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보험금 제대로 타야죠” 똑 부러진 가입자들의 ‘러브콜’ 2배 껑충 [이보소]
상품 확대·기한 연장·소비자 안내 확대 영향
손해사정서 열람·3년 내 병원비 청구도 가능
“소비자 권익 보호 기조 속 활용 높아질 것”
# 지난달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은 김희성(55) 씨는 보험회사에 수술비와 후유장해 관련 보험금을 청구했다. 보험사로부터 손해사정사 선임 관련 안내를 받은 그는 직접 독립 손해사정사를 선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보험사가 고용한 손해사정사보다 더 공정할 것 같다”는 생각에 제도를 활용해 보기로 했고, 큰 문제 없이 2000만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었다. 비슷한 수술을 받은 지인도 보험사 위탁 손해사정사로부터 비슷한 금액을 받았다고 하지만, 김 씨는 “직접 선택할 수 있다는 것에서 보험 제도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보험 가입자가 독립 손해사정사를 직접 선임한 건수가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금융당국의 소비자 보호 기조 속에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이 확대되면서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29/ned/20251129171641029ssxy.jpg)
[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보험 가입자가 손해보험사에 독립 손해사정사를 직접 선임·요청한 건수가 1년 전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선임 가능 상품이 모든 손해보험으로 확대되고, 선택 기한도 10영업일로 늘어나는 등 소비자가 제도를 활용할 여건이 넓어진 덕분이다. 금융당국이 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내건 가운데, 보험업계에서도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 활성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5대 손보사의 올해 상반기 중 접수된 독립 손해사정사 선임 요청은 721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363건)보다 98.6% 늘어난 수치다. 5개사 모두 증가세를 보였으며, KB손보가 183건으로 가장 많았다. 삼성화재는 11건에서 113건으로 10배 가까이 뛰었다. 통상 하반기에 선임 요청이 상반기보다 많이 들어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처음으로 연간 1000건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독립 손해사정사 선임 제도는 쉽게 말해 ‘내 편을 내가 고르는’ 제도다. 보험사고가 나면 보험금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손해액을 조사하는 전문가가 필요한데, 이를 손해사정사라고 부른다.
통상 사고가 나서 보험금을 청구하면 보험사는 청구 건을 검토한다. 단순한 건은 서류 심사만으로 바로 지급되지만, 사고 원인 조사가 필요하거나 손해액 산정이 복잡한 경우에는 손해사정사가 투입된다. 이때 일반적으로는 보험사가 계약한 손해사정사가 자동으로 배정된다. 주로 보험사 자회사나 위탁업체 소속인 경우가 많다.
독립 손해사정사 선임 제도는 이 과정에서 소비자가 직접 전문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보험사가 선임한 손해사정사가 공정하게 조사한다 해도, 정보·전문성이 없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험사 편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생길 수 있다. 이런 구조적 불균형을 해소하고 소비자가 자신의 이익을 대변해 줄 전문가를 스스로 고를 수 있게 한 것이 제도의 취지다. 독립 손해사정사를 선임해도 비용은 보험사가 부담한다.
올해 독립 손해사정사 직접 선임 요청 건수가 늘어난 데에는 지난해 제도가 대폭 확대된 영향이 크다. 금융당국과 손해보험협회는 지난해 8월 ‘업무위탁 및 손해사정사 선임 등에 관한 모범규준’을 개정했다.
먼저 선임할 수 있는 보험 상품이 대폭 늘었다. 이전에는 실손보험에서만 독립손해사정사를 선임할 수 있었지만, 개정 이후 손해사정이 필요한 모든 손해보험상품으로 대상이 넓어졌다. 화재보험, 배상책임보험, 운전자보험 등에서도 소비자가 직접 손해사정사를 고를 수 있게 됐다. 아울러 기존에는 보험사가 손해사정 위탁 사실을 안내한 후 3영업일 이내 선임 의사를 밝혀야 했지만, 이제는 요청 시 10영업일까지 기간이 늘어나면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늘었다.
보험사들의 안내 방식도 촘촘해졌다. 손해사정이 필요한 보험금 청구 건에 대해서는 보험사가 독립손해사정사 선임권을 별도로 안내하도록 했다. 예컨대 보험 접수 후 손해사정 담당자가 배정되면 카카오 알림톡을 자동 발송해 소비자에게 손해사정 절차와 선임권을 알려주는 식이다.
이런 변화는 금융당국이 강조하고 있는 소비자 권익 보호 기조와 맥을 같이한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취임 이후 ‘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내걸고, 금융상품의 제조·판매 전 과정에서 소비자 관점의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최근 당국의 소비자 보호 기조가 강화하고, 제도가 변화함에 따라 보험사도 관련 제도 안내에 더욱 신경 쓰는 분위기”라며 “정액 담보를 제외한 전체 담보의 선임 요청에 대해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립 손해사정사 선임 외에도 보험 소비자가 알아두면 좋은 권리들이 있다. 손해사정 보고서 열람권은 보험금이 어떻게 산정됐는지 궁금할 때 보험사에 손해사정 보고서 열람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다. 보험업법에 따라 보험사는 정당한 사유 없이 열람 요청을 거부할 수 없다. 보험금 산정 근거가 이해가 안 되거나, 왜 이 금액이 나왔는지 알고 싶다면 적극 활용해 볼 만하다.
3년 이내 병원비 청구도 가능하다. 실손보험의 보험금 청구 소멸시효는 3년이다. 바쁘거나 귀찮아서 청구하지 못했던 병원비가 있다면, 3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청구할 수 있다. 특히 소액 진료비의 경우 번거로워서 그냥 넘기는 경우가 많은데, 모아서 한꺼번에 청구하는 것도 방법이다.
독립손해사정사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 막막하다면 손해사정사 매칭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최근에는 소비자와 독립손해사정사를 연결해 주는 온라인 서비스들이 등장해 이용이 편리해졌다.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서 등록된 손해사정사 명단을 직접 확인할 수도 있다.
다만 전체 손해사정 건수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연간 외부위탁 손해사정 건수가 4000만~5000만건에 달하는 데 비해 독립손해사정사 선임은 연간 1000여건(추정)으로 전체의 0.003%에 불과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전문성 있는 독립손해사정사를 별도로 선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아직 효율성과 전문성에서도 부족한 점이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소비자 주체의 독립 선임 채널이 열리기 시작한 만큼, 소비자들이 제도를 명확히 알 수 있도록 안내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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