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 Good] 스몰 웨딩? 더 '나다운' 마이크로 웨딩 늘어난다
10~20명, 많아야 30명 안팎 하객 초대해
주례·버진로드 등 없애고 재즈 공연 하기도
"가치 있는 소비 중시 젊은 층 더 찾을 것"

"인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 중 하나를, 잘 알지도 못하는 분들 속에서 공장에서 찍어내는 것 같은 예식장에서의 기억으로 남기고 싶지 않았어요."(20대 여성)
"꽃 장식이 섬세해서 기분 좋게 기념 파티를 진행할 수 있었고 자리에 함께해주신 한 분 한 분과 눈을 맞출 수 있는 구조가 좋았어요.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어 편안하게 돌아가며 덕담도 해주셔서 눈물도 많이 흘렸어요."(30대 여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바꾼 우리 사회의 풍경 중 하나는 결혼식장이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당시 예비 부부들은 결혼식을 미루던 끝에 100명 안팎을 초대해 하객을 최소화하고 규모도 줄이는 등 '스몰 웨딩'을 치렀다.
스몰 웨딩은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후에도 줄지 않았다. 예식의 규모나 형식보다는 결혼의 의미를 더 값지게 여기는 분위기가 사회적으로 인정받았고 개성과 취향을 중시하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는 단순히 하객 수를 줄이는 걸 넘어 각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결혼식을 치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주례가 사라지는 등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틀에 박힌 '스드메(스튜디오 사진 촬영·드레스·메이크업의 줄임말)'는 건너뛰고 자유롭게 결혼식을 설계한다. 예식장 연출과 식사 메뉴까지 원하는 대로 정한다. 이른바 '마이크로 웨딩'이다.
"진정한 대접 가치 중요시해"

마이크로 웨딩의 특징은 용어 그대로 초대하는 하객 수가 적다는 점이다. 가족과 가까운 지인만 초대해 10~20명, 많아봐야 30명 안팎의 하객 앞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축복받는다. 대규모 하객을 예상한 시설을 갖춘 결혼식장 등은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아 엄두를 내지 못한다. 안다즈 서울 강남의 경우 맞춤형 웨딩을 염두에 두고 실내 기준 10인의 하객이 앉을 수 있으며 야외 테라스 공간을 포함해 최대 30인가량 참석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안다즈 관계자는 "20명가량 가까운 지인 극소수만 초대하는, '진정한 대접'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예비 부부가 대부분"이라며 "해외에 기반을 둔 분들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결혼식 진행 방식도 기존의 방식과는 차이가 크다. 신랑·신부는 정장과 웨딩드레스 대신 청바지와 원피스를 입고, 일반적으로 알려진 예식 순서를 따르지 않는다. 주례가 없는 경우가 많고, 버진로드(신랑·신부가 단상까지 걸어가는 길)가 없을 때도 있다. 버진로드를 두더라도 전통적 일자형보다 신랑·신부에게 자연스럽게 시선이 집중되는 구조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져 식장 중앙에 원형 무대를 둔다. 시선이 집중돼 신랑·신부가 더욱 돋보일 수 있다.
"하나의 작품 같아" 하객 감탄도

레스케이프 호텔에선 바다 위의 항공 관제사로 불리는 '도선사' 직업을 가진 신랑과 윤슬(햇빛이나 달빛에 반짝이는 잔물결)을 좋아하는 신부의 뜻에 따라 색다르게 꾸민 결혼식도 있었다. 두 사람은 '바다'를 주제로 예식장을 꾸리고 싶어해 푸른빛의 디저트와 배를 형상화한 핑거푸드, 산호초를 떠올리게 하는 플라워 장식으로 결혼식이 진행됐다.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은 "두 사람의 이야기가 공간 전체에 녹아든 하나의 작품 같았다"고 감탄했다고 한다.
결국 마이크로 웨딩을 찾는 이들에게 보다 중요한 건 개성과 그들만의 스토리, 그리고 진정성이다.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에서 결혼식을 올린 20대 신부 A씨는 "해외에 살고 있는데, 부모님이 계신 한국에서 소규모로 언약식을 하고 싶었다"면서 "결혼식 절차가 간소하고 재즈 공연도 곁들여 신나는 파티처럼 구성된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중요한 건 스토리와 디테일"

반얀트리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스토리와 디테일"이라며 "마이크로 웨딩을 찾는 분들은 화려한 연출보다 의미 있는 순간을 기념하는 것에 무게를 두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고 그 의미를 주변과 나누는 시간을 원하는 경우가 많아 각자의 스토리를 가장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연출을 고심한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개성을 중시하다 보니 꽃 장식이나 예식장을 어떻게 꾸밀지 요청이 많다고 한다. 사진이 잘 찍힐 수 있는 공간을 점찍어 설정하기도 하고 계절에 맞춘 장식도 꼼꼼히 주문하고 예식장 외부 전경도 중요시한다. 웨스틴 조선 서울에선 창밖에 펼쳐진 황궁우 뷰를 배경으로 오솔길 콘셉트의 버진로드를 주문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웨스틴 조선 관계자는 "마이크로 웨딩은 형식보다 '진정성 있는 순간'을 중시하는 커플이 많이 찾는다"면서 "실제로 자매가 모두 마이크로 웨딩을 치르고 만족해 이후 아이의 첫돌 잔치까지 진행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결혼에서 끝나지 않고 가족의 중요한 순간을 담은 곳으로 기억한다는 얘기다.
"결혼식 선택지 중 하나로 자리 잡을 것"

앞으로도 마이크로 웨딩을 치르는 신랑 신부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콘래드 서울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실속과 진정성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며 작지만 의미 있는 웨딩을 준비하는 부부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최근 결혼 문화가 점차 개인의 가치와 취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면서 마이크로 웨딩을 선호하는 커플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레스케이프 관계자 역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가치 있는 소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도 마이크로 웨딩이 결혼식 선택지 중 하나로 자리 잡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라면서 "자신만의 취향을 드러내는 컬처 이벤트형 웨딩을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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