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서 K2·천무 도입 고민… ‘NATO 벽’ 또 마주한 韓 방산

김지환 기자 2025. 11. 30.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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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에선 K2 전차, 노르웨이선 천무
獨·美 업체와 경쟁… “정부 지원 필수”

북유럽 국가들이 전차와 다연장 로켓 등의 도입을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 방산 업체들이 독일·미국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와 경쟁하는 상황에 또 놓였다. ‘NATO 우선주의’를 넘어 수주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30일 군 당국과 방산업계에 따르면 북유럽 국가 중 방위산업 선진국으로 꼽히는 스웨덴은 전차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정부에 한국산 전차에 대해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스웨덴이 도입 규모를 정확하게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스웨덴 주력 전차로 알려진 스트리드스바근(Stridsvagn) 122를 일부 교체하거나 추가 물량을 도입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스트리드스바근은 스웨덴이 독일의 레오파르트(Leopard) 2를 도입한 뒤 자체 개량한 전차다.

지난 2023년 경기도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진행된 K2전차 와 K21장갑차가 기동 및 사격 시범. /뉴스1

현대로템은 K2 전차를 앞세워 스웨덴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스웨덴이 그동안 독일제 전차를 운용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K2 전차의 핵심 경쟁 상대는 독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스웨덴의 차세대 전차 도입 사업에서도 현대로템은 독일이 맞붙었고, 결국 독일의 승리로 끝난 바 있다. 스웨덴은 지난 1월 독일 KNDS와 레오파르트 2A8 전차 44대를 구매하고 기존 전차 66대를 개량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레오파르트 2A8이 대당 400억원이 넘고, 무게가 60t(톤)에 달한다. 반면 수출용 K2 전차의 가격은 대당 200djr~250억원 수준이다. 한국군이 운용하는 K2 전차의 무게는 56t이어서 산악 지형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

업계에선 그럼에도 레오파르트 전차가 선택된 데에는 ‘운용의 통일성’과 ‘NATO 회원국 간 무기 거래 관행’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NATO에는 록히드마틴과 보잉, 에어버스, 라인메탈 등 대표 방산업체들이 모여 있다.

이들은 회원국 간 무기 체계 거래를 통해 통합 운용성을 높여왔다. 지난 2023년 NATO 회원국인 노르웨이의 차세대 전차 사업에서 현대로템이 고배를 마신 것도 이 때문이었다. 당시 평가에서 K2 전차는 노르웨이 설원을 거침없이 주행했지만, 레오파르트 2A7 전차는 주행에 실패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노르웨이는 독일 제품을 선택했다.

다행인 건 2년 전과는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는 점이다. 당시 우리 업체가 가성비와 납기만 내세울 수 있었다면, 이번에는 현지화도 내세울 수 있다.

현대로템은 폴란드 국영 방산업체 PGZ의 자회사 부마르의 생산공장에 폴란드형 K2 전차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이곳을 유럽 전진기지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스웨덴의) 관심 표명 단계로 아직 정확한 도입 규모나 수요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K239 다연장로켓 '천무'가 충남 보령 웅천사격장에서 열린 유도탄 대규모 실사격 훈련에서 고폭유도탄을 발사하고 있다. /육군 제공

노르웨이는 로켓 발사대를 늘려 차량에 탑재하는 형태의 다연장로켓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국방력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노르웨이가 독일 KNDS의 다연장로켓 유로펄스를 선택지에서 제외하면서 남은 건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하이마스(HIMARS)와 독일 차량이 결합된 다연장 로켓 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에어로)의 천무 두 가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에어로는 지난해부터 노르웨이의 방산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을 중심으로 홍보에 나선 바 있다. 특히 다양한 제조업체에서 만든 차량 위에 발사대만 결합할 수 있다는 유연성을 강조한 것이다. 폴란드에 수출된 천무는 발사대 모듈만 한국에서 만들어 배송하고, 폴란드 내에서 PGZ가 생산하는 옐츠(Jelcz) 차량에 통합되고 있다.

에스토니아도 지난해부터 하이마스와 천무를 두고 고심하는 상태다. 지난 2022년 하이마스 6대 도입 계약을 체결한 에스토니아는 하이마스의 추가 도입을 희망했다. 하지만 하이마스 6대가 올해 초에야 인도되는 등 문제가 있던 상황이다.

에스토니아는 추가 도입 시 빠른 납품을 요구했지만 록히드마틴 측에서 명확한 답변이 없자 천무로 눈길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토니아의 천무 도입 여부는 올해 말쯤 결론이 나올 예정이다.

한국군이 도입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천무(K-239).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방산업계 안팎에선 정부의 지원 사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군사 전문 기자 출신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현지화에 나서는 등 한국 방산업체들의 유럽 진출이 본격화되자 유럽 업체들의 견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수주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유럽 현지 인력을 늘리는 등 정부와 방위사업청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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