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최소 128명 사망' 홍콩 참사 추모 발길… "비극 다시 일어나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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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드라마를 제작하던 직장 동료 한 명이 이번 화재로 숨졌어요."
29일 홍콩 북부 타이포구 고층 아파트 단지 '웡 푹 코트' 인근 공원 화단에 꽃다발을 내려놓던 실비아 라우(55)가 담담히 말했다.
화재가 발생한 '웡 푹 코트' 근처 지하철 타이포 시장역과 타이워역, 공용 주차장 등은 이날 이른 오전부터 추모객들로 붐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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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정부, 사흘간 애도 기간 선포
구호품·꽃다발 들고 몰려든 시민들
중국 본토에서도 연이어 추모 방문
"부디 천국에서 편안하기를 바란다"

"같이 드라마를 제작하던 직장 동료 한 명이 이번 화재로 숨졌어요."
29일 홍콩 북부 타이포구 고층 아파트 단지 '웡 푹 코트' 인근 공원 화단에 꽃다발을 내려놓던 실비아 라우(55)가 담담히 말했다. 그의 지인 두 명이 불이 난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한 명은 가까스로 탈출했지만, 한 명은 목숨을 잃었다. 그는 "부디 천국에서 편안하기를 바란다"며 고개를 떨궜다.

최소 128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재 발생 첫 주말인 홍콩 도심 전역에 마련된 조문소에는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홍콩 당국은 이날부터 사흘간 공식 애도기간을 선포했다. 관공서에는 중국 오성홍기와 홍콩 깃발이 조기 게양됐고 도심 전역에는 시민 조문소와 조문록이 마련됐다.
시민들은 화마가 휩쓴 자리를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화재가 발생한 '웡 푹 코트' 근처 지하철 타이포 시장역과 타이워역, 공용 주차장 등은 이날 이른 오전부터 추모객들로 붐볐다. 한 손에는 꽃다발을, 다른 손에는 장바구니와 캐리어를 들고 조용히 조문소로 향했다. 장바구니 안에는 이재민들을 위한 침구와 물티슈 등이 빼곡히 담겨 있었다. 이들은 통제로 접근이 제한된 참사 현장 대신 인근 공원과 육교에 자리해 참혹한 현장을 바라보며 한참 동안 기도를 하거나 사진을 찍어 기록으로 남겼다.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많았다.

조문소 한켠에 놓여진 꽃다발은 불 탄 아파트를 향했다. 국화와 백합, 장미 등 다양한 꽃들 사이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모든 영혼이 편히 쉬기를 기원합니다" 등 희생자를 기리는 쪽지가 끼워져 있었다. 고인들을 위한 음식도 종류별로 갖춰졌다. '웡 푹 코트' 맞은편 아파트에 산다는 푹 무이 찬(58)은 "(희생자들이) 배고플 것 같아 직접 사왔다"며 꽃다발 앞에 삶은 계란과 샌드위치, 과일 등을 두고 갔다.
참사 현장 인근에서 만난 타이포구 주민 안나 탕(52)은 "한 살도 안 된 아기가 희생됐다는 뉴스를 보고 밤새 울었다"며 "주민들이 부디 이 화재를 딛고 다시 일어서길 바란다"고 기도했다. 그는 내일도 다시 현장을 찾을 계획이라고 했다. 중국 본토에서 건너온 시민들도 있었다. 중국 선전에서 왔다는 오웬 후오(26)는 "너무 많은 이들이 희생된 이 사건을 기억하기 위해 왔다"며 "이런 비극이 다시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힘줘 말했다.

이재민 등록과 기부금 접수 장소인 CCC 풍량킷 기념 중학교도 전날보다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홍콩 경찰 관계자는 "토요일이라 다른 곳으로 대피해 있던 주민들이 몰렸다"며 "이미 내부가 생필품으로 가득 차 추가 기부도 더 이상 받지 않기 시작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가까스로 이불을 전달하는데 성공한 타이포구 주민 보위 유엔(10)은 "할머니, 할아버지 친구들의 집이 불에 탔다고 들어 꼭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화재는 지난 26일 오후 타이포구의 고층 아파트 단지 '웡 푹 코트'에서 발생했으며 약 43시간 만에 완전 진압됐다. 29일 오전 기준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소방관 1명을 포함한 128명, 부상자 79명, 실종자는 약 200명으로 집계됐다.
홍콩= 허유정 기자 yjhe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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