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in제주] 한라산 지나는 516·1100도로, 동서로 뻗은 번영·평화로

전지혜 2025. 11. 3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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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 쿠데타 미화 논란' 516도로 명칭 변경 요구도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516도로, 1100도로, 번영로, 평화로….

제주도민은 물론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도 렌터카나 버스로 제주 곳곳을 여행할 때 한 번쯤은 이용하게 되는 주요 도로들이다.

섬 한가운데 자리 잡은 한라산의 산간이나 중산간 지대를 통과해 북쪽의 제주시와 남쪽의 서귀포시를 짧은 거리로 잇는 이 도로들의 중간중간 아름다운 관광명소가 많고, 도로 이름에 얽힌 사연도 흥미롭다.

한라산 1100도로 설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숲 터널 아름다운 516도로, 1100고지 지나는 1100도로

한라산을 지나는 '산간 도로'는 516도로와 1100도로가 있다. 과거 제1, 제2 횡단도로로 불리기도 했다.

516도로(지방도 1131호)는 한라산 동쪽을 지나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남북으로 잇는 총길이 40.5㎞ 도로다. 제주대 부근, 산천단, 한라생태숲, 제주CC, 한라산 성판악 등을 지난다.

시초는 1932년 일제가 개설한 임도였다. 1961년 5·16 군사 쿠데타 이후 박정희 정부에 의해 본격적으로 확장·정비가 이뤄졌으며, 1962∼1969년 공사를 거쳐 오늘날과 유사한 도로 형태를 갖게 됐다.

516도로 개통으로 제주∼서귀포시 간 5시간이 걸리던 것이 1시간 30분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도로가 완성된 뒤 제주도가 1972년 4월 통행료를 징수하기 시작했다가 1982년 말 무료화됐다. 유료 기간에 통행한 차량은 197만5천903대, 징수된 요금은 3억7천700여만원이었다.

5월의 제주마 방목지 제주시 용강동 제주마 방목지를 찾은 관광객이 초원에 방목된 천연기념물 제주흑우와 제주마를 구경하고 있다. 2025.5.4 [연합뉴스 자료사진]

516 도로변에 있는 제주마 방목지에는 봄부터 가을까지 제주마가 방목돼 말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으며 제주를 대표하는 절경인 영주십경 중 하나인 '고수목마'(古藪牧馬)의 풍경이 재현된다.

우거진 나무가 하늘을 덮어 숲 터널을 이룬 구간은 사계절 한라산의 변화를 볼 수 있어서 드라이브 코스로 사랑받고 있다.

단풍 물든 한라산 숲 터널 [연합뉴스 자료사진]

1100도로(지방도 1139호)는 제주시 노형동에서 한라산 서쪽 해발 1천100m 1100고지를 지나 서귀포시 중문동까지 총길이 35.1㎞의 도로다.

본격적인 건설이 시작된 건 1968년께다. 당시 정부가 일제 소탕한 폭력배를 교화하기 위해 '국토건설단'이란 이름으로 국내 건설현장에 배치해 노역을 시켰는데, 이때 제주에도 약 500명이 배치됐다.

이들은 현재의 어승생저수지 북쪽에 설치된 천막에 격리 수용돼 도로 건설에 투입됐다. 나무를 베고 해발 1천100m까지 오르내리는 급경사를 완만하게 우회시키는 어려운 공사여서 착공 6년 만인 1973년에야 완공됐다고 한다.

이 도로는 1974년 6월부터 유료 도로가 됐다가 516도로와 마찬가지로 1982년 말 무료화됐다. 이 기간 통행 차량은 77만5천240대, 요금 징수액은 2억4천600여만원이었다.

1100고지 일대는 겨울철 눈부신 설경을 자랑해 늦가을부터 초봄 사이 산지에 많은 눈이 내린 뒤 도로 통제가 풀리면 설경을 감상하려는 나들이객 행렬이 이어진다.

1100고지 겨울 풍경 제주도 산지 대설주의보가 해제된 후 제주 한라산 1100고지 일대에 관광객 차량이 몰린 모습. 2025.11.19 [연합뉴스 자료사진]

또한 1100도로 초입부에는 '신비의 도로', '도깨비 도로'로 불리는 구간이 있다.

1981년 신혼부부 관광객을 태운 택시가 사진을 찍으려고 차를 세워뒀는데 차가 언덕 위로 올라가는 것처럼 움직이는 것을 발견한 뒤로 알려져 관광 명소가 된 곳이다.

실제로는 내리막길임에도 착시현상 때문에 오르막길로 보여서 생겨난 일로, 한동안 착시현상을 실험하려는 차량과 깡통 등을 굴려보는 관광객들로 일대가 크게 붐벼 우회도로가 개설되기도 했다.

