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이 다시 꺼낸 '토지공개념' 뭐길래… "과도한 규제" vs "논의 필요"
자본주의 소득 격차 문제 해결 위해 서구서 등장
한국, 광복 후 헌법에 반영… 노태우 정권 때 도입
'토지공개념 3법안' 중 2개, 위헌·헌법불합치 폐지
헌재, 개념 도입 취지는 인정… 다른 제도로 명맥
曺 "부동산 공화국 해체 위해선 입법화 필요하다"
전문가들 "소득 격차 해결" "시장 자율성 저해"

"지금 부동산 시장은 다주택자의 이기심, 투기꾼의 탐욕, 정당과 국회의원의 선거 득표 전략, 민간 기업의 이해득실이 얽힌 복마전이다. 부동산 공화국과 강남불패 신화를 해체하기 위한 근본적 처방인 토지공개념을 입법화해야 한다."
지난 23일 조국혁신당의 새로운 '선장'으로 선출된 조국 대표의 당대표 수락 연설 중 일부다. 자신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일했던 2018년,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려 했던 '토지공개념 입법화' 카드를 7년 만에 다시 꺼내든 것이다. 토지공개념 구체화 방안도 내놓았다. 그는 "토지주택은행을 설립하고 국민 리츠를 시행해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고품질의 100% 공공 임대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토지공개념'이란 정확히 무엇일까. 일반인에겐 친숙하지 않지만, 이 단어의 역사는 꽤 오래됐다. 그런 만큼 단순한 개념도 아니다. 자본주의의 탄생 이후 정치·경제·사회 등 여러 분야에서 논의와 논쟁을 낳으며 변천해 왔다. 한국 부동산 시장에 미친 영향도 작지만은 않다. 토지공개념의 의미와 국내에서의 발전 과정 등을 살펴보고, '입법화'에 대한 전문가들 평가도 함께 들어봤다.
헨리 조지, '진보와 빈곤'서 현대적 토지공개념 제시

기본적으로 토지공개념이란 '토지(사람의 생활 기반이 되는 땅)는 공공 자원'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토지에 대한 개인의 소유권은 인정하되 그 소유권을 절대적으로 보지 않고, 그 이용과 처분도 공익을 위해 제한할 수 있다'는 사상을 뜻한다. 반대 개념인 '토지사유권'을 먼저 살펴보면 이해가 더 쉽다. 토지 사유화의 병폐가 심각해지면서 그 대안으로 제시된 게 토지공개념이기 때문이다.
인류의 토지 사유화 시작 시점은 신석기 농경 사회다. 토지에 대한 사적 경작권이라는, 원시적인 사유 재산 개념이 등장했을 때다. 이후 고대 문명 시기를 거쳐 중세 시대까지 토지의 사적 소유권은 법제화를 통해서 확립됐다. 다만 이 시기엔 개인의 자유로운 소유·사용·처분 권한이 보장되는 현대적 의미의 소유권 개념은 아니었다.
산업화 시대에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토지 사유권은 폐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토지를 단순히 소유하기만 해도 지대(地代)를 통해 얻는 불로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빈부 격차' 문제도 갈수록 커진 탓이다. 애덤 스미스나 존 스튜어트 밀을 비롯한 고전 경제학자들이 토지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토지 소유주의 불로소득을 비판했던 이유다. 예컨대 밀은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 낸 것에 대한 사유 재산 권리는 최대한 보장돼야 하나, 토지란 인간이 생산한 것이 아니므로 그에 대한 제한이 자유시장경제와 배치되는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미국 정치경제학자 헨리 조지는 1879년 '진보와 빈곤'이라는 저서를 통해 '토지공개념' 이론을 제시했다. 빈부 격차 심화의 최대 원인은 토지 사유화이며, 따라서 토지가치세를 도입해 지대를 국가에 환원하자는 게 조지의 주장이었다. 다만 심각한 사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그 실천 방안으로서 '국가의 사유지 몰수·매수'를 주장하지는 않았다.
노태우 정권, 부동산 폭등에 '토지공개념 3법' 입법

