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붕’ 총리, ‘무릎꿇은’ 사령관, ‘거짓말’ 시킨 김여사 [피고인 윤석열]㉜

"피고인으로 칭하겠습니다." (1차 공판기일, 검찰 공소사실 발표)
검찰총장, 그리고 대통령까지 지낸 윤석열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들었던 말입니다.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로 대통령에서 파면되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법정에 선 '피고인' 윤 전 대통령의 재판을 따라가 봅니다.
이번 주 법원에선, 나머지 내란 재판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는 첫 구형이 나왔습니다.
지난 26일, 특검팀은 '내란 방조' 혐의로 한덕수 전 총리에 대해 징역 15년을 구형하면서 "피고인은 내란 사태를 막을 수 있던 사실상 유일한 사람"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검은 한 전 총리에 대해 "▲국가와 국민에 대한 피해가 막대하고, ▲사후 부서를 통해 절차적 하자를 없애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시도한 점, ▲허위공문서 작성 등 사법 방해를 저지른 점, ▲진술을 번복하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했다는 점을 양형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징역 15년을 구형한 건 과거 45년 전 전두환·노태우 등 내란 피고인에 구형된 형량을 참고했다고 밝혔습니다.

■ 한덕수 "계엄 당일 '윤석열입니다' 뜬 전화 받아…거의 멘붕 상태"
지난 24일, 한 전 총리는 마지막 '피고인 신문'에서 계엄 사실을 알지 못했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을 만류했다고 진술했습니다.
한 전 총리는 "계엄 당일 밤 '윤석열입니다'가 뜬 전화가 와서 받았다"며 "지금 어디시냐, 들어와 달라, 주위에는 알리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대통령실에 도착한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듣고 "너무 깜짝 놀라서 제가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가 떨어지고 경제가 정말 망가질 수 있습니다. 재고해 주십시오' 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재판부가 '피고인이 계엄을 막을 의사가 있었다면 다른 국무위원들이 재고해 달라는 말을 할 때 함께 호응할 수 있었을 텐데 왜 가만히 있었느냐'고 묻자 "지금 생각해보면 저도 좀 더 열심히 합류해서 행동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을 갖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특검이 공개한 대통령실 CCTV 영상에서 한 전 총리가 계엄 문건을 들고 있는 모습에 포착된 데 대해서는 "거의 '멘붕' 상태에서 무언갈 보고 듣기는 했지만 제대로 들어서 인지된 상황은 아니었다"며 "대통령으로부터 계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서부터는 어떤 경위를 거쳐 무슨 일 했는지에 대한 기억이 부족하다"고 진술했습니다.
'대통령실로부터 받은 문건을 파쇄한 게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해서 위증했나'라는 검찰의 질문에는 "네, 제가 헌재에서 위증했습니다"고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틀 뒤, 한 전 총리는 검찰 구형에 앞선 최후 진술에서 거듭 계엄을 반대했다고 말했습니다.
한 전 총리는 "비록 비상계엄을 막지 못했지만, 찬성하거나 도우려 한 일은 결단코 없다. 이것이 오늘 역사적인 법정에서 제가 드릴 가장 정직한 말"이라며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고 했지만, 막을 도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국무위원들과 다 함께 대통령의 결정을 돌리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라고 회고했습니다.

