는 이런 행태가 매번 반복되고 있음에도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교통사고 합의금을 높이는 방법에 대한 유튜브 동영상도 성행하고 있습니다.

경미한 사고에도 입원 등 과도한 치료를 하는 것 역시 보험사기에 해당합니다.

2024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적발된 보험사기 규모는 약 1조1502억원, 가담 인원은 10만8997명이라고 합니다. 전년의 경우 1조1164억원에, 적발 인원은 10만9522명으로, 2022년부터 매년 1조원 넘게 보험사기 규모가 통계로 잡히고 있습니다.

보험사기 유형을 보면 허위 진단서 제출, 과다진료·입원, 실제 사고 과장 등이 보험사기 전체(적발 금액 기준)의 약 60% 수준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병원의 과잉진료도 이런 행태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사람들 입에 공공연히 교통사고 전문 병원으로 지칭되는 곳이 대표적입니다. 종종 교통사고 때문에 왔다고 하면 안 아픈 곳까지 엑스레이를 찍자고 되레 권유하는 의사도 있다고 합니다. 병원이 과잉진료를 유도하는 사례입니다. 염좌·긴장·미세손상 등 경상의 경우도 의사가 ‘입원 필요’라고 진단서에 한 줄만 적으면 보험사는 거의 거절할 수 없는 것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입원 필요성 판단권이 전적으로 병원에 있고 이를 검증할 제도도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병원의 이익 추구와 피해자의 합의금 기대 등이 맞물리며 현재도 이런 구조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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