서구 자본주의 사회에서 싹을 틔운 토지공개념은 1945년 8·15 광복 이후 한국에도 유입됐다. 이승만 정권 당시, 농지개혁법을 통해 헌법에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과 '소작 제도 금지'를 명시화한 게 시작이었다. 경자유전 원칙은 농사를 짓는 사람만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뜻이다. 토지 소유권의 절대성을 제한하고 공익적 이용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토지공개념과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1972년 박정희 군사정권은 유신헌법에서 토지공개념의 요소를 구체화했다. 유신헌법 제119조는 "국가는 농지와 산지, 기타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해서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국가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는 현행 헌법 제122조의 전신 격이다. 그 이후에도 헌법은 제23조 2·3항, 제122조 등에 근거해 해석상 토지공개념을 인정해 왔다.
한국 사회에서 '토지공개념' 단어는 1976년 처음 등장했다. 신현식 당시 건설부 장관은 "토지를 절대적 사유물로 인정하기 어려운 우리나라 실정에 비춰볼 때 토지공개념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970년대 중반부터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가라앉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나온 언급이었다. 신 전 장관 발언은 1978년 부동산 투기 억제 및 지가 안정을 위한 종합 대책인 '8·8 조치'에서 토지공개념위원회 구성으로 이어졌으나, 구체적인 제도화에는 이르지 못했다.
실제 정책으로 구현된 건 11년 뒤인 1989년이다. 한 해 전 1988 서울올림픽, 저유가·저달러·저금리를 뜻하는 '3저(低) 호황' 속에 자금이 부동산으로 대거 몰리면서 집값도 급등했다. 이런 상황에 직면하자 노태우 정부는 그때 당시로선 파격적 시도로 평가된 △토지초과이득세 △개발이익환수제 △택지소유상한제 등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토지공개념 3법'을 내놨다. 다만 토지초과이득세는 '미실현 수익에 대한 과세'라는 이유로, 택지소유상한제는 '국민 재산권 침해'라는 이유로 헌법재판소에서 각각 헌법불합치 또는 위헌 결정을 받아 폐지됐다.
2000년대 이후 진보 정부, 토지공개념 확대 추진

그러나 토지공개념 자체가 부정됐던 건 아니다. 헌재는 택지소유상한법에 대해 "우리나라의 협소한 국토 현실과 공익 목적상 택지의 소유 상한을 정하는 것 자체는 합헌"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소유 상한으로 정한 200평은 너무 적은 면적일 뿐만 아니라 일률적으로 이를 초과해 소유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건 헌법상 국민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토지초과이득세법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 역시 '헌법에 맞도록 일부 법령을 개정하면 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토지공개념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이었다.
실제로 토지공개념은 그 이후 출범한 정부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계속 논의됐던 주제다. 오늘날 공공택지, 공공임대주택, 그린벨트 등의 방식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2000년대에는 상대적 진보 성향을 띤 정권이 토지공개념 실현에 앞장섰다. 노무현 정부는 종합부동산세를 추진해 토지공개념의 정신이라 할 수 있는 '보유세 강화'를 간접적으로 실현하려 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법학자 출신인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의 주도로 헌법 개정안에 토지공개념 조문을 명시하려 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 구조 개혁, 3기 신도시 개발 등과 관련해 또다시 토지공개념 관련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 조 대표가 토지공개념 공론화에 다시 나선 건 그래서 예사롭지 않다. 문재인 정부 때에도 그는 "국민 간 소득 격차, 빈곤의 대물림, 중산층 붕괴 등 양극화가 경제 성장 및 국민 통합을 가로막는 상황"이라며 토지공개념을 명시한 개헌안을 발표했었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토지공개념 입법화'라는 개혁 의제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진보 지지층 결집을 꾀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서민 부담 완화" vs "국가, 토지 매입 비용 충당 불가"

전문가들 반응은 엇갈린다. 일단 토지공개념 입법화는 소득 격차를 줄이는 긍정적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한국 사회의 자산 격차 문제가 나날이 커져 간다"며 "재건축 초과 이익의 환수 비율을 더 높이거나, 재개발 사업에서 공공 임대 비율을 늘리는 등 현재 시행되는 제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토지공개념을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토지공개념은 이념적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토지공개념을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했던 대통령은 역설적이게도 보수 정부였던 노태우 정권이었다"고 덧붙였다.
황종규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토지공개념이 입법화된다면 중산층 이하 서민들에겐 주거비 부담을 덜어줄 기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토지공개념을 공산주의식 개념이라고 편협하게 바라볼 필요는 없다. 제도를 잘 손질하면 긍정적인 면이 분명히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에 토지공개념 확산이 시장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미 토지공개념이 상당 부분 실행되고 있어 오히려 민간 자율성을 해할 정도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를 확대하자는 건 사회주의적 통제 경제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주식, 기업 수익 분야의 규제는 완화하면서도 부동산 분야만 유독 형평성에 맞지 않게 과세나 규제가 과도하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개념 자체의 태생적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토지공개념은 기본적으로 한계가 명확하다. 국가가 토지를 매입해야 하는데 이 비용을 어떻게 충당할지는 간단히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은 토지공개념을 오래전부터 시행했던 다른 국가들만큼 자금 조달이나 비용 충당이 쉽지 않다"는 게 남 연구원의 진단이었다.
오세운 기자 cloud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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