■ 여인형 전 사령관 "윤석열에 '계엄 불가능' 말하고 무릎 꿇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재판에선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지난 24일 여 전 사령관은 법정에서 "대통령이 작년 5, 6월쯤 삼청동 안가에서 비상 대권과 계엄을 언급했다"며 "군은 불가능하다는 실태를 말씀드렸다"고 증언했습니다.
여 전 사령관은 "당시 대통령이 감정이 격해졌는데 헌법이 보장한 '대권 조치' 그런 말도 했다. 그 와중에 계엄도 나왔다"며 "저는 속으로 '통수권자이신데 계엄에 대해 어떤 상황이고 훈련이 준비돼 있는지를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이 전시든 평시든 어떤 상태인지를 일개 사령관이지만 정확히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했습니다.
이어 "사회가 혼란하면 군이 동원될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계엄은 개전 초기에 발령되는데 육군 30만 중에 계엄에 동원될 사람은 없다"며 "전시도 그럴진대 평시에 무슨 계엄을 하나. 훈련해 본 적 없고 한 번도 준비한 적이 없다. 아무리 헌법이 보장한 계엄이라고 해도 군은 불가능하다는 실태를 말씀드린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여 전 사령관은 그러면서도, "'일개 사령관이 무례한 발언을 했구나' 하는 생각에 무릎을 꿇었다. 술도 한두 잔 들어가서 말한 것이다. 저에게도 충격적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국회의원 체포조' 의혹은 부인했습니다.
여 전 사령관은 계엄 당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 등 주요 인사 10여 명에 대한 체포·구금을 지시받고 체포조를 편성·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27일, 윤 전 대통령 측의 반대신문에 나온 여 전 사령관은 당시 체포조 운영에 관한 질문에 "군인들은 체포, 검거, 공격해, 쳐부숴 같은 말은 입에 배어 있다"며 "저도 모르게 한 말이 있고, 저도 나중에 보니까 '이때 이런 말을 왜 썼지' 싶은 말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당시 경찰과 국방부 조사본부에 인력 100명씩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대해서는 "엄청나게 당황해서 실수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여 전 사령관은 "군인들은 연말쯤 되면 한해 훈련을 종합해서 작전계획을 새로 만드는데 내부적으로 합동수사본부를 만들려면 경찰 100명, 조사본부 100명 정도 생각을 했었다"며 "막상 비상계엄이 걸리니 당황하고 혼란스러워서 생각도 못 하고 머릿속 말을 실수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샤넬백 전달' 김건희 최측근 "김 여사가 거짓 진술 부탁해 허위 진술"
김건희 여사의 재판에선 최측근으로 알려진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유 전 행정관은 코바나컨텐츠 시절부터 김 여사를 보좌한 최측근으로 이른바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으로 지목돼 왔습니다. 건진법사 전성배 씨로부터 샤넬 가방을 받아 김 여사에게 전달하고 이후 같은 브랜드 다른 제품으로 직접 교환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서울남부지검과 특검 조사에서는 이 의혹을 부인해 왔지만, 지난 26일 유 전 행정관은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김 여사가 (거짓 진술을) 부탁해서 잘못된 진술을 했다”고 입장을 바꿨습니다.
유 전 행정관은 지난 26일, 법정에서 특검 측이 '서울남부지검과 특검에 출석해 어떻게 진술할지 김 여사와 논의한 적 있느냐'고 질문하자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또 검찰에서 나오라고 해서 영부인께 '건진도 명품 이런 거랑 관련이 있느냐'고 물었고, 영부인이 '가방 2개'고 '제가 교환한 가방이 맞다'고 하셨다"면서 "영부인이 '혹시 가서 건진한테 심부름으로 (교환)해준 걸로 하면 안 되겠니'하고 부탁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제 입장에서 ‘큰 죄가 될까’라는 생각으로 그런 진술을 했다. 잘못된 진술을 한 건 맞고 그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선물을 전달받은 경위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지난 2022년 7월 전성배 씨에게 '카트를 가지고 나오라'는 연락을 받고 김 여사 자택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주차장에서 만나 물건을 받았다는 내용입니다.
유 전 행정관은 "카트를 갖고 나갔더니 그분이 보자기에 싸인 물건과 쇼핑백을 실어줬다"고 말하면서도 당시 어떤 물건이 들어있는지는 알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그라프 목걸이에 대해선 "받거나 전달한 적 없다"는 김 여사 측과 같은 주장을 했습니다.
재판부가 다시 한번 '목걸이는 들은 적도 없느냐'고 묻자, 유 전 행정관은 "아예 기억이 안 난다. 목걸이를 언급한 적도 없고 본 적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 법원, 김용현 측 변호인 감치 재집행…윤석열, 방청객 향해 '쉿'
법정 소란을 일으킨 변호인들에 대한 '감치' 논란은 이번 주에도 이어졌습니다.
앞서 한 전 총리 재판에 증인으로 앞서 출석한 김용현 전 장관 측 변호인들이 법정 질서를 위반해 재판부가 감치 명령을 내린 바 있는데, 변호인들이 인적사항 질문에 '묵비(답변을 거부함)'하는 등의 상황으로 구치소 감치 집행이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이에 지난 24일, 담당 재판부의 이진관 부장판사는 재판을 시작하면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들에 대한) 기존의 감치 결정은 집행할 예정"이라며 "적법한 절차로 인적사항을 확인해 구치소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맞춰 집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부장판사는 또 "비공개로 진행된 감치 재판에서 한 변호사가 재판부를 향해 '해보자는 거냐', '공수처에서 봅시다'라고 진술했다"며 "이는 기존 감치 결정에 포함되지 않은 별도의 법정질서 위반과 모욕 행위로 별도로 감치 재판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고지했습니다.
여기에, 지난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증인신문이 끝난 뒤 방청객 한 명이 지지 구호를 외친 점을 언급하며 "법정 소란을 일으키고 도주한 사람에 대해서도 감치 재판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알렸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재판의 재판장인 지귀연 부장판사 또한 법정 소란을 경고했습니다.
지난 24일 열린 재판에서 윤 전 대통령 지지자로 추정되는 방청객이 다른 방청객의 사진을 찍어 SNS에 게재했고, 이에 사진을 찍힌 방청객이 재판부에 항의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지 부장판사는 "탄원서를 제출한 분께 법정 질서를 유지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이후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나서기도 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이 "재판장님, 저 때문에 오신 분들한테 제가 당부 말씀을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라고 하자, 지 부장판사는 "아니요. 피고인께서 뭐 그런 말씀하시는 거는 좀 적절하지가 않은 것 같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럼에도 윤 전 대통령은 "제가 나가면서 법정의 정숙과 경건함을 유지해달라고 부탁을 드렸는데…"라고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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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진 기자 (hosk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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