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깜깜이’ 지역주택조합…8개월 만에 2배 가격에 조합돈으로 계약해 시세 뻥튀기도
“중간 매수인 내세워 시세 가격 2배에 토지 작업”
정보공개 요구했다가 업무방해 등으로 조합 제명되기도
단일 법 없이 주택법에 일부 규정돼 ‘구멍’
전문가 “단일 법안 도입하거나 제도 폐지해야”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을 실현해준다는 제도 취지와 달리 사업 성공률은 떨어지고 조합 운영 과정에서 집행부 비리 등을 이유로 분쟁이 빈번한 것으로 알려진 지역주택조합에서 횡령 의혹이 불거졌다. 경찰은 최근 서울의 한 지역주택조합 집행부를 상대로 제기된 배임 혐의 고소장을 접수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지역주택조합은 도시계획법의 적용을 받는 도시 재개발·재건축과 달리 주택법의 적용을 받는다. 주택법의 일부에 포함돼 있어 조합 구성 요건·회의 진행 등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분쟁도 끊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7일 서울시는 서울 지역주택조합 118곳 전수조사해 형사 고발 118건, 시정 명령 57건 등의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적발 사례 중에서 가장 많았던 것은 규정 미비·용역계약 및 회계자료 부정(331건), 정보공개 미흡·실적보고서 및 장부 미작성(89건), 총회의결 미준수·해산총회 미개최(57건) 등이었다. 중대 비리 사례가 나온 곳은 수사 의뢰했는데, 지난해 2건에서 14건으로 급증하기도 했다.
이 지역주택조합에서 전 조합원들은 투명한 조합 운영을 요구한 업무 방해 혐의로 제명되기도 했다. 2020년 2월 조합에서 제명된 전 조합원 김모씨는 “조합 운영과 관련된 정보공개를 청구했더니 ‘허위사실’이라며 나를 제명했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1부(재판장 전보성)는 2022년 6월13일 “불투명한 사업 운영 방식 등에 불만을 표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업추진 자체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조합원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에 관한 의혹 제기”라고 판단해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인용했다.
일부 조합원들은 제명 무효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으나 조합 가입부터 지난한 분쟁 겪으면서 사실상 포기 상태에 이르렀다. 김씨는 “조합은 법의 허점을 노려 조합원을 쉽게 제명시킨다”며 “가처분신청 소송으로 수백만원의 재판 비용을 쓰고도 분쟁은 끊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택법의 성긴 규정에 따른 감독 규정 미비도 지적했다. 최 교수는 “감독 규정이나 기준 자체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엔 적법 절차를 밟아서 집행부를 임명하거나 제명한 것처럼 보인다”며 “부정이 발생할 소지가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합원들의 권리, 조합원 가입 조건, 분양가 산정 절차 등이 사적 자치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일화된 법안을 갖춘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의 형태를 지역주택조합에도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이 지역은 현재 조합 사업계획 승인을 받아 착공 단계를 밟고 있다. 최 교수는 “끝에 누군가가 해결을 하긴 하는데, 중간에 시간적 지연이 발생하면 빛을 못 보는 경우가 많다”며 “운 좋게 잘 들어가면 혜택을 보고 아니면 돈만 잃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제도를 폐지하거나 설립 동의율 낮추자는 대안도 제시됐다. 남진 서울시립대 교수(도시공학과)는 “서울에 적용되어선 안 되는 제도”라며 “지역주택조합의 정보공개를 투명하게 처리하지 않아 조합원들이 애써 가꿔온 자산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게 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개인적인 일탈이나 조합 비리가 가능한 제도 자체의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소진영 기자 s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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