중산간 지나 제주시∼서귀포시 연결…동부 번영로, 서부 평화로

제주국제공항에서 내린 관광객들이 중문관광단지 등 서귀포시 방면으로 이동할 때 주로 이용하게 되는 도로는 '평화로'다.

평화로(지방도 1135호)는 제주시 애월읍에서 서귀포시 대정읍까지 이어지며, 총길이는 29㎞다.

이 도로는 제주도 도로의 효시로 불린다. 해안 일주도로가 개설되기 전 조선시대 제주 목사가 제주목에서 대정현까지 행차하는 길이었다고 한다.

1938년 2월 지방도로 지정됐으나 4·3 당시 중산간 지대가 작전 지역이 되면서 폐도되기도 했다. 이후 1967년부터 중산간 개발을 위해 확장·보수 공사가 이뤄져 1990년대 말에 완전 포장됐다.

특히 1983년 4월 제주를 찾은 전두환 대통령이 제주공항∼중문관광단지 '고속화도로' 건설 검토를 지시하면서 중문으로 이어지는 도로 공사가 이뤄져 1986년 2월 완공됐다. 고속화도로 개통으로 제주공항에서 중문관광단지까지 40㎞ 구간 주행 시간이 30분으로 단축되면서 관광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평화로 개통으로 중문관광단지를 비롯해 산방산, 송악산, 사계 해안도로 등 서남부 관광지 접근성이 좋아졌으며, 평화로 주변으로 골프장도 많이 들어섰다.

새별오름 평화로 변에 자리잡은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 [연합뉴스 자료사진]

번영로(국가지원지방도 1113호)는 제주시 건입동에서 서귀포시 표선면까지 이어지는 총길이 35.8㎞ 도로다.

번영로도 평화로와 마찬가지로 조선시대 목사가 행차하던 도로로, 제주도 도로의 효시로 불린다.

번영로가 개통됨으로써 제주시에서 표선까지 차량 운행 시간이 2시간에서 50분으로 단축됐다.

번영로와 평화로는 동부산업도로·서부산업도로에서 2000년대 동부관광도로·서부관광도로가 됐으며, 제주특별자치도 출범과 세계평화의 섬 지정이 이뤄진 2006년에 지금의 이름으로 변경됐다.

한라산 516 횡단도로의 옛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군사 쿠데타 미화 516도로 명칭 변경해야"…명림로 '4·3평화로' 명예도로명 부여 의견도

'516도로'는 1961년 5·16 군사 쿠데타 이후 본격적인 정비 작업이 이뤄지며 붙여진 이름이다.

당시 박정희 정부는 전국 각지 도로나 광장, 공공시설에 516이라는 명칭을 붙여 정통성을 각인시키고자 했다.

박정희 대통령 휘호로 높이 2m 자연석에 도로명을 새긴 기념비가 산천단 부근에 세워지기도 했다.

그러다 김대중 정부 출범 후 516도로 명칭 자체가 군사 쿠데타를 미화한다는 지적이 나오며 여러 차례 논란이 불거졌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있던 2016년 12월에는 5·16도로 기념비에 누군가 붉은 페인트로 '독재자'라고 쓰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명칭 변경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졌고, 실제 516로 도로명 변경을 위한 행정당국 조사가 이뤄지기도 했다.

서귀포시는 2018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516로 인근 주민 등을 대상으로 516로 명칭 변경에 대한 의견 수렴에 나섰다. 다만 의미 있는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오영훈 제주지사는 제주도의회 도정질문에서 516도로 명칭 변경에 대한 질문에 "간단하지는 않겠지만, 서귀포시와 함께 협의해 나가겠다"며 변경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 지사는 "개인적으로는 516로 명칭이 바뀌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다만 관련 법률에 따르면 도로명 변경에 상당히 난해하고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제주4·3평화공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제주4·3평화공원을 오갈 수 있는 유일한 도로인 제주시 봉개동 명림로에 대해서는 '4·3평화로'라는 명예도로명을 부여하는 방안이 추진되다가 보류되기도 했다.

앞서 지난 2022년 제주시는 4·3유족회 등의 건의에 따라 명림로에 '4·3평화로'라는 명예도로명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 위해 주민 의견을 수렴했다.

평화와 인권, 화해와 상생의 4·3 정신과 상징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인근 마을 주민들이 '마을 존재감이 사라질 수 있다'는 등 부정적 의견을 제시함에 따라 제주도 주소정보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보류됐다.

이와 관련해 지난 10월 제주시 행정사무감사에서 강철남 제주도의원은 '4·3평화로' 명예도로명 부여를 제주시장에게 요청하며 "명예도로명 부여는 4·3을 보다 쉽고 명확하게 일상생활 속에서 기억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 주요 도로 제주지방기상청이 제공하는 도로 기상 정보 페이지. [제주지방기상청 홈페이지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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