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얼라이브2025]① '문워크 로봇' 뒤엔 48시간 밤샘 소통 있었다

[편집자주] 과학이 연구실 밖을 나와 대중에게 닿기까지 '과학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가교가 있습니다. 동아사이언스는 과학이 대중과 소통하는 법에 대해 화두를 던지는 '사이언스얼라이브(Science Alive)'를 매년 개최했습니다. 올해 6회째를 맞는 '사이언스얼라이브 2025'는 12월 11일 대전 IBS 과학문화센터에서 '당신 곁의 과학(Science Beside U)'을 주제로 열립니다. 과학 연구가 우리 삶과 어떤 접점을 형성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인공지능(AI)이 과학 현장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짚어봅니다. '제2회 PR 어워드' 시상식도 진행됩니다. PR 어워드는 연구성과 보도자료(프레스 릴리즈)를 평가해 상을 수여하는 국내 유일 과학 보도자료 시상식입니다. 올해 2회째를 맞는 PR 어워드를 수상한 연구자들과 커뮤니케이터들의 이야기를 릴레이 인터뷰로 전합니다.
"문워크를 잘하는 것이 로봇 기능에 중요한 건 하나도 없어요."
올해 PR어워드 수상자로 선정된 박해원 KAIST 기계공학과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휴보랩) 교수팀은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했다. 로봇은 시속 12km 주행, 30cm 높이의 턱이나 계단 극복, 험지에서도 균형을 잃지 않는 안정성을 갖췄다. 모터·감속기 등 핵심 부품부터 AI 제어기까지 모두 자체 기술로 만들어 기술적 독립성을 확보한 성과다. 문제는 이 연구를 어떻게 알리느냐였다.
박 교수가 떠올린 건 마이클 잭슨의 '문워크'였다. 로봇 성능과는 무관하지만 일반인이 쉽게 할 수 없으면서도 누구나 아는 동작이었다. 대학원생들이 곧바로 영상 촬영에 들어갔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국내외 주요 매체에서 앞다퉈 보도했고 연구실 유튜브 채널임에도 조회수 약 16만 회를 돌파했다. 이 성과로 박해원 교수·최종훈 박사과정생과 민현숙 홍보실장·김성민·이지현 행정원이 제2회 PR 어워드 수상자로 선정됐다. 최근 박 교수 연구실에서 수상자들을 만났다.
● 48시간, 소통의 힘
보도자료 배포는 국제로봇학회 일정을 고려해 9월 말로 계획돼 있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다. 경제부총리의 KAIST 방문 일정이 잡히면서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을 전시하게 됐다. 로봇이 처음 공개되는 순간 보도자료도 나가야 해서 배포를 2주나 앞당겨야 했고 주어진 시간은 단 이틀이었다.
최 박사과정생에게 이때가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다. 그는 "교수님이 피드백을 몇 번 주시더니 아예 옆자리로 오셨다"면서 "밤늦게까지 같이 영상 수정하고 손발이 떨렸다"고 회상했다. 민현숙 실장도 "자다 일어나다 자다 일어나다 거의 48시간 동안 계속 카카오톡에 매달려 있었다"고 말했다.
급하게 앞당긴 일정은 오히려 '최초'라는 타이틀을 지켜줬다. 문워크 영상 공개 1~2주 후 중국에서도 마이클 잭슨 춤을 구현한 휴머노이드 로봇 영상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9월 말로 일정을 잡았으면 키워드를 뺏겼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문워크'를 제목으로!
흥미로운 점은 연구팀이 처음부터 문워크를 강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도자료 초안 제목은 'KAIST 휴보랩 박해원 교수팀, 차세대 휴머노이드 하체 플랫폼 개발'이었다. 문워크는 로봇이 수행할 수 있는 움직임 중 하나로만 언급됐다.
민 실장은 "더 재미있는 게 있을까 찾아봤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연구팀에서 보도자료 초안을 보내주시면 대중에게 접점이 될 만한 게 뭘까 고민한다"며 "로봇이 춤추는 건 워낙 모두 재미있어 하는 요소니까 거기서 포인트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KAIST, 문워크 추는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로 제목이 바뀌었다. 민 실장은 "휴보랩은 워낙 영상 제작을 훌륭하게 한다"며 "보도자료 초안에도 정보를 다양하게 담아주기 때문에 다듬기가 쉬웠고 어떤 부분을 제안해도 생각이 항상 열려 있다"라고 연구팀과의 협업을 강조했다.
박 교수팀은 최근 인기를 끌었던 '슬릭백' 댄스도 시도했다. 최 박사과정생은 "연구를 소개하는 영상인 만큼 카메라를 고정해두고 찍는데 슬릭백은 발을 허공에 고정시키는 착시를 일으켜야 해서 그 맛이 안 살더라"며 웃었다.
문워크 모션을 직접 만든 사람은 따로 있다. 김기정 박사과정생이다. 홍보가 이뤄질 때 군 훈련소에 있어서 PR 어워드 수상자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번 인터뷰에는 함께 자리했다.
김 박사과정생은 "훈련소 가기 직전까지 문워크 모션을 무조건 촬영하고 간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입대 당일에 학교에서 출발하는 차가 11시였는데 10시 반까지 실험하다 곧장 훈련소로 향했다.
● "MIT 홍보팀에 밀리지 않는다"
박 교수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3년, 일리노이대에서 4년간 연구한 경험을 바탕으로 "KAIST 홍보실이 MIT에 밀리지 않는 것 같다"며 "적어도 일하는 열정은 더 뛰어나다.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없다"고 전했다.
민 실장도 이번 협업이 특별했다고 전했다. "이번 계기로 교수님하고 좀 더 친해진 것 같다"며 "워낙 바빠 가까이 일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같이 협업하면서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홍보가 중요하다는 걸 서로 아니까 앞으로도 기회가 있으면 더 많이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국민 세금으로 연구하는 만큼 우리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려야 한다"며 "중국과 미국만 잘하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도 열심히 따라잡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그게 과학기술계에 대한 지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가현 기자 ga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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